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예산은 없고 인력도 없고, 열정만 있을 때 대처법
“배달의 민족처럼만 되게 해 주세요.”
입사 후 첫날 대표님과의 면담에서 들은 말이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내 귀를 의심하면서 한편으로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배달의 민족은 업계에서 마케팅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회사였다. 마케터들의 꿈의 회사? 관련된 직군의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 한 그쯤 되겠다.
그런 회사처럼 되게 해 달라고? 고작 나 제외한 팀원 1명뿐인 팀에서 그게 가능할까? (브랜딩 관련 담당자는 회사에 2명뿐)
하지만 입사 버프로 인한 자신감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지 역전 배달의 민족을 외치며 그렇게 첫날의 업무, 그리고 굿닥에서의 브랜딩 활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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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마케팅 예산은 어느 정도 되나요?”
당시 굿닥의 마케팅 예산을 확인해 보았다. 디지털 마케팅을 활용하여 꽤 큰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같은 계열사인 피키캐스트와 쿠차에서 큰 금액을 들여 매스마케팅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기에 순서상 다음은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여하튼 딱히 회사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정작 돈 쓰려고 하면 눈치 보이는 그런 것..! (간이 콩알만 해서 큰돈 못쓰겠다)
다행히 나름 목표로 하는 KPI는 디지털 마케팅 등으로 충족하고 있었으며 팀 내 분위기도 자유로웠다. 현재 유튜버로 활동하고 계신 당시 마케팅팀 팀장님 께서도 COOL하셨기에 팀의 성격만큼이나 말랑말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나의 경우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3가지의 필수조건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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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얼마나 오래 그리고 깊게 아이디어를 생각하는가. 사람마다 위치나 시간 등 방법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얼마나 많이 그리고 심도 있게 고민하느냐에 따라 양적으로 질적으로 탄력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
두 번째로 아이디어의 끊고, 맺음은 있어야 되더라. 아이디어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자신이 기준점에서 칼같이 쳐야 할 때가 많다. (정말 엄청 많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이런 경우가 많다.
불현듯 엄청난 크리에이티브가 나를 덮치는 날.
그 날은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아이디어가 최고다.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 귀에 안 들어온다. 그리고 끝내 실행까지 하지만 아쉬운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여러 번 봐왔다. (나 조차도 많다) 우선 주변에 자기의 아이디어를 사정없이 까 줄 수 있는 그런 멘토(?)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가장 진짜 가장 중요하다 생각되는 건데 바로 사내 문화이다. 가장 안 좋은 사례는 회의시간에 대표님이나 혹은 팀장만 이야기하고, 답정너처럼 그분들의 생각만 실행에 옮기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 과정의 회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수평적이고,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내 문화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회의시간 때 답정너인 팀장이 있다면 퇴사가 본인에게 이로울지도)
여하튼 경력직으로 이 곳에 왔으니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어떻게 하면 배달의 민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곰곰이 현 상황을 생각해 봤다.
당장 나의 마케팅 활동을 위한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다.
현재 브랜딩은 나를 포함해 2명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남다른 뜨거운 열정이 있다.
상황이 굉장히 좋지 못하다. 퇴사할까..? 약 10초 정도 생각해 봤지만 이래나 저래나 지금까지 가진 거라곤 부모님이 물려주신 멀쩡한 몸뚱이와 차별화된 잔머리 하나로 살아온 인생 아닌가. 정석적인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한번 이 미션을 해결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입사 전 열정의 나날들.
김용훈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