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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Oct 13. 2021

K콘텐츠 오징어게임과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



넷플릭스가 돈이 많다고 무조건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자 국내외 미디어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연일 다루고 있는 중이다. 당초 콘셉트 표절 논란부터 작품에 대한 화제성과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 신박한 플롯, 판권 수익, 넷플릭스와 제작사 버킷 스튜디오의 주가 폭등, <오징어게임> 굿즈 등이 주요 키워드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 단순한 리뷰를 해볼까 하다가 (이미 수도 없이 쏟아지기도 했고)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황동혁 감독의 이야기에 아래와 같이 내용을 바꿔봤다. 물론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사전 정보 없이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참고해주세요. 







<오징어게임>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고 글의 타이틀을 고민하다가 ‘추악함’이라는 단어를 문득 떠올렸다. 처음 썼던 타이틀은 ‘먹잇감을 향한 탐욕과 본능 그리고 인간의 추악함’이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떻게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니 그냥 그 단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더럽고 흉악하다‘라는 의미의 ‘추악함‘이 이 영화 속 캐릭터를 비유하기에 과연 적절한가?


어쩌면 단편적이고 경우에 따라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물질을 향한 인간의 본능과 물질(만)을 쫓는 추악함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게임에 참가한 누군가는 오갈 데 없는 삶의 끝자락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반면, 또 어느 누군가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게임이 펼쳐지는 제한된 공간 속은 이처럼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들과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통제하는 부류로 나뉜다. 결국 ‘누군가의 목숨 값‘이라는 자본주의 앞에 모두가 초점 없는 좀비들이고 이들의 처절함을 관람하는 부류들은 돈은 많지만 사회성 없는 인간의 껍데기라 조금은 대조적이다.  




알록달록 대비되는 색상들. 출처 : readysteadycut.com




엄마가 어렵게 모은 돈도 모조리 긁어가 경마로 날려버리는 철부지 아들 기훈(이정재). 그는 빚쟁이들에게도, 전처에게도 시달리며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게임 하나를 제안받게 된다. 기훈을 비롯한 456명이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다. 알고 보면 모두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머리 위에 매달려있는 456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 앞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기훈도, 명문대 출신도, 조폭의 주먹도, 목사라는 신분도 그저 먹잇감을 향한 탐욕적인 좀비들로 변해간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거액의 상금을 독차지할 수 있는 1인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과연 최종 1인은 누가 될까?


2015년 개봉한 일본 작품 <신이 말하는 대로>라든가, <배틀로얄>, 헐리우드 작품인 <이스케이프 룸> 등 ‘데스 게임’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유사한 작품들이 있어 표절에 대한 이야기들이 잔뜩 쏟아지기도 했다. <신이 말하는 대로>는 2011년 일본 ‘소년 매거진’에 연재된 카네시로 무네유키의 만화 작품이고 2014년 미이케 다카시 감독에 의해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이 펼쳐지고, 역시 데스 게임 형태로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 실사 영화보다 만화 자체가 더욱 폭력적이고 잔혹하다고 느꼈다.  




카네시로 무네유키 원작의 <신이 말하는 대로> 출처 : 나무위키




지금 작성하고 있는 이 글은 <오징어게임>의 리뷰라기 보다 넷플릭스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와 아낌 없는 지원에 따른 하나의 케이스로 <오징어게임>을 언급할 뿐이니 (황동혁 감독의 해명도 있었고 해서) 논란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오징어게임>이 웹드라마로 공개된다고 했을 때 주인공 이정재의 환한 웃음과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색감들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리라 생각했다. ‘데스 게임’의 실체가 드러났던 예고편 하나로 이 드라마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봤거나 즐겨했을 법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나 달콤했던 달고나 위로 누군가의 붉은 선혈이 뿌려진다고 하니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 <남한산성> 등 다양한 장르를 다뤄왔다. 한참 동안이나 거절만 당했다던 <오징어게임>의 시나리오 역시 넷플릭스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오징어게임, Squid game> 출처 : den of geek




