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가이가 알려주는 진짜 유통]
*본 글은 여러 정황과 가정이 포함됐습니다. 참고해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 입니다. 오늘은 다소 도발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주제는 “쿠팡이 네이버에 입점한 진짜 이유” 입니다.
온라인으로 물건 구매를 할 때 가장 흔한 패턴은 내가 자주 찾는 쇼핑 앱을 실행하거나 or 네이버에 상품명을 검색 후 최저가(가격비교)로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가격비교를 통한 커머스(플랫폼) 유입률은 대략 40% 이상이고, 거래 대금의 20%가 여기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 전체 시장에서 네이버는 절대 강자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이는 모든 입점 업체가 2%의 수수료를 내야 하면서도 트래픽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TMI: 해외는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진유연의 토크 콘서트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업체가 네이버 가격비교로 열 올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쿠팡은 빠져있었는데요. 사실 쿠팡도 과거에 입점했었지만, 마케팅 효율이 낮다는 판단하에 더 이상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작년 말에 쿠팡이 다시 네이버 가격비교에 입점을 했습니다? 기사나 당시 쿠팡의 상활 설명에 따르면 고객 유입이 많아 다시 입점을 했다는데요.
과연 쿠팡이 단지 트래픽 확보 때문에 다시 입점한 것일까요? 가격경쟁력도 충분하고 로켓배송이라는 믿을 구석도 있는데 뭔가 설명이 영…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 며칠전 모 대표님의 요청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매출 4조 중에 적자만 1조인데. 네이버 유입이 더 늘면 적자폭이 커지고 추가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쿠팡 VS 나머지 쇼핑몰 이런 그림이 되겠죠.
TMI: 솔직히 현재 국내 이커머스는 그저 쿠팡이 뭐하나 지켜보다가 비슷한 걸 좇는 상황이라 보면 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쿠팡이 굳이 호랑이 굴이라 말하는 네이버에 찾아가 입점하고, 거래 데이터를 넘겨주고 수수료까지 내는 상황. 단지 볼륨 확보만을 위해 입점했다기엔 영 찜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가격비교로 몇 번 글을 쓰기도 했는데 그건 최저가 구매와 노출에 대한 팁이었지 실제 가격 비교 구조를 설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Tip: 가격비교를 이해하려면 딱 하나만 기억해두면 됩니다. #카탈로그
카탈로그 (국어사전)
선전을 목적으로 그림과 설명을 덧붙여 작은 책 모양으로 꾸민 상품의 안내서. ‘목록’, ‘상품 안내서’, ‘일람표’로 순화.
그래서 카탈로그가 대체 뭐냐? 쉽게 설명을 하면 이 라면과 저 라면이 같은 푸라면이라고 묶어 주는 겁니다. 아니 근데 각 쇼핑몰마다 표기도 다르고 상품 분류 체계가 다른데 네이버가 어떻게 같은 푸라면인지 알아보고 가격 비교를 해줄까요?
카탈로그는 A, B, C 상품이 다 같은 푸 라면이라고 묶어 주는 구분 값과 나중에 등록한 상품도 여기에 매칭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한 놈이 기준을 잡으면 다른 상품들도 그 옆에 주르륵 붙어 서는 것이죠.
카탈로그를 만들고 나면 각각 상품을 매칭 시킨 후에 이때부터 가격비교, 즉 전쟁이 시작됩니다! 쿠팡도 요 카탈로그가 적용되는 시기에 맞춰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 가격비교에 다시 입점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아마존(AMAZON)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아마존에는 자체 상품을 구분하는 고유 값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ASIN(Amazon Standard Identification Number) 이라고 하는 자체 식별 번호죠. 우리가 알고 있는 상품 바코드인 88코드처럼 아마존 전용으로 사용하는 상품 코드입니다. 설명은 요기까지 하고 아마존의 ASIN 정책을 살펴볼까요?
ASIN 생성 정책
아마존 카탈로그에 있는 상품을 판매하려면 오퍼를 먼저 생성하고 기존의 ASIN 상품을 매칭해야 합니다. 만약 상품이 카탈로그에 없다면 새로운 ASIN을 생성해야 합니다.
중복 ASIN 생성 정책
아마존 카탈로그에 이미 존재하는 동일한 상품에 대한 새 ASIN을 생성하는 것은 금지되며, 이 경우 ASIN 생성 또는 판매 자격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영구적으로 박탈될 수 있습니다.
상품을 아마존 카탈로그의 기존 상품에 매칭하면 양질의 구매자 경험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복 리스팅을 생성하는 대신 기존 상품에 매칭하면 해당 상품에 대한 구매자의 관심과 트래픽을 통해 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새 상품은 신규 ASIN을 생성하지만 카탈로그에 있는 상품은 기존 ASIN을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합니다. 기존 ASIN 이 있는데 신규로 만들면 판매 자격이 영구 박탈! 절대 하지 말란 거죠. 그럼 아마존에 기 등록된 상품과 동일한 상품을 팔라고 등록하는 순간 나도 카탈로그에 연결! 된다 이 말입니다.
