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바이오텍. 그 험난한 여정

임상 3상에서 실패(?)후 찾아온 난관. 그리고 기회

by Feisty Fox

어쩌다보니 보스턴 바이오텍의 생태계에 들어온 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지난 10년, 회사를 크게 세 번을 바꿔가며 어느 덧 중간관리자 그룹에 속해버린 커리어 속에서 나름의 크고 작은 고개를 넘어왔지만, 어제는 지난 10년 중에서 몇 손가락에 들만한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었을것이다.

내가 맡고 있는 파이프라인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임상 3상을 마치고 Top line data read out, 한 마디로 3상실험의 주요결과를 발표하는 날 이었기 때문이다.

두 개의 primary endpoint 중에 훨씬 더 중요하고 FDA 와 EMA, 그 후에 약가와 보험적용까지 영향을 미칠 아주 치명적인 endpoint 하나가 플라시보와 차이가 없었고, 어떻게 보면 앞으로 미래가 암담한 반은 실패한 실험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너무 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아무도 플랜 B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너무 컸고

주가에도 바로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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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같이 그 소식을 듣자마자 기다리지도 않고 회사에서 증여한 주식을 팔아야 겠다고 생각했고 최악의 가격으로 그 전날보다 -50% 떨어진 가격에 파는 바보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ㅠㅠ)


사장님의 아침 7시 이메일, 낮 12시에 이례적으로 열린 타운홀 미팅, 새벽부터 메신져로 쏟아진 재난 이모티콘을 보며 이거 큰일났구나 하며, 정말 암담한 기분이 되었고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전날 나에게 "What if we don't hit this endpoint? is there a chance for FDA approval?" 나에게 질문 겸 살짝 언질을 주었던 P의 말이 기억나면서 이 사람은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에게 진작 얘기해 주지 않은건가 원망도 들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게도 이 동료가 이야기 해주었다면 난 멍청하게 그 전날 주식을 팔았을것이고 아마도 난 insider trading으로 감방 신세를 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


머릿속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 이 프로그램은 끝나는건가? 앞으로 회사에 나의 자리는 있을까? 과연 이 데이타를 가지고 험난한 fda승인 받기 위한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혹시나 fda승인을 받아도 payer 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긴급 팀 회의를 했고 무서운 카리스마를 가진 우리 팀 헤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Let's move on to talk about elephant in the room".

사실 자기는 결과를 딱 일주일 전에 알게 되었고 명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처음에는 숨이 안쉬어졌는데 데이타를 다른 앵글에서 보니 희망이 보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보인 결과가 전체 실험군에서 그 primary endpoint만 놓고 보면 실패한 결과지만 post hoc analysis를 통해 보면 어떤 subgroup에서는 놀랍게도 결과가 확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말인 즉슨, 아마 이 치료제는 특정 집단에서 더 크게 효과를 보일 것이고, 이 결과는 아마도 앞으로 승인과 보험적용 에도 사용될 것이고 그에 따른 회사의 전략은 전체적으로 수정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듣고보니 그렇게 암울하지 만은 않았다. 팀원들이 다같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Q&A시간에 나도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이야기 했다.

"저는 솔직히 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기 때문에 충격이 크고 아직까지 emotional turmoil을 지나고 있어요. 그런데 아마 우리팀에 있는 A, S, J 님들은 이 업계에 오랜시간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ups and downs을 많이 봤을까 싶어요. 앞으로 전체적인 전략이 많이 바뀔텐데 지금 매일 매일 하는 일에 제가 어떤 mindset shift를 적용해야 할까요?"


우리팀의 제일 윗 보스와 그보다 오랜시간 동안 제약업계에 몸담아온 s와 J는 진심을 다해서 자신들이 지나왔던 길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지금 실험 결과는 아마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아주 긍정적인 결과며 (일단 3상 실험을 마친것 자체가 이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큰 업적)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 상황을 헤쳐나갈 거야, 너는 아무것도 바꿀게 없어. 그냥 지금 하는 일 계속 잘해. 마지막으로 "These patients need you" 라는 말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 이후에 보스와 한 1:1 에서는 만약 이런 허들이 없었다면 너의 일은 너무 쉽고 재미없었을 거라는 말에, 지금의 상황을 그렇게 볼수 있는 그녀의 멋진 시각에 또 감탄하게 되었다.

나의 감사하고 소중한 일. 크고 작은 역경이 파도처럼 몰려오지만 또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한다.


이번주는 그렇게 흘러갔고 다음주의 내가 겪을 일들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하루와 일주일과 한달후의 일들에 우선 집중하는 다음주를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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