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Online to Offline. 한국에서 지난 2015년부터 O2O 스타트업에 대한 많은 투자가 진행돼왔으나 올해는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 관련 기사: 배달앱으론 더 이상 돈 벌기 힘들어요!(KBS)
동시에 재편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거액의 후속 투자를 받거나, 거대 IT 기업들이 이 영역을 점유해가고 있는데요. 대표 주자는 세곳. 네이버, 배달의민족, 카카오입니다. 이들은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각각 다른 방향으로 O2O 영역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네이버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포털 최강자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죠. 이들 역시 PC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해왔습니다. 당시에는 O2O라고 명명하진 않았지만, 오프라인의 매장을 네이버 중심으로 모아놓으려고 했죠.
NHN은 자회사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을 통해 지난해부터 로컬 사업을 준비해왔다. 지난주 내놓은 '네이버 쿠폰'이 그 신호탄이다. 네이버 쿠폰을 통해 상점주들은 모바일을 통해 상점 위치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쿠폰 발행 등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발행한 쿠폰은 네이버 지도와 맛집 정보 서비스 윙스푼, 미투데이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에 노출된다. - 로컬 광고, 업계 재편 시작되나?(2012년 아이뉴스24)
개인적인 생각에 네이버는 맛집, 쿠폰 서비스를 중심으로 골목상권의 광고 영역을 가져가려고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 꿈은 실현되지 못했죠. 2013년 골목상권 침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윙스푼, 쿠폰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접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O2O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신한카드와 함께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적립률이 무려 1%가 되는 어마어마한 혜택이 담긴 카드인데요(사전신청 경우 올해에 한해 2% 적립).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 후 O2O 영역을 가져가려는 목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었을 뿐인데, 이 카드를 만든 사람의 오프라인 결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물론 모든 데이터는 익명화된 정보입니다. 한 가지 더. 네이버 체크카드의 가장 큰 강점인 ‘결제금액의 1%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해준다’는 점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네이버페이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북스, 네이버쇼핑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콘텐츠와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됩니다. 2~3년 전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자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하며 할인된 금액만큼을 포인트로 돌려준 뒤 재방문을 유도했던 전략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이번 체크카드 출시에는 오프라인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헤어/패션/쇼핑 등의 O2O 신사업을 뒷받침하는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 네이버페이 체크카드 출시에 담긴 의미 2가지(모비인사이드)
IT업계에서 3~4년이란 시간이 묶여있었다는 것은 손해를 넘어 사업의 존망을 위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네이버로서는 2013년의 골목상권 관련 서비스 철수가 뼈아픈 일일 수밖에요.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쇼핑과 오프라인 체크카드를 엮어서 새롭게 O2O에 진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가 2013년 당시 골목상권 연관 서비스들을 접는 동시에 진행했던 것은 관련 벤처(스타트업)와의 협업이었습니다. 이른바 '상생협력 MOU'를 체결한 것입니다.
양사(네이버-우아한형제들)는 앞으로 신규 사업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양사는 지도·지역정보, 배달음식점 정보 등 위치기반 정보의 활용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인터넷 선도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기업 사이의 동반성장을 위한 제휴로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인터넷 생태계 내 건강한 상생발전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 네이버 '배달의민족'과 상생협력 업무협약(연합뉴스)
배달의 민족은 네이버가 발을 뺀 그 곳에 숟가락을 얹고 '지도, 지역정보, 배달음식점 정보'라는 킬러 콘텐츠를 손쉽게 확보하면서 초기 사업 운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단순히 배달 서비스를 대행하는 것을 넘어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푸드테크 O2O 업체로도 변모하고 있죠. 그 핵심은 적극적인 골목상권 연관 O2O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 합병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단순히 모바일로 배달을 중개하는 것을 넘어, 배달이 되지 않는 반찬, 신선식품 배달로도 확장하고 있다. 적극적인 관련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달앱을 서비스하는 배달의 민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배달’ ‘상권’을 키워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죄다 인수,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배달전문업체 두바퀴콜, 반찬 정기배송업체 더푸드, 신선제품 정기배송업체 덤앤더머스 등 6개 업체를 인수했고, 식권대장을 서비스하는 벤디스에는 공동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이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방안입니다. - 카카오의 습격…한국 O2O, 간택돼야 살아남는다?(모비인사이드)
배달의 민족은 해외 진출에도 열심입니다. 2014년 라인과 함께 합작법인 '라인 와우'를 만들고 일본 배달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서비스가 종료되긴 했지만, 국내 시장에 자리잡은 O2O 서비스가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입니다. 라인은 대만,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스페인, 총 6개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중이며 인도를 제외한 5개국에서 15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배달의 민족도 동남아 시장으로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O2O 하면 가장 핫한 회사는 카카오입니다. 택시, 자동차 수리 및 애프터마켓, 미용실, 네일아트, 주차장, 대리운전, 홈클리닝 등, 핵심 O2O 영역의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따로 운영했던 서울버스와 지하철, 내비게이션까지 카카오 생태계로 통합하는 데 이릅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콜택시 앱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로 교통 O2O에 발을 들인 뒤 올 초 모바일 내비게이션 카카오내비를 출시하는 등 이용자들의 이동과 관련한 서비스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 전국 주요 지하철 노선 및 경로 정보 제공 서비스인 카카오지하철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새로운 지도 서비스인 카카오맵도 선보일 계획이다. - 택시·대리운전 이어 버스·지하철까지 … 카카오, 교통 O2O 시장 장악(디지털타임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곧바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송금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결국 카카오톡에 가입된 사람들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의 서비스를 연결하거나, 카카오톡 내에서 화폐가 오고가게 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짓고자 하는 겁니다.
카카오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O2O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메신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위챗, 와츠앱, 라인 등에 밀리고,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광고와 게임 부문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2015년 실적을 보면 매출은 123억 원, 영업이익은 450억 원, 순이익은 415억 원 하락했는데요. 주된 원인은 카카오 매출의 양대 축을 이루는 광고와 게임 부문의 부진에 있었습니다. 2015년 4분기 카카오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 하락, 게임은 16% 하락한 상황이죠. 즉, 카카오 역시 생존을 위해 이 영역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3사 모두 나름의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네이버는 끝내 빼앗긴 모바일의 주도권을 O2O를 통해 찾아오고 싶어하고, 배달의 민족은 큰 적자폭을 감당하더라도 깃발을 꼽은 골목상권 영역의 시작과 끝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영역을 독점했으나, 그 이후의 수익이 마뜩잖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O2O는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아줄 것만 같은 시장이었는데요. 교통, 쇼핑, 뷰티, 홈클리닝, 그리고 골목상권까지. 이제는 점유한 영역을 바탕으로 빠르게 연관 시장을 점유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시점으로 바뀌었습니다. 1년 사이에 이토록 큰 변화가 들이닥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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