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가 전년 동기(1분기) 대비 166% 급증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353 건에 약 3조 1418억 원으로 집계가 되었다. 말 그대로 투자의 봇물이 터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규모와 기회가 크게 열리고 있지만,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돈구경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익부 빈익빈. 결국 투자자의 마음을 이끄는 자세와 다짐이 필요하다. VC 투자 유치를 위한 몇 가지 요소를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 유치의 지름길이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서로를 찾아다니는 관계이지만 기본적으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이유는, 일단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불균형한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원인은 바로 서로의 기대치가 맞지 않다는 점이 크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돈을 투자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원할 것이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다는 야속한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결국은 역지사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과연 내가 투자자라면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할 것인가? 이 돈을 투자할 만큼 내 사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 사업의 본질이 튼튼하고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자신감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해 봤을 때 내 사업의 미진한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면, 또 많은 투자자들에게 ‘NO’라는 대답을 듣고 있다면, 과감히 투자 유치 시기를 미루고 내실을 더 다지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다. 계속 거절을 당하면서도 투자자를 전전하기보다는 다음 라운드에 이르기까지 버티고 버텨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현명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마주 앉아 코칭과 조언을 받아들일 자세가 없는 창업자와는 더 이상 만남이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이다. 사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낼 때 마음속에서 적잖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사업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더 잘 아는데, 투자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들을 수 있는 자세(경청)’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자신의 주관 없이 투자자들의 조언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마음을 꾹 닫아 버린 채 투자자가 제기하는 의문에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결코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는 단순히 돈을 대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 나가는 파트너 관계라는 인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자신의 한계를 이해하고 코칭을 받을 자세가 되어 있는 창업자들에게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언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억하자. 투자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창업자에게는 고마운 기회라는 사실이다. 그들과의 만남 자체가 객관적이고 냉정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며, 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칭찬보다도 내 사업의 문제점이나 충고를 해주는 투자자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뭐든지 다 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은 큰 힘을 가진다. 특히 스타트업 CEO라면 인적 교류를 넓힐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발품을 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사람에게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의외의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풀리기도 한다.
요즘엔 창업 지원 기관에서 열리는 피칭 행사나 네트워킹 행사가 정말 다양하다. 그곳에는 미디어에서나 봤던 유명한 투자자들도 있고, 연쇄 창업가 출신의 엔젤투자자도 있으며, 같은 문제를 경험했던 선배 창업가들도 있다. 물론 내 사업을 팽개치고 이런 모임만 찾아다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모임 중 한두 곳에 고정 멤버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투자자를 만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다 보면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기고, 나아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투자자도 사람이기에 여러 번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답이 있다. 발품을 파는 노력을 병행하자! 더불어 회사의 IR자료나 소개 멘트 등을 항상 준비해서 언제 어디서든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면, 기회가 행운으로 바뀔 확률도 커질 것이다.
한 방에 투자 유치를 성공한 몇몇 대단한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아마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수도 없이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실패를 거쳤다. 창업 초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SK브라보 리스타트 사업에 지원했을 당시, 우리는 준비 부족과 안이한 대처로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는 보육 프로그램 선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사 기술인 아이트래킹의 핵심은 눈인데, 이 기술이 눈 건강에 이상이 없느냐는 투자자의 질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어설픈 대답을 해버린 것이다. 적외선 카메라가 시력에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아서 엉뚱하고 어설픈 답변을 내놓은 것이 탈락의 원인이었다(탈락 후 아이트래킹을 하기 위한 IR카메라가 눈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수많은 책과 논문을 찾게 되었고, 그중 우리가 찾는 논문을 발견하고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내용을 발췌하여 발표 자료 부록으로 작성해 두기도 했다).
당시엔 속도 많이 상했고,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무너지면 안 된다. 스타트업의 여정은 매 순간 실패와의 동행이며, 관건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에 달려 있다. 투자 유치나 지원사업 선정에 떨어지면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준비해야 한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번 자신감을 갖고 내실을 다지면 언젠가 또 기회가 온다. 실패의 경험도 굳은살이 된다. 실패를 거울 삼아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 다시 뛰다 보면 머지않아 투자 유치의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현대판 살롱 문화 열풍을 불러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독서 커뮤니티 플랫폼 ‘트레바리’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국내 최초로 독서모임을 수익 모델로 발굴한 가치를 인정받아 50억 원에 가까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윤수영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투자를 받은 일이 결코 축하받기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을 받았으면 불려서 돌려주는 게 당연한 도의다.” 정말 맞는 말이다. 투자란 그 기업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며, 창업자와 팀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때문에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 준 투자자들에게,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렇지 않은 창업자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투자받기 전과 투자받은 후의 태도가 현저하게 바뀌는 것은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투자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반려자이고 동지이다. 나의 미래 가능성을 믿어 준 투자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창업이라는 드라마에서 성공이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투자자들도 드라마를 빛내는 나의 조력자이자 조연이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나아간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로 함께 같은 곳을 쳐다보며 동행하는 사람들이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