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바를 먹어본 적 있으신가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초록색’ 부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텐데요. 이러한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SNS를 통해 공유되고 일반 게시글에도 3천여 개의 공감이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얻자 롯데제과는 이 생각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롯데제과의 발표에 따르면 빨간색과 초록색 부분의 비율이 바뀐 ‘거꾸로 수박바’는 출시 10일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되며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였다고 하죠. 최근에는 재미를 소비하는 펀슈머가 중요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오늘은 펀슈머와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펀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상품의 후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공감을 얻기 위해 재미있는 상품을 소비하길 기대합니다. 가심비를 넘어 가잼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데요. 펀슈머는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단어로 소비 과정에서 즐거움을 추구하고 소셜미디어에 후기를 공유하는 소비자를 말합니다.
statista에서 공개한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 트렌드 차트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월 10억 명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채널이 발달하고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넓어지면서 펀슈머에 대한 마케팅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펀 마케팅은 최근 발생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아닙니다. 펀 마케팅은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한 경영 기법인 Fun 경영을 모태로 한 마케팅 기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 주로 TV 광고에서 재미있는 CM송을 만든다거나 오프라인 체험존을 운영하는 형태로 마케팅을 진행하였습니다. 롯데제과의 빠삐코 아이스크림은 독특한 CM송으로 수많은 패러디를 양성하며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였죠. 이처럼 2000년대 초반 펀 마케팅은 TV나 라디오 매체를 통해 기업의 광고 속에 재미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형태가 일반적이었고, 오프라인 상에서는 단발성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펀 요소를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기업 중심형’ 펀 마케팅이었습니다.
<출처: 롯데푸드 빠삐코 CF(좌) / 현대카드 CF(우)>
2010년대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매체가 변화하며 펀 마케팅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SNS 등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이 생기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마케팅이 성행하였습니다. 국순당에서는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막걸리 빨리 따기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회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공유하여 소비자의 관심도를 높였습니다. 하이트진로에서는 ‘소맥 제조사를 찾아라’ 이벤트를 열어 자신만의 특별한 소맥 레시피를 가진 참가자에게 ‘쏘맥자격증’을 발급하였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펀 마케팅은 브랜드의 특징을 살려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이벤트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소비자 참여형’ 펀 마케팅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출처: mnb, 국순당 막걸리 빨리 따기 대회 (좌) / 온라인 커뮤니티, 하이트진로 쏘맥자격증(우>)
최근의 펀 마케팅은 일회적이고, 단발성인 이벤트를 넘어 브랜딩에 꼭 필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등의 재치 있는 문구를 사용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잡는 방식으로 1등 배달 앱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매년 봄 신춘문예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 카피를 작성하도록 만들고 수상을 진행하였습니다. 2018년도 진행된 제4회 ‘배민 신춘문예’는 총 123,657개의 출품작이 접수되는 등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이를 통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환기시키고 매년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어 한국마케팅협회에서 주최하는 2018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에서 디자인 경영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단순히 기업이 주도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기획하는 ‘소비자 주도형’ 펀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배민 신춘문예 수상작(2017)>
한편으로는 SNS에서 소비자의 아이디어와 후기가 공유되면서, 인터넷 용어가 제품명으로 유행하거나 예쁘고 재미있지만 쓸모없는 일명 ‘예쁜 쓰레기’ 상품에 대한 과시적인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각 업체에서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앞다퉈 출시하고, SNS에서 유행할 법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소비자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발 빠르게 맞춰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펀 마케팅은 매출과 직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다양한 업계에서 펀 마케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 한정판 ‘괄도네넴띤’>
팔도는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하여 SNS에서 유행하는 말투를 제품 이름에 접목하여, ‘괄도네넴띤’을 출시하였습니다. ‘괄도네넴띤’은 출시 23시간 만에 일주일 판매량인 1만 5천 세트가 완판 되었습니다. 팔도는 한정판 제품의 성공을 통해 ‘괄도네넴띤’을 정식 제품으로 론칭하여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단순히 ‘재미’를 위해 구매하는 키덜트 물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 키덜트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펀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매체 전략도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SNS가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고 직접 제품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매출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스타 상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제품을 변형시켜 매출을 확보하고, 스타 상품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 향상을 위한 서바이벌 전략으로 펀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영국 남자 채널 캡처(좌), 핵불닭볶음면 제품(우)>
삼양의 대표적인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소비자의 다양한 콘텐츠를 양성하였습니다. 외국인들의 챌린지 영상, 새로운 불닭볶음면 레시피 영상 등 소비자들의 콘텐츠 재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삼양은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챌린지’ 콘셉트에 맞는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하였고, 치즈를 넣어 먹는 레시피를 본 딴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출시하여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100만 개를 기록하며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출처: 인스티즈 트와이스 멤버 나연(좌), 움직이는 토끼모자 제품(우)>
2018년도 출시된 청년떡집의 ‘티라미슈 크림떡’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상에서 크림치즈가 들어있는 떡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청년떡집’ 해시태그가 5000개를 넘고 월 매출 3억을 달성하는 등 SNS 매체의 후기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트와이스 멤버 나연이 팬미팅에서 토끼모자를 착용한 모습이 유튜브 조회 수 16만 회를 넘기면서 토끼모자가 인스타그램에 약 5만여 개의 인증샷이 게시되는 등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월리샵에서 이 모자는 매달 5천여 개씩 판매되고 있으며 월 매출은 약 4~5천만 원 수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펀슈머들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재미있는 제품을 찾아 나르는 역할만을 하지는 않습니다. SNS 인증 문화와 영상 매체를 통해 소비하는 펀슈머들은 제품에 대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패러디하며 소비를 즐기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출 향상에 큰 역할을 하며 기업이 펀 마케팅에 있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펀 마케팅이 늘 성공을 이끄는 열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펀 마케팅은 특성상 유행에 따라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훼손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펀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자 하는 마케터들은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어낼 수 있도록 소비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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