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학교,에브리타임, 블라인드, 리멤버,메디스태프
(상) 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블라인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로, 현재 한국과 미국의 많은 사업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3년 출시된 블라인드의 가입자 수는 21년 5월, 500만 명을 기록했다. 이용자들의 재직 회사 수는 7만 개 이상으로, 국내 재직자 3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의 85% 이상이 블라인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하루 평균 이용시간도 40분에 이르는 등 웬만한 SNS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이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블라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익명성에 있다. 블라인드는 가입 시 어떠한 개인 정보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가입자가 해당 회사 소속인지 확인하기 위해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만 진행한다. 이후 앱 내에서는 완전히 다른 데이터를 생성해 암호화 작업을 거친다. 블라인드 관계자조차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알 수 없는 견고한 익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본사와 서버도 미국에 있기에 한국의 인터넷 규제망을 교묘하게 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익명성을 기댄 이용자들의 대담한 발언들이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회사의 부조리나 사내 고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을 고발한 케이스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 LH 투기 사건의 당사자가 뻔뻔한 태도로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글이 논란이 되면서 경찰 수사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경찰은 실제로 블라인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본사가 미국에 있는 블라인드의 압수수색은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고 회사의 대외비를 폭로한다든가, 유언비어나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 또한 명확한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 익명성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물론 블라인드 측에서도 악성 루머나 특정인을 저격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별도의 검토 없이 이용자들의 게시물 신고가 특정 횟수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비공개로 전환되는 시스템으로, 대표적인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도입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는 의도적으로 대규모의 집단이 하나의 게시물을 신고할 경우, 비리 고발과 같은 ‘착한 고발’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익명성이 가장 큰 특징인 커뮤니티다 보니 회사에 대한 불만·불평 글들이 많지만, 같은 업계 및 직군이 한데 보여 토론할 수 있다 보니 업계에서 도움이 될 만한 영양가 있는 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현직자를 소환’할 수 있는 기능은 현재 업계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재직자들의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어 유용한 기능이다. 물론 퇴사자들도 그 기업의 명찰을 달고 글이나 댓글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런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 문화 덕분에, 블라인드는 출시 5년 만에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직장인 소셜 플랫폼이 됐다. 링크드인 다음으로 인증된 화이트칼라 가입자가 가장 많다고 전해진다. 블라인드처럼 명과 암이 두드러지는 커뮤니티는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는 그만큼 장점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러분이 어떻게 하시냐에 따라 악마가 될 수도, 천사가 될 수도 있는 수련회 조교 같은 매력의 블라인드, 앞으로 이들의 장점을 더 부각할 수 있길 바라본다.
작성자_이수현(provemyworth@naver.com)
모든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거래처를 만날 때마다 난무하는 명함들을 말이다. 글을 쓰는 나 역시 내 명함은 물론 주는 명함들을 잘 간수하지 못해 필요할 때 못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잦은 명함 교환을 편안하게 만들어준 앱이 있었으니 바로 '리멤버'다. 리멤버는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서 등록하면, 직접 리멤버 측에서 정보들을 수기로 작성하여 등록시켜주는 앱이라고 할 수 있다.
리멤버가 런칭되었을 초기,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온갖 첨단 기술이 즐비하던 때였다. 그렇기에 '손으로 직접 입력해 정확도를 높인 수기 명함관리 앱'인 리멤버는 시대를 거스른 앱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리멤버는 300만 명의 회원수, 2억 장 분량의 명함 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직장인들이 리멤버를 명함 기록 앱으로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7년간 쌓인 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회원들의 7년간 커리어가 있다는 뜻이 된다. 어느 회사의 어떤 직급으로 일하다가 언제 이직했고, 또 어떤 발령을 받거나 승진한 데이터가 있으면 다음에는 어떤 회사로 이직해도 잘 맞겠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 사람과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직했다, 라는 데이터가 있으므로 비슷한 사람의 경우에 커리어 패스를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리멤버 웹/서버 관리자 김담형 리더
그렇다면 명함 앱이 단순히 명함만 저장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일까?
