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이름
LA에 온 지 얼마 안 된 2012년 9월의 어느 날이였다.
갓 만든 페이스북 계정의 추천 목록에 뜬 다저스 페이지에 별 생각없이 팔로우를 눌렀다. 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다저스의 승리를 알리는 게시글이 있었고, 그 게시글 아래로는 'CRUZ'라는 이름을 찬양하는 댓글들이 가득했다.
당시에는 MLB에 제대로 입문하기 전이였다. LA니까 막연히 다저스를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전부다. 크루즈는 내가 다저스에 제대로 입문하기 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있었고, 그 이름은 내 뇌리에서 자연스럽게 지워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나는 어느새 다저스 경기를 비롯한 MLB 경기들을 매일같이 챙겨보고 팬그래프와 레퍼런스를 돌아다니는 야구 헤비팬이 되어 있었다.
아직 일본에 있었던 오타니가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상을 찾아봤다. 오타니의 163km짜리 직구를 보고 관중들이 열광하는 영상이였다. (#)
그런데 이 공을 상대 타자가 커트를 해내서 오타니의 빠른 공이 잘 보이질 않았다. 제대로 보기 위해 몇 번 돌려보다 보니 오타니가 상대하던 그 외국인 타자의 유니폼에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CRUZ.
몇 년간 MLB를 보면서 크루즈란 성을 가진 선수가 여럿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마 내 기억에 있던 그 크루즈는 아닐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떤 선수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다.
그런데 세상에, 그 루이스 크루즈가 맞았다. 다저스에서 2013년 방출된 후 요미우리에서 용병 타자로 뛰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선수가 일본에서 뛰고 있는 걸 보고 잠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10년이 넘도록 MLB를 보면서 정말 많은 선수들의 이름을 접한다. 이제는 미국에서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동성의 야구선수가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다.
그리고 그 MLB의 이름들 중 다저스 선수들의 이름은 나에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저스를 응원하며 봤던 수많은 이름들에 때로는 기대하며 응원했고, 때로는 실망하거나 절망하기도 했다.
루이스 크루즈. 그 수많은 다저스의 이름들 중 스쳐 지나갔던 나의 첫 번째 이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