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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Du Jul 15. 2022

죽어버릴까 했지만 용기가 없었어

감사합니다. 살게 해 줘서.

"난 아니야. 안될 것 같아."

"그래. 잘 지내."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끝이 났다.


사진출처 : Pixabay

준비하지 못했던 이별은 나를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결국 맞출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당시 나는 일하던 곳을 관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그런 나를 두고 떠났다. 그런 모습은 싫다며.. 힘들어서 내민 내 손을 뿌리쳤다.

가장 화려했던 20대의 순간들이었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린 20대의 기억들. 함께 해서 더욱 소중했고, 아름다웠던 순간들. 이제 지워야 하는 기억이 되었고, 흘려보내야 할 추억이 되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현실이었다.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았다. 6년이라는 시간, 함께 미래를 약속했던 시간은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당시 나는 너무나 어렸고, 나약했다. 나의 마음은 한순간 무너져 내렸다.

이별이 힘들었던 건 사람을 떠나보내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힘든 시간은 한 번에 몰려왔다.

배신.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한순간 변해버렸다. 지금까지 내게 보였던 모습들이 모두 거짓이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금전적 손해까지 생겼다. 20대인 내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난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힘든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은 항상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선택을 언제든 주저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믿음, 신뢰에 대해 완전한 상실감을 느낀 나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힘이 되어 주었던 사람이 떠나고 믿었던 사람마저 나를 떠났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느꼈다.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테라스에 나가 난간에 발을 올렸다. 딱 한 발짝만 더 가면 되는데...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시체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포기할 용기도, 다시 열심히 살아갈 힘도 없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난 잘 버텨냈다. 그리고 성장했다.

결국 사람이었다. 나를 살게 하고, 성장시켜준 건 사람이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들이 사람으로 조금씩 치유가 됐다.

4년 전, 그 당시

스승님은 내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채셨나 보다. 어느 날 사무실로 조용히 불러서 말씀하셨다. '힘든 거 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며 스승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 처음 알았다. 스승님도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지금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는 것을.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힘든 시기가 온다는 것을.

다음날부터 스승님은 나에게 일을 엄청 시켰다. 근무시간만큼은 일에 집중 하라며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을 정도로 일을 시켰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쉼 없이 일을 했다. 몸이 피곤해지니 집에 가서도 바로 잠을 잤다.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스승님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속는 셈 치고 마지막으로 믿어보기로 했다.

 시기가 내가 일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한 시기였다. 하루 13시간, 많게는 17시간씩 매일 일했다. 쉬는 날도 나가서 일을 했고 2 3 잠을 안 자고 일을 하기도 했다. 일에 미쳐 있던 시절이었다.  말고는 다른 생각, 다른 생활은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 명절에도 집에 가지 않았다. 시간이 있고  일만 있으면 어디든 갔다. 정말  없이 일만 했다.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점차 마음에도 안정이 찾아왔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깊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봤고, 그 빛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 빛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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