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라는 말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투자자를 우연히 만났을 때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1분 안에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찰나를 위한 스피치므로 승부는 보통 명확한 한 문장으로 결정 난다.
광고업에서도 엘리베이터 스피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시간이 촉박한 경우 프리젠터는 종종 이런 요구를 받게 된다. “그래서, 컨셉이 뭔데?”
컨셉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모두가 공유하게 되는 방향이다. 컨셉이 꼭 단어나 문장인 것은 아니다. 컨셉은 단어나 문장일 수도 있고 비주얼 형태나 색감일 수도 있으며 징글이나 효과음일 수도 있다. 물론 전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 형태가 어떻든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해서 한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명확한 심상이어야 한다. (현업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한다.)
컨셉은 엘리베이터 스피치보다 명확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명료한 어떤 것이어야 한다. 광고도 결국은 팀플레이기 때문에 명료하지 못한 컨셉은 모두를 혼란에 빠트린다. 팀원들이 서로 공통된 방향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방향과 목표가 조금씩 혼동된 상태로 협업하게 된다. 회의실에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마찰을 빚게 되며 외부 스탭들과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선 컨셉은 필히 명료하고 명징해야 한다.
광고 기획서를 보면 컨셉(concept)과 테마(theme; 띰)가 종종 혼용되곤 한다. 필드에 오래 계신 분들도 간혹 헷갈리시는 것은 굳이 명확히 정하지 않아도 컨셉으로 일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을 구분해서 알아두는 것이 전체적인 광고 흐름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헷갈릴 때는 이렇게 기억하면 된다.
커뮤니케이션 컨셉(communication concept)
크리에이티브 띰(creative theme)
커뮤니케이션 컨셉은 기획 팀이 잡는 제안의 큰 방향, 크리에이티브 띰(테마)은 제작 팀이 설정하는 아이디어의 노림수다. 전자는 전략, 후자는 전술에 가깝다.
굳이 컨셉과 띰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해서 기획 방향과 제작 방향을 한데 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그릇이 크면서도 다양하게 뻗을 수 있는 컨셉은 드물기에 일반적으로는 구분해서 사용한다.
아이폰 12 광고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기획 : 아이폰 12 시리즈는 전작들 대비 매우 뛰어나니 컨셉을 “역대급 아이폰”으로 가시죠.
제작 : 그럼 “최강의 등장감”으로 크리 띰을 잡고 아이폰12의 등장이 세상에 주는 충격을 시각적으로 보여줍시다.
기획이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역대급 아이폰으로 정하고 제작은 이 방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최강의 등장감이라는 크리에이티브 테마를 설정했다.
제작이 제작 컨셉을 도출할 때 클라이언트의 브리프를 잘 숙지하는 것이 첫 번째지만, 기획분들이 제시한 방향에 부합하는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획 오티를 지나며 모두가 합의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전에 언급한 시선을 과녁에 맞히는 일이며 제작팀, 특히 카피라이터가 답으로써 문장을 내놓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지점이다. (카피의 생각이 과녁에서 벗어나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평가에서부터 ‘광고에 재능이 없다’ ‘넌 카피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으니 주의)
컨셉에 대한 학문적인 고찰은 대가들의 이해와 노하우가 세상에 많이 나와 있다. 나 또한 여전히 그것들 속에 파묻혀 거인의 어깨를 짚어보려 아등바등하는 중이다.
컨셉은 일견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면서 모든 사람이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절륜한 컨셉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듯하다.
김카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