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비싸지는 순간, 다만 머뭇거림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다는 말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권리,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지 않을 권리는 대개 적절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획득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유의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생의 귀한 시간을 기꺼이 숫자로 바꿉니다.
하지만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면, 자유의 가격은 고정되어 있지 않은 듯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적당한 잔고만으로 충분했던 자유가, 다른 이에게는 아무리 많은 숫자를 채워도 여전히 닿지 않는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지켜야 할 품위와 유지해야 할 환경이 늘어나고, 그것들이 다시 자유의 발목을 잡는 광경은 낯설지 않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돈을 벌었으나, 그 돈을 지키기 위해 다시 자유를 반납하는 순환을 목격합니다. 관찰자의 눈에 비친 그 모습은 마치 높은 성벽을 쌓아 안전을 확보했지만, 정작 성벽 밖으로 나갈 열쇠를 잃어버린 성주와 닮아 있습니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눈빛은 그 성벽이 주는 안락함과 구속함 사이의 괴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 그 자체일까요, 아니면 돈이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 어떤 '상태'일까요. 만약 그 상태가 돈 없이도 도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지금 너무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조용히 묻게 됩니다. 물론 현실의 중력은 무거워서, 이러한 물음조차 여유라는 이름의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과 자유의 관계를 단정 짓지 않으려 합니다. 돈이 자유를 완성한다는 주장과 돈은 자유를 해친다는 냉소 사이에서, 그저 현재 내가 딛고 있는 지면을 내려다볼 뿐입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편을 들기에는 삶은 훨씬 복잡한 맥락으로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유를 사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가 이미 가진 자유가 얼마만큼의 무게인지 가늠해 보려 합니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아 그저 이 모호한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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