바로! 푸라면을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다 같은 푸라면만 쭈욱~~~~ 노출이 되겠죠. 그때 어떤 상품이 먼저 노출되는지는 머 다양한 리스팅 로직이 있겠지만 상식선에서 제일 많이 팔린 상품, 구매평이 좋은 상품, 가격이 낮은 상품이 노출되겠죠! 거기에 “광고” 상품도 노출이 될 테구요.
ASIN을 운영함으로써 신규 셀러, 신규 상품을 기존 카탈로그에 바로바로 매칭하게 됩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 에헤이 그런 거라면 이 새벽에(AM 02:29) 뭐하러 글을 쓰겠습니까? 당연히 아마존이 많이 벌기 위해서죠! 판매자 간의 가격경쟁 유도, 현질! 아니 광고 집행 강제~ 되겠습니다.
* 아마존 표준 식별 번호는 아마존에서만 사용하는 독자적 제품 식별 번호입니다. 사용하는 독자적인 제품 식별 번호입니다. 도서의 경우 ISBN 코드를 붙이지만, ISBN이 없는 도서나 그 외 기타 제품은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할 때 입력하는 UPC, EAN과 상관없이 아마존의 ASIN 코드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 번호는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고유번호일 뿐 어떤 규격이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ASIN을 이용하면 아마존 검색창을 물론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 판매 방식 Sell Yours or PL
PL은 기존 상품에 내 브랜드(내 상점)를 입혀서 판매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동대문 옷을 사서 택갈이를 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안 되고(꼭 다르다 얘기하기 애매하지만) 같은 푸라면인데 커머스가이 푸라면, 진유연씨 푸라면, 진유연구원 푸라면을 각각의 Prinate Label로 인정해주는 겁니다.
같은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푸라면이라도 라면만 전문으로 파는 셀러의 상품일 수도 있고, 간편식 판매하는 셀러가 등록한 푸라면일 수도 있죠. 혹은 푸라면 유통사인 K푸드 전문몰 셀러가 파는 푸라면일수도 있구요. 이런 방식이 바로 PL 판매 방식 입니다.
그럼 Sell Yours(아마존 구분상 RA_Retail Arbitrage)는 뭐냐!
자 앞에서 설명한 ASIN으로 카탈로그 시스템을 딱 만들어 놨단 말이죠. 그런데 아마존 사이트에서 한 번이라도 상품을 구매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마존 상품 리스팅은 모델이나 착용컷이 여러 개 들어간 상세 이미지를 따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저 밋밋한 상품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 어마 무시한 후기 이렇게 구성돼 있죠. 아마존 입장에서도 같은 상품을 전 세계 판매자들이 각각 다른 이미지로 올리게 되면 관리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 무엇이 있냐! 이미 카탈로그에 있고, 다른 판매자가 등록해 둔 기본 정보, 전체 이미지 및 약간의 세부 이미지를 등록해 놓았다면 바로 그 상품을 클릭하고 “내가 이거랑 똑같은 거 팔 거야!!”라고 누르고 가격만 입력하면 내 상품이 등록됩니다.
정신이 아득해지나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아마존에서 LG 65인치 LED TV를 검색했습니다. 판매 건수가 많은 상위 셀러들 중에 가장 저렴한 상품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죠. 상품의 상세페이지(우측 하단)에 있는 <Sell Yours> 버튼을 눌러 97만 원이라고 입력하면, 바로 내 상품이 등록됩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상품 좀 검색하다가 맘에 드는 제품(내가 싸게 확보할 수 있는)을 보고 내 거 팔기!!를 누르면 끝~ 대신 가격을 좀 더 싸게 설정해서 광고를 돌리면 잘 나가던 판매자 대신 내가 잘 나가는 판매자가 되는 거죠.
당연히 싸게 팔아야 잘 나가고(기존의 수많은 후기를 확보한 셀러를 이기는 방법은 가격뿐입니다.) 거기에다 광고까지 돌려 상위에 노출만 잘되면 바로 탑셀러가 되는 겁니다.
TMI: 손실은 좀 있겠지만 총매출액(GMV)만 따진다면… 후후후
제목에 쿠팡을 끼워놓고 대체 쿠팡 얘기는 언제 하냐고요? 아마 여기까지 오기 전에 나간 분들도 있겠죠... ㅎㅎㅎ 그래서 지금 정도에 시작하는 겁니다.
