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에 쓰러진 아들을 안고 응급실로 내달리던 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그 순간 귓가에 스친 건
어릴 적 나를 업고 달리던
엄마의 거친 숨소리였다.
행여나 유치원 버스 놓칠까
서둘러 꽃단장시켜 보내고 돌아오는 길
헝클어진 머리, 목 늘어난 티셔츠, 소매 끝 김칫국물.
엘리베이터 거울 속엔
그 시절 내 엄마가 서 있었다.
사춘기의 전매특권
방문 쾅!!!
방 안으로 사라진 아이의 뒷모습
그 시절 그 문 너머
엄마의 한숨이 이제야 들린다.
딸 시험기간
함께 밤을 지새우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
내 방문 살짝 열고 응원하던
엄마의 숨죽인 인기척이 그립다.
지친 퇴근길 지하철 안
고개가 절로 꾸벅꾸벅
옆에서 살며시 받쳐주는 낯선 손길
엄마 손길이 겹쳐와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상사에게 또 깨졌다.
어느새 눈물로 번진 서러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맛있는 거 먹고 다 잊어버려" 하시던
엄마의 따뜻한 밥상이다.
지독한 감기 몸살로 끙끙 앓던 밤
내 이마를 살며시 짚어주던 엄마
그 온기는 약보다 오래 남아
어느새 아픔은 사라지고
그리움만 번져간다.
왜 그런 날 있잖아.
엄마가 한없이 그리운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지.
가장 소중한 건 곁에 있을 때만 허락된 선물이라는 걸...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이에게
사랑의 언어를 속삭여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