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배차 혜택’ 멤버십 출시…”독점적 지위 악용한 교란 행위” 업계 반발
‘줌’ 유료화 선언, 교육 현장 비상…넷플릭스 “계정 공유 더이상 안돼”
구글, 무료 서비스로 기반 닦고, 시장지배적 플랫폼 ‘우뚝’
“다양한 경쟁자 필요·고객 데이터로 돈 벌었으니 공익 실현해야”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 기업들이 업계와 소비자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80% 점유율을 자랑하는 카카오T가 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습니다. 비대면 수혜 기업인 화상회의 앱’ 줌(Zoom)’도 오는 8월 유료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기반 사진 저장 앱인 ‘구글포토’도 유료화까지 3개월 남짓 남았네요.
플랫폼 기업들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상 곳곳에 침투했습니다. 무료로 ‘편의’를 누리라더니 이제는 ‘돈’을 내고 쓰라 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던 이용자들은, 갑자기 걸어 잠긴 유료화 빗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짜로 쓴 것도 아닙니다. 그간 우리의 개인정보를 다 가져간 셈이니까요.
이들이 두려운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막강해진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상생’을 외치며 개방해온 서비스를 언제든 ‘폐쇄’ 전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어떤 세상과도 ‘연결’ 가능한 네트워크 효과의 ‘비극’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그물망처럼 촘촘해질수록 이들의 힘은 더 커집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빅테크 기업들이 전략적 포지션을 조금만 바꿔도 경쟁력을 갖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선, 앉아서 그저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윈-윈’이라고 강조하던 캐치프레이즈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지 말입니다만.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6일 카카오T 택시 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을 선보였습니다. 이달 초 우버와 타다 등 가맹 택시 경쟁업체에 카카오T 호출 비용으로 수수료를 내라고 통보한 데 이어 일반·법인 택시에 ‘우선 배차 콜’ 수수료를 부과하는 월 9만 9천 원 짜리 ‘프로 멤버십’을 출시한 건데요.
택시업계는 이를 두고 “독점적 시장 지위를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라면서 “호출 거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좋은 콜을 배정받지 못하는 만큼, 어떻게 나만 안 내고 버티겠냐”는 거죠.
“사실상 강제적으로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수밖에 없으니, 명백한 유료화 수순이고 플랫폼의 횡포”라고 기사들은 주장합니다. 더구나 월 200만~300만 원 버는데 매달 10만 원씩의 비용은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카카오T 택시 회원은 전국 택시기사의 85%인 23만 명에 달합니다. 최대 23만 명으로부터 매달 10만 원씩 거둬들일 수 있는 카카오는 ‘승객의 편의’, 또 ‘기사와의 상생’을 강조해오며 인프라를 구축해온 그간의 노력을 회상하고 있을까요.
화상회의 플랫폼 ‘줌’도 오는 8월부터, 교육기관에 제공해오던 무제한 사용 정책을 종료하고 유료로 전환합니다. 줌 운영사는 그동안 기업체와 달리 초·중·고교 등에는 회의 시간과 참여 인원과 관계없이 무료 이용을 허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는 8월부터는 돈을 받겠다고 공지한 겁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복수 이용자 계정 및 비밀번호 공유 금지정책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과 지인 등 4명까지 비용을 분담해 동시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이죠. 계정 공유가 금지되면 가족 외엔 공유가 안 돼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그간 숨겨온 발톱을 보란 듯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이날만 기다렸다는 식으로요.
월간 사용자가 10억 명에 달하는 ‘구글 포토’는 오는 6월부터 저장 용량에 따라 돈을 내고 써야 합니다. 15GB까지는 무상이지만, 그 이상은 별도로 구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유튜브 뮤직은 본래 광고를 보면 무료로 이용 가능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유튜브뮤직 프리미엄'(부가세 제외 월 7900원) 등을 신청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구글은 ‘유튜브’의 모든 동영상에 광고를 붙이겠다고도 선언했습니다. 이전에는 최근 1년간 올린 영상의 분량이 4천 시간 미만에 구독자가 1천 명이 안 되는 유튜버의 동영상은 광고 시청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기준을 넘긴 뒤 유튜버가 ‘유튜브 파트너십 프로그램'(YPP)을 신청해야 광고가 붙고 그 수익을 구글과 유튜버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졌죠.
그러나 이제는 조회 수가 매우 적은 동영상에도 전부 광고가 붙는 데다 YPP가 체결되지 않은 계정의 동영상 광고 수익은 해당 유튜버와의 배분 없이 몽땅 구글이 가져갈 예정입니다.
이미 인앱 결제 논란에서도 구글 발톱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구글의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는 본래 게임을 제외하고는 앱 내부 결제에 대해 구글 시스템을 꼭 쓸 필요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의무화됩니다. 업계 반발에 그나마(?) 30%의 수수료를 15%로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실상은 애플이 수수료를 15%로 내린 게 큰 듯싶습니다만) 그러나 수수료 부과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인앱 결제를 방지하는 국회 차원의 논의도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이라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의 영속성과 고도화를 위해선 유료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 이용 시간까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감당하기 위한 서버 구축이나 기술 연구 및 개발, 관리 등에 대한 투자 역시 늘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배달비와 배송비 등도 내는데, 어느 정도의 유료 서비스는 감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러나 플랫폼 유료화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무료서비스를 미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유료화 기반을 닦은 뒤 사실상 강제 과금에 나서는 건 소비자 선택권을 되려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입니다. “가입자 편익이나 서비스 강화보단 수익 모델 발굴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이유에섭니다.
개인정보에다 ‘돈’까지 내야 하는 것도 억울하다지만, 그보다 주목할 것은 플랫폼 공룡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전략입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사실상의 플랫폼 제국주의를 만들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가 쓴 ‘돈 비 이블'(Don’t be Evil)에 따르면 지구 어디에서건 진행되는 인터넷 검색의 90%가 구글에서 이뤄집니다. 30세 이하 성인의 95%는 페이스북을 이용합니다. 미국 전자상거래의 절반은 아마존 몫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커질수록 그들은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됩니다. 공기처럼 필수 불가결의 존재가 된 빅테크와 공생이 가능할까요? 작은 스타트업은 빅테크의 노예가 되거나, 저항할 경우 생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구글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이 변화된 글로벌 IT 환경에 맞춰 좀 더 공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빅테크들이 장악한 인터넷은 19세기의 철도와 비유되곤 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6개 회사가 철도를 장악해 무연탄 시장의 90%를 지배했다죠. 반독점 문제가 해결되고서야 독립적인 석탄 회사들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독과점했을 때의 폐해들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기업의 영리 활동을 막을 수는 없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경쟁자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환경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빅테크들의 공익적 가치 실현에 대해서도 목소리가 커집니다. 사용자들이 디지털 생태계에 남긴 데이터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죠. 고객 자체가 빅테크 수익의 원천인 만큼 “이용자들은 정당한 몫을 공익적으로 돌려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