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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씨 Jun 20. 2023

캘리그라피 #22 북한강에서

북한강에서

고2때 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가을이었을까?. 버스안은 한산했고 차창은 물방울과 습기로 뿌옇게 흐려있었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무성의하게 문질러 놓은 자욱을 통해 보이는 바깥의 우산 행렬은 축축하고 느릿했다. 문질러 닦은 자욱 밑으로 물방울이 그려낸 궤적을 쫒아가고 있을 때,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낮은 목소리와 잔잔한 기타소리가 어떤 소리도 어떤 말도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귓 속 깊숙한 곳을 깨트리고 들어와, 척추를 타고 흘러 발아래까지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내려갔다. 정태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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