아마존이 ASIN을 가지고 뭘 한다고요? 네. 카탈로그요. 네이버 가격비교도 카탈로그 그리고 쿠팡도 네이버에 입점하면서 카탈로그 작업을 뙇!!
근데 쿠팡에도 푸라면을 파는 셀러들과 쿠팡 본체(직매입한 로켓배송 상품)이 있을 텐데 그들 간에도 경쟁이 있을 거란 말이죠.(참고: ‘네이버 최저가의 비밀’ 글을 읽으셔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고 읽어봅시다!)
이들 중에 제일 싼 놈을 네이버에 노출해 주는데. 이 쿠팡의 롤모델이 아마존 아닙니까? 쿠팡도 아마존이 하고 있는 Sell Yours를 ‘내 상품 팔기’ 혹은 ‘나도 팔기’, ‘로켓 팔기’ 등으로 똑같이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전에 쿠팡은 2016년에 오픈마켓 사업을 사면서 *아이템마켓 이름의 가장 좋은 조건의(가격, 서비스) 단 하나의 상품만 노출해주는 방식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1등 상품에는 ‘위너’ 라는 이름도 달아줬죠.
*아이템마켓은 다른 오픈마켓과는 달리 여러 판매자가 같은 아이템(상품)을 등록했을 때 더 좋은 조건인 대표 상품 하나만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같은 아이템을 여러 판매자가 판매할 경우 가격, 배송, 상품 만족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고객에게 좋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판매자의 상품이 ‘아이템 위너’로 선정돼 대표 상품으로 보여진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플랫폼이라는게 쿠팡의 설명이다.(지디넷)
자 이제 아마존의 Sell Yours와 쪼~~끔 연관성이 보이나요? 그런데 쿠팡이 충분한 유저 확보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네이버 가격비교를 하게 됐을까요?
제 생각(뇌피셜)은 이렇습니다. 바로 네이버 가격비교 로직을 이해하고 실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서죠. 과거만 해도 절대 외부로 데이터를 주고 싶어 하지 않았던 쿠팡인데, 기준을 깨면서까지 제휴하는 건 네이버 가격비교 구조를 파볼하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걸 어디에? 쿠팡 내부 시스템에 심는 것이죠! 굳이 네이버에 가지 않고 쿠팡에서만 검색해도 안에서 카탈로그 작업이 돼 가격, 서비스 평점 순으로 쫘르르르르륵 나온다면? 여기에 내 거 팔기 기능을 추가해 신규 판매자와 기존 판매자의 아이템 등록을 유도한다면?
소비자는 신나겠죠. 쿠팡에 가서 그냥 가격이 싸고 로켓배송인가만 확인하고 사면 끝인 좋은 세상인데. 거기에 쿠팡이 최저가 로직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셀러가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더해져 상품 가격이 더더 내려가겠죠? 그리고 이 로직이 구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커머스 시장에 밝은 박 사장이 있습니다. 그의 아이템 선정 능력은 이미 업계에서도 소문나 있습니다. 회사에는 훌륭한 직원들이 있고 멋진 물류센터도 갖고 있지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에 물건만 내놓으면 완판이고, 쿠팡에서도 매번 1등을 놓치지 않는 탑셀러입니다.
그리고 제조사와 딱 붙어 있는 대형 도매상 김사장도 있습니다. 그는 그저 도매만 알지 온라인? 이커머스는 1도 모르죠. 마지막 남은 2G 유저이기도 합니다. 근데 여차여차해서 김사장도 쿠팡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쿠팡을 들여다보니 박사장이 올려놓은 물건을 김사장이 더 싸게 팔 수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박사장이 파는 상품들만 골라 제조사를 통해 물건을 확보하고 무려 10% 이상 싸게 팔아버립니다.
매번 1등만 하던 박사장도 지기 싫어서 12% 내렸습니다. 얼마 있다가 김사장도 20% 내려버립니다. 아... 박사장 물건 안팔려요. 창고에 계속 재고만 쌓여 있어요.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30% 떨이로 팔아버립니다.
자! 여기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진유연 토크콘서트에서...)
+ 아마존이 가격비교 기능을 도입했는데도 왜 광고는 하지 않을까요? 플랫폼의 위엄이 팍팍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이건 앞에 내용을 읽어 보신 후 각자 생각해 보시면 답 나옵니다. 정말입니다. 스크롤을 더 내려도 내용이 없습니다. 끝! 언제나 그렇듯 제가 파악한 수준에서 정리한 내용이기에 다른 의견이나 실제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댓글이나 이메일로 알려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진유연씨를 보기 어려우셨죠? 사실 저도 인사이트 뽑아내는 게 쉽지 않고 이전만큼 열심히 써도 반응이 덜한 것 같아. 괜찮은 기사나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뇌피셜하면 진유연 아니겠습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나 좋아요와 댓글, 공유와 소개는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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