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도박에 가까운 사업은 많은 예산이 들면서도 성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콘텐츠 제작 사업인 것 같다. 예를 들면 게임과 영화 같은 것 말이다. 그 중에서 내가 관심이 많은 영화가 정말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린스타트업 책을 2012년에 처음 접했을 때, 영화 산업의 리스크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빠르게 만들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이 영화의 스토리가 전달하려는 감정의 선들을 잘 전달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은 Pixar 영화들의 성공과 인터뷰들로 확신이 들었었다. 그들의 훌륭한 영화들도 처음에는 정말 엉망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말이다. 3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피드백을 통해 영화를 개선하는 것이 배우가 필요한 다른 영화보다 더 요긴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Creative Inc,)라는 책은 Pixar의 창업자이자 사장인 Ed Catmull이 3D 그래픽으로 구성된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기업 문화가 필요 했었는지에 관해 교훈을 공유하는 책이다. 그 핵심은 훌륭한 인재들에게 전권을 맡기되, 차별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상하를 막론하고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고, 그런 피드백 주기를 빠르게 실행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UNLEASHING CREATIVITY REQUIRES THAT WE LOOSEN THE CONTROLS, ACCEPT RISK, TRUST OUR COLLEAGUES, WORK TO CLEAR THE PATH FOR THEM, AND PAY ATTENTION TO ANYTHING THAT CREATES FEAR.”
from the book, “Creative, Inc”, Ed Catmull.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실수가 사실 실패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면 모든 임직원이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실수를 한 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시도 없이는 창의성이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결국 창의성있는 결과물은 새로운 시도에 따른 실수와 실패를 필수로 한다. 그래서 그런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초기에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것이 창의성이 발휘되는 문화에서는 필요하다.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문화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 신뢰는 팀원이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빠르게 학습하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창의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의 정의 자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포함한다. 어떻게 예상되는 시도나 아이디어만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리소스를 제한한다. 제한되어 있는 시간, 도구, 인력을 가지고 결과를 만들려 할 때 사람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검증된 방식으로 예측된 결과를 얻기 시작할 때 안정감을 느끼지만, 창의성이 필요한 회사는 그런 상황이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창의성이 중요한 회사에서 균형이 맞는 안정감이란,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고 이로 인한 갈등과 혼란을 해결하는 과정이 밸런스가 맞게 진행되는 상태라고 한다. 마치 서퍼가 파도를 올라타서 무게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과 같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그런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을 감당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실수와 실패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문화가 얼마나 직관적이지 않고, 우리 본능에 반하며, 실천하기 어려운지 얘기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불편하고 엉망인 것 같은 과정이 창의적은 결과물이 나올 때의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라는 것을 강조한다.
책은 말미에 저자가 얻은 교훈을 실행 가능한 지침의 형태로 정리해 두었다. 이 중에 개인적으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1) 초기 엉망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 (2) 솔직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신뢰의 문화를 만드는 것, (3) 잘 알지 못하고 놀라게 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문화, 그리고 (4)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제한된 리소스를 사용하는 방법인 것 같다.
Our job as managers in creative environments is to protect new ideas from those who don’t understand that in order for greatness to emerge, there must be phases of not-so-greatness. Protect the future, not the past.
There are many valid reasons why people aren’t candid with one another in a work environment. Your job is to search for those reasons and then address them.
Change and uncertainty are part of life. Our job is to resist them but to build the capability to recover when unexpected events occur. If you don’t always try to uncover what is unseen and understand its nature, you will be ill prepared to lead.
Engaging with exceptionally hard problems forces us to think differently (usually under time limit).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의 이러한 교훈들은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게도 정말 중요하다. 특히나 요즘의 IT분야에서는 끊임없이 혁신을 해 나가야 계속 존속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으로 검증된 방식이 있는 곳에서는 임직원들은 이미 검증된 방식으로 예측되는 결과를 얻으려 한다. 이런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적인 경향성은 자연스러운 보수적인 성향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은 위험을 피하려 하며,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만든다. 기존의 것을 최적화하는데 도욱 노력을 쏟는다. 그럼 자연스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도전자의 혁신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간편한 송금을 가능하게 했던 토스 앱은 6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만에 회사 가치가 1조원이 되도록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토스가 아닌 카카오페이의 송금 기능을 쓰기 시작하고 토스 앱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토스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혁신적인 회사에서도 기존 제품의 최적화 이상의 새로운 혁신이 내부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최초의 제품-시장 적합성 (Product-Market Fit)을 찾은 다음에 사업이 확대 되는 시점에 필요한 내용은 것 같다. 제품-시장 적합성을 찾고 나면 경쟁자가 나타나고,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경쟁은 수익성 악화를 불러 일으킨다. 그 압도적인 경쟁력이 새로운 혁신에서 다시 발견되어 키워져야 하고, 그런 혁신은 창의성을 보존하고 격려하는 문화에서 가능해 진다.
해당 콘텐츠는 김태현(tkim.c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