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가 남긴 이 말은 교육이 지니고 있는 강력한 힘을 상징합니다. 역사적으로 문해력, 즉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사회 진보의 원동력이었으며, 때문에 많은 개혁가들이 교육을 통해 변혁을 이끌고자 했습니다. 물론 교육을 매개로 통제된 사회를 디자인했던 이들도 적지 않지만, 교육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한 촉진제였음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배우게 되면 더 넓은 지식을 탐닉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고, 끝내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기업교육은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교육이 지닌 본질적인 힘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목적의 결은 다를지언정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기업교육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성과를 창출하고,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은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단연 교육이지요.
그러나 지금, 교육은 스스로 변화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기업교육의 근본적인 진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시장의 지형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세상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하여 전략을 세운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기업들은 매 순간 자사의 서비스와 가치를 재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Deloitte)가 2018년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HR 및 비즈니스 리더 11,000여 명 중 54%의 응답자가 ‘미래 기술을 확보할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기업교육의 주요 역할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딜로이트와 MIT Sloan 경영대학원이 전 세계 4,300여 명의 관리자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직원 개인이 자신의 기술과 역량을 갈고닦아야 하지만, 조직의 지원은 거의 없다고 답했습니다. 더욱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90%에 달했으며, 응답자의 44%는 ‘나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학습을 갈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성공적인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혁신을 이루는 것은 물론, 기업교육 담당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가치를 선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이 ‘가치’는 기술의 힘을 빌어 업무의 효율성과 학습 경험의 증진하고, 기업/개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까지 담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공감한다고 해도 가장 큰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매우 광범위하고도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이 짧은 지면에서는 실행에 앞서 고려해야 할 주안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조직이 교육 예산을 편성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바로 ‘성과 창출’이죠. 기업은 직원들에게 교육 기회와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이 무언가를 배움으로써 기업의 성과에 기여하기를 원합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이라는 개념은 공공성을 포함하지만, 기업교육 분야에서만큼은 ‘성과’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날의 직장인들은 이미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 자원에 쉬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이메일을 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온라인 연수원이 아닌 유튜브에 접속할 확률이 높고, 세일즈 전략에 대해 배우고 싶을 때는 블로그에서 키워드를 입력할 것입니다. 일부 산업에 특화된 내용이나 기업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지식, 또는 높은 수준으로 정제된 콘텐츠를 찾는 경우를 제외하면, 온라인 연수원에서 제공하는 ‘교육 과정’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습의 결과’가 아닌, ‘배운 것을 현업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들의 고충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해야 합니다. 기업교육은 ‘디지털’이라는 시류에 편승하거나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즉 조직 구성원들이 성장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교육은 교육 과정(Course)에 매몰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교육 과정은 오랜 기간 기업교육의 근간이었고, 이 명제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교육 과정 안에 담아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미 조직 구성원들은 동료를 통해, 그리고 외부의 학습 자원을 통해 큰 배움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래의 기업교육은 조직 구성원들의 학습 활동을 일하는 방식은 물론 현업에서의 성과 창출과 연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어 업무 프로세스에 학습을 녹여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직원들을 육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직장인들은 이미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 자원에 쉬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이메일을 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온라인 연수원이 아닌 유튜브에 접속할 확률이 높고, 세일즈 전략에 대해 배우고 싶을 때는 블로그에서 키워드를 입력할 것입니다. 일부 산업에 특화된 내용이나 기업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지식, 또는 높은 수준으로 정제된 콘텐츠를 찾는 경우를 제외하면, 온라인 연수원에서 제공하는 ‘교육 과정’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아닌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교육 과정은 체계적인 구성과 양질의 내용을 자랑하지만, 현업에서 필요할 때 바로 접근하기에는 여러 제약 조건들이 있습니다. 어떤 직장인이 제품 PT를 앞두고 있다면, 몇 단계의 검색 단계와 수강신청을 필요로 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수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클릭 두 세번만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학습 자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두 마리의 토끼, 즉 콘텐츠의 완성도와 접근성을 모두 잡으려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사실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자기계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학습 경험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통적인 기업교육의 구조를 탈피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일’을 중심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조직 구성원 개인의 직무 특성과 관심 분야에 최적화된 콘텐츠나 학습 경로를 제시하거나, 고성과자의 노하우를 추출하고 이를 콘텐츠로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는 외부 학습 자원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거나,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툴킷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 역시 좋은 접근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업무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방향성을 