위의 김담형 리더의 인터뷰만 봐도 리멤버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멤버는 과거의 데이터 역시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취업, 이직 과정을 모두 기록해놓을 수 있다. 또한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업체와 거래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앞서 말했던 회원수와 명함 수 역시 많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리멤버가 작년 3월, 도전장을 내민 분야가 있으니, 바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누구든 직장인 커뮤니티하면 '블라인드'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블라인드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다루지 않겠다. '블라인드가 가진 익명의 칼날 - 블라인드 직원도 여러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참고) 또한 300만 명의 직장인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블라인드의 1위 자리를 뺏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멤버는 어떤 차별점으로 블라인드의 자리에 도전하는 것일까?
먼저 리멤버는 블라인드와 지향점이 다르다. 블라인드가 회사 계정을 인증받아 소속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면, 리멤버는 직무 연관성에 초점을 둔다. 사용자는 자신의 직무와 연관된 커뮤니티에만 가입 가능하며, 타 직무 커뮤니티는 가입할 수 없다. 마케터라면 마케팅 커뮤니티에만 가입할 수 있고, HR, 개발 등 다양한 직무 역시 동일하다.
또한 수시로 닉네임을 변경할 수 있는 블라인드와 달리 리멤버는 실명 또는 직무와 연차 정보가 포함된 고정된 닉네임으로만 활동이 가능하다. 물론 게시글은 익명으로 쓸 수 있다. 다만 커뮤니티 일원들의 소속회사, 이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 역시 블라인드와 다르다. 이밖에도 리멤버는 개설되기 희망하는 주제의 커뮤니티가 있으면 커뮤니티 개설을 제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리멤버의 방향성은 블라인드를 둘러싼 각종 선정적인 콘텐츠, 유언비어 등의 논란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글을 쓰는 나 역시 회사 정보나 직무 정보를 얻고자 들어간 블라인드에서 선정적인 내용이나 소위 '꼰대' 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는 유저들을 보며 눈살이 찌푸려진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멤버의 '동일한 직무 전문가들이 정보를 교환한다'는 취지는 매우 적절한 듯하다. 실제로 블라인드와 리멤버의 '마케팅/홍보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면 이 차이를 더 잘 알 수 있다.
블라인드의 경우, 기업의 연봉, 분위기 등을 물어보는 질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질문이나 답변의 내용이 반말체로 친근(글을 쓰는 본인은 굳이 반말로 써야 하나 의문이 들긴 했다)하다. 한편, 리멤버의 경우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업무적 부분에 대한 질문이 많다. 물론 두 커뮤니티 모두 회사 내 상사, 후임과의 문제, 일상생활에 대한 질문이 많은 점은 동일하다.
사실 리멤버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능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블라인드가 선동과 유언비어의 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리멤버의 커뮤니티가 블라인드만큼 사실적이고 직관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연봉이라던지, 회사 분위기 등)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리멤버는 블라인드를 넘어설 수 있을까?
작성자_하수빈(sb03220@hanmail.net)
2018년 12월, 의사들만을 위한 SNS 커뮤니티 플랫폼 ‘메디스태프’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그간 인터넷 상에서 의사 전용 커뮤니티는 많았지만, 의사 전용 ‘보안 커뮤니티’ 앱은 없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직업 특성상 협력 진료에 필요한 환자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의료 자료를 주고받기 때문에 보안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또한, 자문을 위하더라도 일반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을 구할 수 없고, 환자 정보를 가려 개인 메신저로 소통하더라도 언제든 환자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메디스태프는 의료 정보 보안의 문제로 폐쇄형 SNS 메신저의 필요성을 느낀 현직 의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메디스태프는 보안을 위해 ‘폐쇄성’과 ‘휘발성’, 두 가지 기능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의사 면허번호와 학생증을 확인해 철저히 의사, 의대생만 회원가입이 가능하며, 모든 메시지를 포함해 서버의 기록까지 3일 후 자동으로 삭제되어 정보 노출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메디스태프를 통해 주고받는 모든 메시지는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서 권장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 방식을 통해 암호화되고 있으며, 환자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안드로이드는 채팅 화면의 캡처가 금지되어 있고 아이폰은 캡처 시 사용자의 휴대폰 번호가 워터마크로 자동 삽입된다.
