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시작이 만들어낸 완벽한 마침표

밀도 높은 1년의 끝에서

by MJ

4월 9일 오늘, 1년 3개월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며 마지막 퇴근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간절히 원했던 회사나 산업군은 아니었다. 수험 생활의 실패라는 아쉬움을 안고, 어쩌면 타협하듯 발을 들인 곳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자칫 단절될 뻔했던 커리어를 다시 이어가며 ‘제대로 된 HR’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더없이 감사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딱 1년, 후회 없이 밀도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가 진짜 원하는 곳으로 도약하겠다고.


처음부터 뜨거운 애사심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컸다.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조직에 이로운 일이라 판단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칼럼을 읽고 기획안을 썼다. 저녁에는 HR 스터디와 강의를 병행하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지난 1년간 수많은 새로운 조직문화 제도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이를 보완하며 쉼 없이 달렸다.


물론 고단한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안식처가 되어준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고, “비일상의 경험을 선물해 주어 고맙다”는 직원들의 피드백은 그 어떤 보상보다 훌륭한 원동력이었다. 무엇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갈 때마다 나를 반갑게 맞아준 아내의 응원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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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욕심이 앞설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1년은 대성공이었다. 늘 해오던 대로 6개월 주기의 경력기술서 업데이트를 마친 후, 이력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채용 한파라는 요즘 같은 시기에 서류 합격 소식과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는 것만으로도, 지난 1년의 치열함이 결과로 증명되는 듯해 면접 전부터 벅찬 뿌듯함이 밀려왔다. 결국 이직을 결심한 지 단 한 달 만에 원하던 곳의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익숙해진 환경은 필연적으로 편안함을 주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며 도약하고자 하는 내게는 지금이 바로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야 할 적기였다.


이제 짧은 휴식 후,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맞이한다.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그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과 식사를 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며, 묘한 시원섭섭함이 마음을 스친다. 분명 1년만 버티고 떠나자고 다짐했던 낯선 산업군이었지만, 어느새 깊은 정이 들었고 실무자로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떠나는 길에 건네주는 동료들의 진심 어린 축하와 아쉬움, 그리고 내 마음 한구석의 섭섭함은 내가 이곳에서 꽤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는 방증일 것이다.


어디서든 자신이 속했던 조직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앞으로 커리어가 어떻게 이어질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지난 1년 3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선명하고 기억에 남는 성장의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직이 어려운 시기라고들 하지만, 현재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회를 기다리며 밀도 있는 시간을 쌓다 보면 좋은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단단하게, 더 도전적으로, 그리고 조직문화 실무자로서 한층 더 깊은 전문성을 갖추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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