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실험실 기록 #1
씨앗 실험실 기록 #0
(2021.08.01)
첫 모임을 마쳤다. 모임을 꾸리다 보면 내 기대만큼 사람들이 잘 참여하지 않는 일이 태반이라, 나도 모르게 기대를 접고 시작하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5명쯤 들어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백신 후유증으로 몸살이 난 한 분을 빼고 모든 분들이 줌 모임에 참여해주셨다. 각 잡고 준비하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고 고마웠다.
연구원들의 얼굴이 모두 반짝반짝했다. 일요일 밤인데도 다들 기대감에 차서 그런지 텐션이 높았다.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있는 얼굴을 보니까 나도 무척 들뜬 기분이 되었다. 참여하게 된 이유와 본인 별명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했는데, 어떤 분이 '씨앗 연구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라고 말해주셔서 힘이 났다. 보혜미안이 모임 진행 잘한다고 해줘서 더 기분 좋았다. 힘이 나는 기분. 내 얼굴도 빛이 났을 거다.
우리는 월요일을 한 주의 첫 시작일로, 일요일을 회고일로 잡았다. 각자 일주일 동안 재량껏 과제를 하고, 스스로 회고까지 마친 다음 줌 모임에서 더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한 주를 마치는 느낌으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닝 페이지를 하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리추얼이 조금 더 정교해졌다.
줌 모임을 시작하기 전, 12주 완주를 위한 슬랙을 만들었다. 매일 간단한 인증도 남기고, 수다도 떨고, 정보도 나눌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원 소개용 채널도 따로 구성해서 줌 모임 전에 앞서 각자의 소개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내가 먼저 짧게 남겨둔 소개글에 이어 연구원들의 소개가 줄줄 달렸다. 각양각색의 별명과 관심사를 가진 연구원들! 모임을 왜 하고 싶었는지, 어떤 기대가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첫 모임에 앞서 소개를 먼저 나눈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미리 알아두니 줌 모임에서 얼굴을 봤을 때 훨씬 반가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씨앗 실험실을 통해 처음 만난 분들이 절반 정도 계셔서, 이 활동이 나에게는 모임 운영 소스를 조금 더 얻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분들이 계시고, 어떤 기대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다른 연구원 분들도 모임 신청 때 느낀 기대감과 의지를 줌 모임일까지 쭉 가지고 오셨으리라 짐작한다.
씨앗 실험실을 열기 전부터 1주 차 과제를 시작했기 때문에 줌 모임을 끝내고 혼자 1주 차 회고를 해봤다. 지난 한 주간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씨앗 실험실에 대한 엄청난 열망을 발견하고 놀랐다. 모임장인 내가 모임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가득하니 이 모임은 정말 잘 굴러갈 것 같다. 기대가 크다.
또 다른 발견은 나는 한번 몰두하거나 푹 빠지면 누구도 말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은 조금 덜 중요해지고, 하고 싶은 것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간이다. 만약 하지 못하면 그것이 미련으로, 열망으로 자리 잡는다. 풀지 않으면 신경 쓰이고 짜증 나다가, 무력감이나 시니컬로 이어진다. 나한테 시니컬 시즌이 있고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게 발생하는 첫 지점을 발견했다.
나의 마음을 마주하려는 것도 참 큰 용기가 필요한데 매일 용기를 내어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 그냥 되는대로 쓰니까 검열이나 비난 없이 그냥 쓰고 '아하.'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에 대한 불신이나 자신감 없음도 그 순간만큼은 없어지는 것 같고. 그게 켜켜이 쌓이면 얼마나 파워풀할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든, 놀기 위해 만든 일이든 상관없이.
우리가 슬랙과 줌으로 나눈 리액션만 봐도 이 작은 커뮤니티가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하고, 지지적인 모임이 될지 알 수 있었다. 좋은 예감이 든다.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12주 동안 지치지 않게,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기운을 북돋아줘야지.
사람은 이토록 다채로운데 왜 일상생활에서는 서로의 다채로움을 잘 알아봐 주지 못할까. 왜 스스로도 잘 깨닫지 못할까. 우리 연구원들이 스스로를 잘 알아주기를,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앞으로 줌 모임을 이어나가면서 연구원들의 변화를 기꺼이 목격해야지.
씨앗 실험실을 만든 것이 너무 좋다. 재밌을 것 같다.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