설정했다고 해도, 이 거대한 과제를 혼자 이뤄낼 수는 없습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교육의 이해관계자가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공감하고 참여 의지를 불태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공을 이룬 기업의 경우, 자사의 성공 방정식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인재경영의 원칙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교육의 전면적인 혁신을 부르짖는다고 한들 모든 이들이 환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크고 작은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이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 기업교육 분야만 과거에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기업교육 담당자는 이 지난한 여정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옹호자를 확보하고,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비전을 관철시키고, 실행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추상적인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글로벌 기업교육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도널드 테일러(Donald Taylor)가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자사의 변화 수용성에 대해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접근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기업교육 부서의 변화 속도를 의미하는 세로축과 우리의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로축으로 구성됩니다.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려는 기업교육 담당자나 경영진이라면,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우리 회사가 어느 사분면에 위치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Learning Leadership은 기업교육 담당 부서와 조직 모두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 새로운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에 투자할 수 있고, 다양한 업무 방식을 실험할 수 있으며, 전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 또한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기업교육 담당자가 속한 조직은 보통 2 사분면, 즉 Unacknowledged Prophets입니다. 즉 기업교육 담당 부서의 변화 의지는 확고하지만, 조직이 이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그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합니다. 이 경우 기업교육 담당자는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리 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이해관계자를 적극적으로 포섭해야 합니다.
Comfortable Extinction은 기업교육 담당 부서와 조직 모두 변화에 둔감한 경우입니다. 이런 조직은 외부 환경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변해야 할 이유조차 자각하지 못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는 모든 것이 편안하며, 끓고 있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죽음의 순간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을 수 없습니다.
기업교육 담당자에게 가장 좌절감을 안겨주는 위치는 Training Ghetto입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 우리는 급변하는 조직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기업교육 담당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가 될 것이며, 종국에는 기업교육은 존재 의미를 상실할 것입니다.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나 선행해야 할 과제들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모든 변화는 저항을 유발하기 마련이고, 길고 고단한 설득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면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꿰뚫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존재합니다. 네, 그것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원한 짝꿍인 데이터가 기업교육 분야에서 빠지면 섭섭하지요. 우리가 꿈꾸는 기업교육의 미래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만지고, 분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는 조직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학습하는지,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는 기업교육의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이며,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끔 만드는 핵심 자원입니다. 즉 데이터야말로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입니다.
아울러 데이터는 ‘성과 창출을 위한 기업교육’의 효과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간 기업교육이 투자대비성과(Return on Investment : ROI)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학습 결과를 비즈니스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기업교육은 이를 교육 참석률, 과정 이수율, 학습 완료율, 평가 점수, 만족도 등으로 증명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들은 ‘비즈니스 성과’ 앞에서 힘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학습의 맥락과 현업의 맥락이 괴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습 경험을 구성하는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오늘날, ‘데이터’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기업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거듭났습니다. 학습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표준, 즉 xAPI(experience API)의 등장과 IT 기술의 발전은 교육의 방식과 학습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는 학습자들에게는 ‘개인 맞춤형 학습’과 ‘교육 효과의 극대화’라는 가치를, 관리자나 의사결정자에게는 ‘학습과 성과 창출 간의 상관관계’와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개선’이라는 가치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HRD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현을 위해 ‘데이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만 ‘데이터’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한한 가치와 올바른 접근법을 고민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방대한 데이터 자원 속에서 의미를 발굴하고, 이를 정제하여 가치 있는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쉬울 리 없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이겨내고 학습 데이터를 전략적 자산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기업교육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휴넷의 월간 에듀테크 리포트,〈EDUTECH Monthly〉2019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 David James, 「The Digital Transformation Of Learning And Development」, eLearning Industry, 2018
– Deloitte, 「2018 Deloitte Global Human Capital Trends」, Deloitte Insights, 2018
– Donald Taylor, 「Are you in the Training Ghetto?」, 2013
– Gerald Kane, Doug Palmer, Anh Phillips, David Kiron, Natasha Buckley, 「Coming of age digitally」, Deloitte Insights, 2018
이상준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