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마이베네핏
2019년 중국에서 발발한 코로나19가 2020년 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어느새 마스크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재택 근무는 IBM과 같은, 시대를 선도하는 외국기업들에만 해당하는 기업 문화로 알고 있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조치 사항으로 지금은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가 소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받아들인 기업과 소비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수 년간 우리의 일상에 깊게 스며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대면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증대되면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소비하는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Untact)’ 소비가 확산됐다. 또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집 안에서 여가 생활을 추구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통한 오프라인 구매는 급락한 반면 온라인 구매는 급증하였다. 매년 10% 이상 꾸준히 성장해 온 무점포 채널은 금번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성장을 보이며, 전체 소매 판매 중 20% 수준의 채널 장악력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현상인 덤벨 이코노미는 아령(Dumbbell)과 경제(Economy)를 합친 용어로 2018년 2월, Financial Times가 영국과 미국에서 피트니스 센터의 빠른 성장을 다루며 “덤벨이코노미가 빠르게 성장(The dumb-bell economy is booming)한다“는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즉, 건강과 체력 관리에 관한 소비가 늘고 관련 시장이 크게 호황을 누리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 2019년 9월 말 기준 국내 피트니스 센터는 약 일만 개에 육박했다. 서울과 경기도에만 오천여 개의 피트니스 센터가 운영 중이다. 코로나19로 피트니스 센터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2019년 기준 피트니스센터의 폐업률은 7.7%로 PC방(15.7%) 커피숍(14.4%) 당구장(13.8%) 제과업(11%) 등 다른 업종 대비 낮은 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으로 여가 시간이 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며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되려 늘고 있다.
덤벨이코노미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건강 관리에 더 적극적인 것을 의미하지만, 피트니스 센터 이용이 이전만큼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홈코노미와 맞물려 또 다른 트렌드의 부상을 촉진했다. 바로 홈트레이닝이다. 홈트레이닝은 이전부터 꾸준히 확산 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늘면서 어느새 일반화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극명하게 증명하는 사례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2019년 4.4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룰루레몬(시가총액 53조 원)이 설립된 지 불과 몇 년도 채 안 되는 회사를 6천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된 룰루레몬은 요가에서 영감을 받은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이다.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에 즉각적인 기여가 아직은 제한적인 디지털 피트니스 스타트업을 인수한 이유가 뭘까?
룰루레몬은 지금까지 소비자 직접 판매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체험 마케팅, 즉 요가 교실이나 매장에서 오프라인 마케팅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피트니스 센터 이용 인구가 줄고 요가 단체 수업과 같은 그룹으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에 제약이 생겼다.
특히 룰루레몬을 착용한 강사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을 선망하는 마음에 구매하는 수강생들이 적지 않은데 룰루레몬의 런웨이와 같은 그룹 수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미러의 인수로 인해 룰루레몬은 디지털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마케팅의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룰루레몬은 미러에 등장하는 강사들에게 룰루레몬을 입히고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도 강사의 프로필을 조회하면 강사의 최애 애슬레저 브랜드가 나온다.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룰루레몬 브랜드만 나오거나 바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짙다.
미러가 국내에 진출 시 시장의 반응이 무척 기대된다. 피트니스 강사가 등장하는 디지털 거울은 17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이지만 다양한 운동 콘텐츠와 깔끔한 앱의 인터페이스는 많은 국내 홈트인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다만 현재는 강사들이 전부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해서 영어와 친하지 않거나 문법 위주 영어 실력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화 한 편 보지도 않았는데 토익 점수가 올라가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 자막을 넣기에는 수업 중 동작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국내 수급 콘텐츠는 더빙이나 한국어로 진행하는 수업 혹은 한국어 제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관련 업체들도 나름대로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수업을 일방향으로 스트리밍하는 앱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눔과 다노처럼 앱을 기반으로 한 구독서비스들은 국내에서 고정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유명 스타 또는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하는 유튜브 운동 영상들은 대부분 광고 수익과 출연 수익에만 의존한다.
집에서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훈련 영상은 넘쳐 나지만 모두 일방적으로 운동 콘텐츠를 전달할 뿐 사용자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술과 운동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시대 흐름과 상황에 맞는 융복합 디바이스를 창조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 민관간·업계간 협업 구조가 부족한 탓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흥미로운 제품을 국내도 아닌 해외, 그것도 CES에서 이미 선보인 기업이 있다.
2018년 이미 마이베네핏은 동작 센싱을 통해 개인의 운동 수행 능력에 따라 맞춤 운동을 제안하는 피트니스 기기 ‘버추얼메이트’를 CES에서 선보였다. 기기에 내장된 카메라가 26개의 관절 위치를 센싱해 이용자의 동작과 자세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버추얼메이트는 당시 CES에서 꽤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용자의 체격, 자세, 체력 측정 결과에 따라 개인화된 운동을 제공하는 것은 당시에는 더욱 먼 미래의 일인 것 같았다. 버추얼메이트는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과 증강 가상(Augmented Virtuality)을 합친 혼합 현실(Mixed Reality)을 구현해 몰입감 높은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버추얼메이트를 기획한 마이베네핏은 사실 하드웨어보다 콘텐츠에 방점을 찍은 기업이다. 회사의 전신인 아시아월드짐은 15년 이상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며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 운동관리 콘텐츠를 약 600여 개 제작했고, 카카오 운동생활백과에도 콘텐츠를 400여 개 제공했다.
미러의 경우, 창업자이자 현 CEO인 브린이 이미 뉴욕에서 꽤 유명한 피트니스 스튜디오를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며 경험한 고객들의 니즈에서 시작되었다. 아시아월드짐 역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버추얼메이트에 아낌없이 갈아 넣었다.
비슷한 점도 많지만 버추얼메이트와 미러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이들의 수익모델이다. 미러는 B2C 수익모델로 대고객을 상대로 기기와 함께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로 22인치, 높이 52인치 규격의 미러의 가격은 대당 1,495달러, 원화 약 178만 원으로 월 39달러(46,450원)의 이용료가 추가된다. 이에 반해 버추얼메이트는 현재 B2B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피트니스 센터, 아파트 커뮤니티, 관공서에 주로 입점하고 있으며 현재는 구독보다는 버추얼메이트를 여러 채널에 입점시켜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계속해서 버추얼메이트를 고객친화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버추얼메이트와 미러 모두 사용해본 결과 각각 장단점이 뚜렷했다. 미러는 우선 이용자가 관심 있어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고 콘텐츠의 업데이트 주기 또한 무척 짧았다. 그리고 매일 다양한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미러의 기기가 아니더라도 모바일을 통해서도 수업을 스트리밍 할 수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는 너무 편하다. 반면, 버추얼메이트는 이용자의 현 상태를 센서로 정확하게 파악해 자세교정 및 맞춤운동을 제안하므로,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게다가 빔으로 바닥에 친절하게 가이드까지 제시하기에 흔히 ‘헬린이’라고 하는 운동 초보자도 쉽게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다.
다만 빔을 바닥에 쏘고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요해 아직 B2C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듯하다. 가까운 미래에 마이베네핏에서 버추얼메이트의 B2C형 모델이 나온다면 그때는 정말 미러와 진검승부가 가능해질 것이다. Made in Korea를 새긴 홈피트니스 서비스가 글로벌을 타깃으로 더 빠르게 보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