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간이 종료된 지 이주일 째. 이제 더 이상 낯선 환경을 빌미로 어수룩한 모습이 용납되지 않는다. 실수도 그럴 수 있지, 라고 귀엽게 여기고 조금만 기지를 발휘해 일을 처리해도 일 잘하는 신입사원이라고 칭찬받을 수 있던 ‘수습기간’이라는 둥지. 포근하고 따뜻했던 둥지 밖으로 떠밀리듯 나오기는 하였으나, 아직 날개를 채 펴지 못한 불안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오늘 글은 3개월 뒤 수습기간이라는 둥지 밖으로 나와 힘껏 날개를 파닥여 그런대로 성공적인 비행을 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내가 이 3가지 방법의 필요성을 느끼고 터득하게 된 연유에 대해 잠깐 언급하겠다. 나는 현재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부터 종료까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매니징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전 직장에서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획자로서 콘텐츠의 퀄리티를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보다 물리적 퀀티티(quantity, 양)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 도움닫기 할 시간 없이 동시에 서너 개의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되다 보니, 처음엔 그 속도감과 업무 스케줄링에 적응하는 것이 참 쉽지 않았다.
각 프로젝트에서 쏟아지는 다른 일들은 비슷한 듯 다른 ‘일거리’였고, 출근 2주 차가 지날 무렵 나름의 업무 정리 및 기록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직한 지 2주 정도 후에 아래의 방법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지난 4개월간 꽤 유용하게 수습 기간 동안 사용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 중 업무 속도가 매우 빠르거나, 일의 범위가 넓어 도무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고민이신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적는다.
이전 회사에서도, 현재 회사에서도 이해관계자와의 회의는 참 많다. 회의를 하면 할수록 일이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으로 일이 줄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든 것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회의에서 일을 하나라도 줄이는 게 본인의 퇴근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 회의 참여자 중 누군가 한 얘기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군말 않고 있다가 회의가 끝난 뒤 같은 팀 동료나 선임에게 묻는 것은 매우 시간 낭비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회의 참여자 중 다수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Point1.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중간 랩업을, 회의가 끝날 시간이 됐다면 마무리 랩업을 하자.
회사에서 어떤 서류를 만들고 있고, 어떤 포맷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드라이브를 탐색한다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프로젝트에 투입 시 실제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추후 어떤 서류를 작성해야 할 때 기존 파일을 활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브랜딩에 신경 쓰고 있는 회사라면 실수하지 않도록 로고, 폰트, 레이아웃, ppt 포맷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Point2. 드라이브를 탐색할 때는 아래의 내용을 중심으로 확인해보자.
폴더링 방법 / 파일명 설정법 / 연간 사업 유무 / 프로젝트별 작성 문서 종류 및 포맷 / 투입되는 프로젝트 관련 폴더 확인 (연속사업일 경우 이전 기수 폴더 확인)
당신이 PM/PO든 아니든 상관없이 어떠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면, 해당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담당할/처리해야 할 일의 크기와 중요도를 나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업무가 프로젝트 전체 파이에서 얼마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어떤 전략을 짜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위의 표는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 항상 작성하는 노션 to do list이다. 전체적인 프로젝트 진행 일정에 대해 표시해 놓는다면 내가 어떤 업무를 해야 하고,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해 놓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성과 정확성을 크게 높여 야근을 한 시간 정도는 단축할 수 있다.
Point3. 프로젝트에 따른 To do list와 deadline을 작성하고 체크박스를 설정하자.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하다가 최근 읽었던 맺음으로 적당한 책의 구절이 불현듯 생각나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휴넷의 조영탁 대표의 저서 <당신의 팀은 괜찮습니까>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매뉴얼을 만들고 일상적인 일들을 쉽게 처리하면서,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임기응변의 조처를 하게끔 미리미리 훈련해두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성과 창출형 리더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위 구절은 리더십에 관한 주제에 대한 붙임말이지만, 결국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일명 ‘매뉴얼’을 어느 정도 고수하는 것은 성과를 창출하는 직원의 필수조건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그저 일의 양이 많아서 야근이 불가피하든 아니든, 나름 본인 업무를 짧고 굵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은 분명 당신에게 더 나은 워라밸을 선사할 것이다.
Elena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