메디스태프는 의사들의 업무를 위한 보안 메신저 이외에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별로 의사/의대생/군의관/공보의 게시판이 구분되어 있으며, 게시글을 작성할 때마다 닉네임을 변경할 수 있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의사용 블라인드’를 표방하고 있는 메디스태프는 전국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병원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병원 별 근무조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평가를 통해 종합순위, 급여, 교육환경, 근로여건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의사 전용 익명 커뮤니티 자체는 메디스태프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미 온라인 SNS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뮤니티가 이어져 오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는 익명성 덕분에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익명성 뒤에 숨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의료업계의 익명 커뮤니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0년, 국내 대표 의사 커뮤니티 ‘메디게이트’에서 여성 의료인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글들이 폭로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보안 앱 내 서비스로 타 커뮤니티보다 한층 강화된 폐쇄성이라는 차별점을 가진 메디스태프의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는 앞으로 있을 익명 커뮤니티의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부적절한 게시글에 대한 신고를 받으며, 내부 규정에 따라 문제가 된 게시글을 삭제하고 작성자의 이용을 정지한다. 정도에 따라 영구 탈퇴 조치도 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의 문제가 대게 관리자의 부재라는 점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을 생각하면, 관리자의 개입으로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메디스태프는 출시 1년 반 만에 가입자 1만 명을 모았으며, 현재 메디스태프의 전체 사용자 중 80% 이상이 2040 젊은 의사들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메디스태프는 내년까지 회원 5만 명을 확보하는 한편, 앞으로 치과의사, 수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직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보안 SNS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메디스태프. ‘의사용 블라인드’를 꿈꾸는 메디스태프가 초반부터 익명 커뮤니티 관리를 확실히 하며 잡음 없이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성자_곽지현(ehskfem0821@naver.com)
[월말세일]
매주 월요일, 새로운 산업군을 소개하고
국내외 다양한 기업에 대해 알아봅니다.
<참조>
박지영, “시끌벅적 한국 직장인들 밀담 덕에…” 승승장구 ‘블라인드’, 헤럴드경제, 2021.05.18.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518000591
김현아, 400억 투자받은 블라인드의 '명과 암', 이데일리, 2021.05.18.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879846629050232&mediaCodeNo=257&OutLnkChk=Y
안하늘, 직장인 대나무숲 '블라인드'를 어찌할꼬… 기업들 골머리, 한국일보, 2021.06.2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2109210000145?did=NA
이상덕, 직장인 커뮤니티 강자 블라인드에 도전장 낸 리멤버, 매일경제, 2020.03.30, https://www.google.com/amp/s/m.mk.co.kr/news/business/view-amp/2020/03/329834/
남혜현, 리멤버는 2억장의 명함을 어떻게 관리할까?, byline network, 2020.07.29, https://byline.network/2020/07/29-72/
메디스태프 공식 홈페이지, 2021.07.09, http://www.medistaff.co.kr/
우영탁, [주목!바이오벤처]"환자 정보 보호...의사전용 메신저 만들었죠", 서울경제, 2019.01.07, https://www.sedaily.com/NewsView/1VDY2NB7EX
조성호, 김금이, [단독] "여성 진료할 때…" 성희롱·환자비하, 의사 커뮤니티의 민낯, 매일경제, 2020.05.04, https://mk.co.kr/today-paper/view/2020/4475729/
박애자, [인터뷰] 스타트업 뛰어든 ‘응급실 의사’, 2040 마음 읽었다, 메디코파마 2021.03.17, http://www.medicopharma.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300
정현정, 의사 전용 온라인 플랫폼 메디스태프 “내년 사용자 5만명 확보”, etnews, 2021.07.01, https://www.etnews.com/202107010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