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 그 돈이 아니다
돌고 돌아 돈
제가 대학에서 창업 보육을 한 지도 벌써 8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만큼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이 주제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강의 때마다 돈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은 ‘내가 너무 돈, 돈거리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요즘 말로는 “돈미새”, 그러니까 돈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좋은 뜻으로 창업을 하고 싶어서 찾아온 분들에게 계속 돈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게, 제 마음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합니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돈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걸 깊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정작 “돈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분들 중에도 정부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창업가의 의지가 어떻든, 그리고 과정이 어떻든 모든 사업은 돌고 돌아 결국 돈으로 귀결됩니다. 그것이 모든 이해관계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누가 얼마나 열정이 있느냐보다, 그 열정을 얼마나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지속을 가능하기 하기 위한 노력의 끝에는 언제나 돈이 있습니다. 솔직히 내가 돈이 정말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굳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죠.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사업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결국 돈이 들어갑니다. 교통비나 밥값 같은 사소한 지출부터,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집행하기까지 모든 단계에 비용이 필요하죠. 처음에는 자기 돈으로 버티며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한계는 금방 찾아옵니다. 매출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동안에도 먹고살아야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상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사업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돈을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사업에서 외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벌어오거나, 누군가에게 받거나, 아니면 빌려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매출을 내거나, 정부지원 혹은 투자유치를 통해 누군가에게서 자금을 받거나, 금융권을 통해 대출을 받는 방식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같은 ‘자금 조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매출은 내가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한 결과로 얻는 돈입니다. 투자는 나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앞으로의 성장을 담보로 받는 돈입니다. 반면 대출은 책임을 조건으로 빌려 쓰는 돈이죠. 결국 누구의 돈이냐, 그리고 어떤 용도와 목적을 가진 돈이냐에 따라 그 의미와 무게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돈을 버는 일보다 돈에 끌려다니는 일이 훨씬 많아집니다.
그래서 창업가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돈은 어떤 돈인가.” 그 돈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목적과 용도로 쓰이는 돈인지 모른다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돈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집니다.
그럼 지금부터, 돈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 자금을 구분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