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영어강사 화(話)풀이

1편- 해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영어, 멍청해지는 아이들

by 춘삼

요즘 영어 현실



제목이 불쾌하신 학부모님께 죄송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얼마나 아시나요? 현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영어과목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40대 이상이신 부모님 세대와 많이 달라진 건 당연, 라떼(9n년생, 7차교육과정 경험)와 비교해도 너무 다릅니다. 시험이 단순히 어려운 걸 떠나서 '출제자가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게 합법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눈을 뜨고 잘 보세요



친숙한 우리말이네요. 이해를 돕기 위해 타지역 고등학교의 한국사 과목 내신 문제입니다. 하도 유명해져서 뉴스도 탔습니다. 한국사 배경지식 없어도 전혀 무관합니다. 다들 문제에서 문제를 찾으셨나요? 네, (나),(가) 순서가 문제입니다. 눈 똑바로 떴는지 확인하는 취지의 문제였습니다. 결국 저 학교에서 출제에 문제가 있다고 혹은 없다고 결론지었는지 이후 이야기는 저는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 이 문제 괜찮은가요? 아니오, 계약서도 저런 식으로 쓰면 기망입니다. 다음은 대치권 중학교의 최근 영어 내신 문제입니다.



눈을 뜨고 잘 보세요2



가장 쉬운 1번으로 가져왔습니다. 아실만한 영단어들입니다. 영영풀이를 외운 우리 아이들도 쉽게 맞힐 문제입니다. 그런데, 2번 보기 abroad (해외로) 또한 맞는 영영풀이죠? 답이 2개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잘 보세요. 쌩뚱맞은 'aboard(탑승한)'였네요. 이런 문제는 대치동에서 흔합니다. 심지어 message와 massage를 바꿔 써놓고 장문 독해 속 '틀린 어법 찾기'로 내기도 합니다. 난이도로 변별력을 주지 않는 괴랄한 출제입니다. 그래도 이건 애교로 보입니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범주입니다.



아시다시피, 소위 ‘갓반고’라 칭하는 대치권 고등학교들은 내신이 수능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비교가 안됩니다. 일단 수능은 100% 객관식이죠. 빈칸추론? 요약문 완성? 어렵긴 하지만 보기 중에 1개를 고를 수가 있어요. 하지만 내신은 '모두' 고르시오, 그리고 서술형이 있죠. 빈칸 2-3개 채우기면 다행이고요. 7-8단어 이상이면 큰일니다. 빈칸, 요약문? 다 내가 써야 돼요. 한글 뜻 주면 다행이고요, 그나마도 안 주면 알아서 해야해요. 대치권 고등학교 영어 내신 문제를 보시겠습니다.





대치권 악명높은 모 고등학교 영어 내신 시험입니다. 일단 이 학교는 '듣기평가'가 있습니다. 문제는 준비할 시험범위가 없다는 겁니다. 'CNN 전체'가 범위 입니다. 하하하. 그냥 시험 당일 듣고 풀어야 해요. 당연히 수능 듣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게다가, 들은 내용으로 서술형도 써야 합니다. 문제 조건을 보시면 (Be as specific as possible and write your answer in a complete sentence.) 최대한 자세하게,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하라고 합니다. 까놓고 대치동에서도 이걸 해낼 수 있는 아이들, 몇 안됩니다.



범위가 많으니 학교에서 진도조차 다 못나갑니다. 1/3만 수업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학원에서도 다 못 다룹니다. 최근 대치동 모 고등학교 시험 범위가 200쪽, 시험지가 15쪽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실제 가장 우수한 아이들조차 문제를 끝까지 읽지도 못한 채 시험 시간 50분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든 등급 가르고 동점자 방지해야하는 학교 교사분들의 고충도 이해합니다. Neverthelss! 그래도 이건 너무합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의지를 제공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좌절하고 포기하게 하는 시험이죠.






수능도 그래요. 90점만 넘으면 1등급인 절대평가인데도, 1등급 비율이 작수 4퍼센트대, 올수 6퍼센트대였습니다. 작수 4%는 '불수능+학력저하' 의 콜라보로 나온 결과였으며 (시험도 어려운데다 코로나 학습격차를 겪은 아이들이 자라 고3이 됨) 이를 한 번 겪어보고 영어과목에 힘을 많이 준 N수생들로 인해 올수는 그나마 6%대가 나왔다-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저는 올수도 불수능 (내지는 핵불)이었다고 봅니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학력 전반은 하락하고 양극화는 심화되지만 시험은 절대 쉬워질 일 없습니다. 절대평가라고 영어를 만만하게 봤다면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래도 영어는 절대평가인데 비교적 편한 과목 아니냐고요? 우리 아이가 중등까지 '밑천'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수능 1등급(90점)은 커녕, 2등급(80점)의 문턱도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이걸 고등 가서 깨닫습니다. 그러면 늦어도 너무 늦습니다. 학부모님들도 "수학도, 국어도 아니고 영어 때문에 대학 지원이 막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십니다. 일찍 눈 뜨실 수록 좋습니다. 공부의 올바른 첫 걸음은 ‘현실 인지’로부터 시작합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체제 하에서도 높고 험한 1,2등급의 장벽 (25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 35%)

