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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Jan 10. 2021

독해지는 쩐의 전쟁_ 판이 바뀐다

마케팅 생태계의 진화 방향

사람들이 무섭도록 돈에 솔직해진다. 

건물주가 목표라는 유치원 아이부터, 선물은 현금이 최고라는 어르신까지. 

청년이 결혼이나 출산을 무서워하게 된 원인도 경제적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한다. 

중년 부부의 불화에도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 상실이 큰 이유를 점한다. 


돈을 벌 자라는 목표를 이마에 붙이고 모여 앉아 있는 일반 회사들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케팅의 목표가 점점 매우 단순하게 바뀐다.


이전 마케팅의 큰 지향점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심리 연구를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마케팅의 큰 지향점은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 연구를 많이 한다. 


이전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선호’가 중요했다. 좋아하면 사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마케팅에서는 ‘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경쟁자가 많아 선호도 제고는 언감생심. 

그냥 일단 튀어서 알게만 되면, 그다음 호불호와 구매의사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이전 마케팅의 목표가 모호한 ‘선호’이다 보니, 그 평가지표도 브랜드 선호도 같은 애매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케팅의 목표는 너무나 분명한 ‘매출’이다 보니, 매일 아니 실시간으로 체크가 가능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고,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우리가 쓰는 캠페인 기획서에 자주 등장하는 워드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인식 전환, 대세 감, 시대 가치와 같은 크고 벙벙한 말들이 인기였다면

지금은 액션 유발, 직관적, 호기심과 같은 작지만 분명한 워드들이 핫하다.


예전에 광고회사를 지원한 이유를 들어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공익광고를 만들고 

싶어서”라는 답도 많이 나왔었다. 지금도 물론 가끔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이런 식의 

너무 선하고 순수해 보이는 표현은 인터뷰에서 마이너스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 “커리어 성장을 위한 최고의 실무교육 아카데미”를 지향하는 어느 온라인 교육업체의 

“마케팅 콘텐츠 강의”를 들었다. 실로 다양한 스펙트럼과 방대한 양으로, 투자 비용이 아깝지 않은 

알찬 내용이었다. 29CM 출신 카피라이터, 배민의 카드 뉴스 제작자, 유튜브 광고 등 영상 콘텐츠 

제작자, 최적의 상업적 블로그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사, KPI 전문가 등의 실무에 기반한 

강의들이 있었고 사진 편집, 동영상 편집을 위한 고급 스킬 소프트웨어 활용법까지. 


마케터란 타이틀로, 예전에는 생각지 못한 다양한 업무들이 진행되고 있음에 놀랐다.

이것이야말로 타겟의 가려운 곳을 긁어서 바로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인 실전 마케팅의 세계였다.


역시, 쩐의 전쟁 시대 마케터다운 놀라운 재주들이구먼


그러고 보면, 이전에 우리가 하던 일들, 즉 마케팅 거시환경을 분석하고,

브랜드 이슈를 진단하고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을 고민하던 일은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비교적 한정된 영역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그 영역은 전체 마케팅 영역 중 20프로나 될까?

이러니 젊은 후배들이 우리를 무시할 만도 하다.

큰 그림만 그리고, 실행력은 제로라고.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한다.


그런 것 같은데 아무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서 이런 강의까지 찾아들었을 정도이니. 

어쨌거나 이걸 보면서 더 확실하게 스스로의 한계를 깨달은 셈이다.


문제는 나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케팅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마케터라는 이름을 달고 일하는 많은 후배들에게도 고생문이 

활짝 열렸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어서 경쟁은 미어터지는데 게다가 다양한 분야로 나눠져서 

호환성은 떨어지고, 기술을 연마해야 할 시간은 늘어간다.


마케팅 영역뿐이랴. 

자영업의 세계도 그렇고, 심지어 “사”짜 직업의 세계조차도 내부 경쟁은 치열해져만 간다.

예능이라고 보여주는 TV 경연 프로그램 속 노래하는 분들의 경쟁도, 어떻게 보면 너무 노골적인 

정글 다큐 같아 눈물겹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초창기 세대가 한쪽으로 치우친 우뇌 경력만 쌓았다면, 

이제 앞으로는 우뇌와 좌뇌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균형 잡힌 경력이 대세가 될 터이니, 

그야말로 제대로 된 업글(업그레이드)형 마케터가 될 기회가 제대로 열린 셈이다. 


또 알아야 할 것, 연마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는 

전문성이 높아지고 이 일에 진입장벽이 생기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세상은 트레이드오프다. 

나쁜 일과 기회는 동시에 일어나는 법이다.

이 일이 좋다면, 밝은 면만 쳐다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될 일이다


다양한 영역으로 분화되는 실전 마케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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