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숙제를 찾았어!

[깜언 골프 1]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by 안효원

“숙제 잘하고 있냐?”

엥? (만)나이 마흔에 무슨 숙제? 지난 7월 김사장이 말을 걸었을 때, 무슨 소린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 지난주부터 골프 시작했다. 베트남 갔을 때 김차장이 골프 배워오라고 했잖아.” 정말이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기억력 감퇴인지, 그때 술에 취했는지, ‘골프’에 마음이 없어선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그래, 나도 해야지.” 답했다. 근데 할 수 있을까?


나는 보수적인 사람.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경제적인 사람. 뭔가 돈을 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으른 짠돌이에게 골프는 딱! 안 맞는다. 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자네, 이대로 운동은 접을 셈인가?!’ 접을 셈인가, 접을 셈인가…. 그래,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는데, 심심하게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뭐라도 해야지!


한 가지 꿈이 있었다. 다시 마운드 위에 서보는 것. 20대 나의 삶을 규정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야구’. 사회인 야구를 하면서 5년 넘게 투수를 했다. 운동은 안 하고 공만 던지니 어깨가 상하고, 20대 후반 근무력증에 걸려 야구를 접었다. 불꽃 투구는 고사하고,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라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싶었다. 그런데 동네 초5가 나보다 잘 던지는 걸 보고, 에라이!


“한번 놀러 와, 창고에 골프 연습장 만들었어.” 스무 살 많은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이 차는 있지만, 허물은 없는 사이. 탁! 탁! 형님은 시원스레 골프채를 휘둘렀다. “요즘엔 골프도 취미잖아. 너도 한 번 쳐봐!” 교회에서 만난 형님, 둘 다 교회를 떠난 신세, 우리 인연을 지속하려면, 골프를 쳐야 한다. 이제 피할 수 없다. 분명 신의 뜻이야! 나는 골프를 쳐.야.만. 한.다.


집에 돌아와 골프 스윙 연습기를 주문했다. 골프채는 비쌀 테니까.(나중에 보니, 중고채는 비싸지 않다.) 쉭쉭, 연습기 돌아가는 소리에 마음이 들떴다. 오,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프로들 하는 거 보면서 따라 하는데, 제법 그럴싸한 것 같다. 나이 마흔에 인생 2부에 할 숙제를 찾았다. 이 기한 없는 숙제는 재밌게 해야지. 김사장, 김차장 있는 베트남에 라운딩 가즈아!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