저는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외려 정말 잘 만든 사고력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옛적 달달 외우기만 하면 고득점이 가능했던 학력고사와는 차원이 다른 시험이며 한국 현실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능 역사 전체를 볼 때, 영어 난이도는 계속 우상향해왔습니다. 현 정부에서 킬러문항을 없애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말장난이었죠. 킬러‘지문’을 없앤다 해도 어려워진 킬러‘선지’로 변별을 주기 때문에 더 지저분하고 힘듭니다. 수능의 내신화입니다. 렉사일지수(Lexile Score), 즉 아이들이 외워야 하는 단어 분량과 수준 역시 죄송하지만 부모님 때와 비교가 안됩니다. 자꾸 라떼 생각하시면 영영 대화가 안됩니다.


이는 우리나라 교과과정 자체가 그렇습니다. 지금도 '중등'까지는 실제 영어가 쉬워요. 영어교과서 렉사일 기준 최대, 한국 중1은 미국 G3, 한국 중3은 미국 G6 수준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중등까지는 암만 어려워봤자 미국 초등학교 수준이라는 거예요. 그러나 고등영어에서 연계성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결국 우리나라 고3 영어는 미국의 12학년 수준과 같아집니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 고3 수험생 수준의 영어를 처리해야 해요. 도저히 쉽지 않죠. 친근하고 귀여웠던 영어가 별안간 뒤통수를 치니까요.



렉사일 지수 1200(단어 12000개)이면 해리포터 원서로 읽기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중학교 영어교과서의 본문 내용은 <일상, 음식, 문화, 환경, 직업, 스포츠> 정도입니다. 중학생에게도 쉽습니다. 글의 주제도 기껏해야 '친구와 잘 지내자', '가진 것에 감사해라' 정도입니다. 중등 내내 이런 초등 수준의 글을 읽다가 어느날 고등학생이 되어버리고 갑자기 ‘뇌가소성', '자아와 탈자아', ' 대뇌피질의 기제' 따위 소재의 글들이 등장합니다. 영단어와 문장은 당연히 어려워지고 글의 소재 자체가 차원이 달라집니다. 개연성이라고는 없이 몇 년을 뛰어넘은 넥스트 레벨로 급발진해버립니다.



글의 서술과 전개도 너무나 철학적이고 복잡미묘하고 은유적이라 문장 해석이 다 되어도 아이들은 글 자체를 이해를 못합니다. 한글 해석본을 읽어도 이해를 못합니다. 저는 이걸 '수능식 문체'라 부르며, 중등 졸업 전 아이들의 눈과 머리를 수능식 문체에 적응시키는 데에만 최소 6개월, 그리고 수능 유형별 적응에도 최소 6개월을 잡습니다. 고등 가서 시작하면 된다고요? 아니오. 고등학생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가 첫째거나 외동이신 경우 이 현실을 잘 모르십니다. 한국말로 읽어도 도통 이해 못할 글을 영어로 읽어내야 하는 동시에 학교만 다니고 수행평가만 해도 밤을 새고 시간에 좇기는 우리의 K-고딩들입니다. 대체 언제 양적, 질적 공부가 가능합니까?





과연 우리 아이가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최근에 자녀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 보세요. 내 말도 못 알아듣는 우리 애가 저런 글을 읽어야 한다고? 싶으실 거예요. 결국엔 가능합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저는 이걸 '밑천'이라고 표현합니다. 평범한 아이들, 평범 이하인 아이들, 절대 안 될 것으로 보였던 아이들도 종국에는 할 수 있게 됩니다. 중등부터 올바른 방식과 전략을 취하면요. 즉, 중등 졸업 전 ‘밑천’이 마련되면요. (2편에서 계속)




1. 요즘 애들은 어릴적부터 다 영어 잘하지 않느냐고요? 죄송하지만 정말 모르는 말씀이십니다.

2. 절대평가로 인해 영어과목이 경시되서, 시험이 어려워져서... 다 맞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말씀이십니다. 2

3. 지금부터 양치기로 많이 읽히고 풀리면 독해 해결되겠죠?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씀이십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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