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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Du Jul 04. 2022

완벽할 수는 없다.

처음인데 완벽 할리가.

필름으로 처음 사진을 찍을 때 일이다.

첫 필름 사진은 멋지고, 의미 있는 사진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무엇을 찍을까 많이 고민했다. 어떤 사진이 좋을지 한참을 고민만 하다 시간이 흘러갔다. 멋지고 의미 있는 시작이라는 집착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단 한컷도 찍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처음 하는 일도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했고, 그로 인해 준비만 하다 시작도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완벽한 시작이란 게 있을 리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렸다. 남들이 일을 능숙하고 쉽게 처리하고 완벽하게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사람들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작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사람들의 시간과 시행착오를 알지 못하고 능숙한 모습만 보고 따라 하려고 하니 잘 될 수가 없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야 첫 컷을 찍을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사진 찍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많이 찍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보기로 했다.

필름을 새로 끼우면 첫 컷은 일단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찍는다. 필름의 첫 부분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버리는 셈 치고 넘겨버린다. 두 번째 컷부터 정성을 들인다. 여러 개의 필름을 써보고 난 뒤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해봐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된다.

필름 사진은 찍고 나서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디지털카메라처럼 바로 확인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찍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많이 찍어봐야 한다. 다양하게 찍어서 사진을 현상해보고 부족한 점은 다음에 찍을 때 참고한다. 늘어나는 필름통의 개수만큼 경험치가 쌓여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가끔 주저하느라 시작하지 못하고 보내버린 많은 시간들이 생각난다. 필름 사진을 처음 찍을 때의 고민처럼 많은 것을 준비해두고 시작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시작을 못하게 만들었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100m 달리기 선수들의 출발은 수많은 연습이 의해 만들어진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을 출발선에 서서 신호를 듣고 출발하는 연습을 한다. 0.1초라도 더 빠르게 출발하기 위해서 피나는 연습을 한다.

완벽한 시작을 하려는 마음은 연습 없이 0.1초라도 빠르게 100m를 출발하려는 것과 같다. 일단 출발을 해봐야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게 되고 연습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 중요한 순간에 내가 원했던 완벽한 시작이 가능해진다.


무언가를 시작하려 한다면 주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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