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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Oct 20. 2021

마케팅이 디지털에 길을 묻다



우리 회사는 디지털 기업일까? 




마케팅이 뭐죠?


예전에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면 참 반가웠을 거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름의 이론(?)을 떠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깐.. 때론 만나는 사람에게(특히 면접 보러 온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이 정도는 기본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자만하며..  


얼마 전 한 마케팅 토론에 나갔을 때다. 마케팅을 한 지 5년쯤 되었을까 싶은 한 친구가 이런 푸념을 했다. (그 친구 이름을 ‘얄리’라고 하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버전으로)


“예전 마케팅 책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책들은 뭔가 명확한 답을 알려줬는데.. 요즘 책들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실 나도 이젠 ‘마케팅이란..’ 하면서 이야기를 하기엔 자신이 없다. 하긴 지금 누가 그런 얘기한다고 해서 귀 기울여 듣겠나 싶지만..  문제는 뭘까? 예전에 분명했던 것들이 왜 모호해져 버린 걸까?  










아주 개인적인 마케팅의 역사 


답을 찾기 전에 (답이란 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빌어 마케팅의 흐름을 잠깐 얘기해 볼까 한다.


어쩌다 보니 마케팅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디지털 마케팅을 먼저 접하게 된 나는 마케팅 세계가 만만해 보였다. 아직 세상은 전통적인 마케팅이 좀 더 우위에 있었고 그게 회사의 상사든, 광고주든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해야 한다며 설득하는 게 내 일이었다. 이때만 해도 각 회사들은 새로운 마케팅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회원만 확보하면 되는 걸로 생각했다.


차츰 인터넷이 영향력을 키워가며 다들 뭔가 바꿔야 함을 심각하게 인정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채널들은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마케팅을 해야 하는 주체는 제조업 기반인 경우가 많았고, 어디에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난감해 할 때다. 커뮤니티 채널에 브랜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오픈마켓 같은 데서 자사 제품의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생기며 또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 제조업이라도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며, 소비자와 1to1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직접 앱을 만든다거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와 지속적인 연계를 갖고자 했다. (미디어 플랫폼이나 광고대행사들이 그래야 한다고 부추겼다.) 하지만 대체로 실패로 끝났다.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작 및 유지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오래 견뎌낼 용자(勇者)는 흔치 않았다.


다음 단계는 상황이 좀 다르다. 위의 단계들은 대체로 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이제 각 기업에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입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각 기업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나 상품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이제 각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대체로 이런 이들이다. 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회사들도 꽤 있다.


그럼 다 해결된 걸까? 이런 ‘뉴타입(New Type, 퍼스트 건담에서의 신인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회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미 디지털 기업이라는 착각 


앞서 시니컬한 우리 ‘얄리’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최근 마케팅의 변화에 대한 책들 대부분은 대체로 엄청난 환경의 변화를 전제로 깔고 간다. 증강현실, AI, 5G, 로봇… 기타 등등. 그런 변화는 정말 마케팅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까?


증강 현실도 꽤 오래전부터 얘기했던 것 같고 유비쿼터스 세상이니 사물인터넷이니, 또 지금은 메타버스니 미디어들은 당장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정작 바뀐 것은 미미하다. (내가 놓친 트렌드 중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비트코인 정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로 5G를 구현했다는데, 이게 정말 최선인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물론 마케터 ‘얄리’도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뭔가 엄청난 것이 온다는 양치기 소년들의 말도 딱히 와 닿지는 않는다.  







왜 이런 괴리가 일어날까?


첫 번째 이유는, 트렌드의 과잉이다. 대체로 메가 트렌드와 관련된 글을 쓰는 분들은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거나, 엄청난 예산을 쓰는 회사의(또는 쓰게 해야 하는 회사의) 임원들이다. 책을 읽는 독자가 마침 엄청난 예산을 쓰는 회사의 핵심 부서에 있거나, 또는 그런 회사에 있어도 중요한 결정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면 이런 책들에 공감을 하며 읽기 어렵다. 


두 번째 이유가 좀 더 중요한데, 우리 회사가 충분히 디지털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의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결국 ‘디지털’이다. 인터넷의 확산, 기술의 발전, 플랫폼 기업의 등장 등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지만, 결국 디지털로 줄여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금 해야 할 것은 일희일비해서 유행한다는 채널이나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는 과연 얼마나 디지털화되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우리는 디지털 기업이다’, 또는 ‘디지털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자사의 주요 비즈니스가 오프라인에 있음에도 웹 또는 앱을 만들거나,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 않음에도 유튜브를 개설하는 것은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디지털이 되지 않으면, 설령 몇 차례의 디지털 마케팅이 성공한다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무엇이 디지털인가? 플랫폼 기업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디지털에서 먹힐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채널 안에서 마케팅하며, 상품이 그 안에서 팔리고, 그 데이터가 다시 쌓여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 정도 수준이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트렌드를 따라하겠다는 것은 뱁새의 자만이지 않을까?  






제일 위에, 인터뷰 온 지원자들에게 ‘마케팅이 뭐냐’ 물었다 했는데.. 답이 뭐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당당하게) 모른다!라고 해서 당황했다. 우리는 모두 생각보다 기본이 부족하다. 인생도처 유상수라고.. 항상 부족하면 배워야 한다. 변화의 시기엔 자만하는 순간 뒤처진다.


다음 번엔, 그럼 디지털이 되려면(Being Digital) 뭘 해야 할까?를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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