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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꽃 흰둥이
By 모레 . Jun 14. 2017

흰둥이와의 산책


작고 까만 코가 경쾌하게 움직인다.

코끝에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짧은 다리로 총총총 걸으며 반짝이는 눈망울이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을 담기에 바쁘다. 매일 하루가 새롭고 신기하지만 꽃 피는 봄이면 흰둥이의 작고 까만 코는 쉴 틈 없이 움직인다.


봄이 한 창일 무렵 흰둥이의 사연을 잡지에 담을 수 있겠냐는 문의가 왔다.

처음엔 신기하다가, 기분이 좋았다가 이내 걱정이 됐다.

그렇게 며칠 고민을 하다 연락을 했고 노령견과의 산책을 주제로 흰둥이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말에 다시 한번 멍- 한 기분이 들었다.


흰둥이가 나이는 많지만 잡지에 실을 만큼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주된 걱정이었다.



우리는 매일 평범한 산책을 한다.

딱히 정해진 코스는 없다.

흰둥이는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왼쪽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간다.

어제 공원을 한 바퀴 돌아왔다면 오늘은 윗동네 골목을 걸어가 보기도 한다.

날씨가 안 좋을 때엔 집 근처 놀이터만 둘러보기도 하고, 그다지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멍멍이네 마당 앞을 기웃대다 돌아오는 날도 있다.

마을 고양이를 만나면 얌전히 바라보고 앉아 내가 밥을 다 주고 올 때까지 기다린다.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짹- 시끄럽게 수다를 떠는 참새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밑동에 마킹을 하기도 하고 짧은 뒷다리로 흙을 차며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목욕이 예정된 날이면 잔디밭이나 에 들어가 마음껏 깡충깡충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흰둥이가 지금처럼 매일 산책을 하게 된 건 지난해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나서다.

산책이나 나들이를 잘 다니는 편이었지만 전에는 많아도 일주일에 3~4번 이 고작이었다.


잘 지내던 강아지가 갑자기 걷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나는 흰둥이의 나이 듦을 실감하게 되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개들에게 잘 발생하는 슬개골 탈구나 디스크, 고관절 이성형 증 등 심각한 병은 아닐까 두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수술이 필요하거나 걱정했던 큰 질병은 아니었다.


큰 병이 아니었어도 한 동안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오동통한 흰둥이의 뒷다리는 점점 야위어 갔다.

의식적으로 아픈 다리를 사용하지 않게 되어 뒷다리의 근육이 빠져버린 것이다.

담당 수의사 선생님하루에 한두 번 평지 산책을 며 뒷다리 근력을 키워 주라고 하셨다.



다행히도 그해 가을쯤 절뚝거림은 눈에 띄게 줄었고 예전 같지 않지만 뒷다리 근육도 다시 붙기 시작했다.


상태는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조금씩 호전되었다.

반면 나의 불안은 눈덩이처럼 커졌다가 컨디션이 좋아 잘 지내는 흰둥이의 모습에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노화로 인한 관절염 진단을 받고 깨방정을 떨며 이리저리 뛰는 흰둥이를 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은 철렁 내려앉지만 그렇게 잘 노는 모습을 보면 기특한 마음이 든다.


지금 흰둥이는 무리하지 않면 다리를 크게 절진 않는다.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도 나름 괜찮았다.

그렇다고 나의 불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조금씩 뒤뚱거리고, 캑캑- 기침을 하거나,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은 언제나 그 불안을 함께 데리고 온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또 모레도 산책하러 갈 것이다.

어릴 적 불렀던 동요‘바둑이 방울’의 노랫말처럼 달랑달랑 달랑~ 달랑달랑 달랑~ 방울 소리를 울리며 동네 한 바퀴 돌아오는 것이 우리 산책의 전부지만 해맑게 걸어가는 흰둥이의 모습에 그렇게 또 다른 추억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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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일직선이 아니야. 모두가 공처럼 둥글게 연결되어 있어.
그건 단지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우연한 일들의 연관이지.
그리고 이건 모레의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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