<오징어게임>이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9개의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엮어낸 시즌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유도 내용 자체가 방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이어 공개되는 다양하고 신박한 게임들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겨우 살아남은 자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서바이벌이라는 콘셉트를 보다 무자비하고 ‘포악’하게 그러면서도 그 어떠한 제한도 없이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으니, 여러 가지 이유로 넷플릭스와 <오징어게임> 제작진의 접점이 잘 맞았던 것 같다. 2시간 남짓 되는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러닝타임의 한계로 인해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걸 주워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공중파나 종편 채널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표현하고자 했던 그 무엇인가가 대부분 버려졌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가 용기를 가지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언급한 황동혁 감독의 코멘트가 생각난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도 유사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만, 애초에 다른 세상 어딘가에 묻힐 뻔했던 황동혁 감독의 시나리오를 넷플릭스가 수용하고 적극 지원해준 덕분에 바라던 ‘영화화’까지 이뤄진 셈이니 이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전폭적인 제작 지원과 과감한 투자라는 것이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질 순 없다. 창작자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제작 기회를 준다는 것 자체가 (제작에 따른) 특정한 한계를 깨뜨리고 ‘크리에이티브’를 향해 온전히 나아갈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제한적 요소들을 벗어나 자유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는 제작 환경이 어쩌면 넷플릭스가 가진 자본보다 더욱 탐나고 빛나는 옵션들이 아니었을까? 물론 흥행 여부와 제작비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돈’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사실 <오징어게임>은 200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소요되었다. 그렇다면 티빙, 웨이브, 왓챠가 200억 원이 없어서 만들지 못했을까?


‘자본’보다 우선할 것은 시나리오를 받아 도전이라는 것을 해본다는 것. ‘그래 해보자’라는 과감한 도전 앞에 ‘시나리오 보기 전에 수익 배분부터..’라는 전제가 깔리면 아무리 탄탄한 플롯이어도 묻히게 되는 법이다.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과 과감한 투자. 출처 : phonAndroid.com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생태계 그리고 지난 성과를 재조명하는 9월 29일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도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를 비롯하여 퀄리티 높은 기술력, 무엇보다 충분한 사전 제작 기간과 넷플릭스가 마련해준 독보적인 제작 체계 및 그에 따른 절차들이 제작진의 역량을 극대화한다고도 언급된 바 있다. 더불어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CNN은 물론 뉴욕포스트, 가디언 등 외신 미디어에서 꾸준히 언급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달고나라든가 초록색 트레이닝 복, 잠깐 언급했던 양은 도시락까지 굿즈 열풍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킹덤>이 화제가 되었을 때에도 조선시대의 ‘갓’이 한창 유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국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넷플릭스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면 콘텐츠 제작에 따른 비용 자체가 국내 제작 환경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는 현상으로 인해 대한민국 콘텐츠 제작이 넷플릭스의 ‘외주화‘처럼 변질될 수 있다“라고 언급한 어느 글을 본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규모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제작에 대한 리스크를 덜어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투자’ 그 자체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HBO의 <웨스트 월드>, 디즈니 플러스의 <만달로리안> 같은 콘텐츠는 회당 제작비만 1천만 달러가 넘는 수준인데 그에 비하면 <오징어게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킹덤>, <스위트홈>에 이어 최근 화제가 되었던 <D.P> 그리고 이번 <오징어게임>까지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콘텐츠가 당장 떠오르긴 하지만 대한민국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주요 수입원이 아니었다. 물론 <오징어게임>으로 인해 넷플릭스의 주가가 올랐다고도 했고, 대한민국 콘텐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생각하면 ‘넷플릭스의 주요 수입원이 아니다’라는 말도 시한부일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토종 OTT가 있긴 하지만 넷플릭스 수준의 환경을 마련해주고 제작비에 대한 리스크도 과감하게 덜어줄 수 있는지, 더불어 누군가의 시나리오 자체를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지를 짚어봐야 할 것이다. 되는 것만 가져가려고 하면 욕심이다. ‘넷플릭스의 공격적 투자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이라고 여러 차례 쓰긴 했지만 이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투자의 개념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 같다. 




※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구독자 중 평범한 한 사람입니다. 국내 OTT 서비스 역시 글로벌 OTT 플랫폼에 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 내용은 <오징어게임>의 퀄리티를 떠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작성하였으며 ‘돈이 최고’라는 단순한 머니게임의 공식 속에서도 K 콘텐츠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꾸준하게 폭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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