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오프닝 (200603)
우리 마음속에는
초여름에도 눈이 오고
한겨울에도 꽃이 피는
비밀의 정원이 있어요.
부끄러워서
속으로 꿀꺽 삼켰던 고백이
예쁜 열매로
주렁주렁 열리고
가슴 아파서
아무도 모르게 흘렸던 눈물이
반짝거리는
빗물이 되어 흐르곤 하죠.
힘들고 지칠 때,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문을 한 번 열어보세요.
그동안 우리가 심어놓은 이야기들이
커다란 그늘로 우리를 쉬게 할 겁니다.
6월엔 이 비밀의 정원에
어떤 이야기를 심어갈까요?
매일의 행복을 저금하듯이
조금씩 씨를 뿌려볼까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한다. 이 계절의 바람과 햇살, 얼굴에 닿는 촉각, 풀냄새, 꽃냄새,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 등 이 모든 걸 어딘가에 담아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 마음이 너무 외롭거나 쓸쓸할 때, 싱그러운 6월의 풍경에 얼굴을 묻으면 좀 살만하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마음에 어떤 날의 날씨를 담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행복한 날은 대부분 잊고 만다. 마음에 저장할 여유조차 없이 순간이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정작 우울하고 슬픈 날에는 안으로 쌓지 말고 바람결에 날려버려야 하는데, 슬픔만 자꾸 마음에 씨를 내렸다. 슬픈 씨앗은 서럽고 아름답게 꽃이 핀다. 이 꽃을 보고도 예쁘다 반하는 나는 참 속도 없지 싶은 날. 그래도 여러분은 행복하세요.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