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통과 불운을 외면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흔들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애써 쌓아 올린 것이 무너지는 날도 있고, 믿고 있던 방향이 문득 흐려지는 순간도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앞에서 사람은 쉽게 자신을 의심한다. 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지금 걷는 길이 틀린 것은 아닌지, 조용히 스스로를 흔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외부의 확신이 아니라,
자기 안에 남아 있는 믿음. 즉, 신념이다.
아직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을 때에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끝내 스스로를 놓지 않는 마음; 신념,
어쩌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늘 여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삶은 늘 분명한 답을 주지 않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자신을 믿는 사람은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William Ernest Henley)의 시, "Invictus(1875)"는 바로 그런 신념을 떠올리게 한다.
{Original} "Invictus", William Ernest Henley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한국어} "굴하지 않으리",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나를 덮고 있는 이 밤으로부터,
세상의 끝에서 끝까지 지옥처럼 검은 이 밤으로부터,
나는 어떤 신들이 존재하든 감사한다,
정복되지 않는 나의 영혼을 주었음에.
어쩔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의 움켜쥠 속에서도
나는 굴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고, 울부짖지도 않았다.
우연의 거친 몽둥이에 얻어맞아
내 머리는 피투성이일지라도, 결코 머리를 숙이지는 않았다.
분노와 눈물의 이곳 너머에는
그저 죽음의 공포가 어른거릴 뿐이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이 닥쳐와도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문이 아무리 좁더라도,
내 앞에 얼마나 많은 형벌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고,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삶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다. 어떤 시련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어떤 좌절은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상황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질지는 여전히 내 몫으로 남아 있다. 상처를 입을 수는 있어도 완전히 꺾일 필요는 없다.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끝내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신념은 거창한 확신이 아니다.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도 아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를 쉽게 부정하지 않는 일, 넘어져도 내 가능성을 접지 않는 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는 일이다.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나는 내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이고,
내 영혼의 방향을 잡는 사람도 바로 나다."
내 삶은 늘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할 일을 다시 해내는 것,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하는 것, 불안한 마음을 안고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삶은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끝까지 자신을 믿는 사람은 다시 시작하고, 다시 배우고, 다시 걸어간다. 그리고 그 반복 끝에 삶은 조금씩 내가 믿는 방향을 닮아간다.
어쩌면 그래서 삶은,
결국 내가 끝까지 믿는 대로 이루어져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