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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Apr 28. 2022

나이키 Run Club은 어떻게 허영심을 자극하는가




기술과 산업의 발달로 함께 성장한 비밀스러운 욕구

* 루크 페르난데스의 ‘테크 심리학’을 읽고 쓴 글입니다 �  




고대 그리스 신화의 초절정 미남이었던 나르시스. 복수의 여신에게 저주를 받아 호수에 빠진 자기 자신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나르시스의 이름을 딴 나르시시즘은, ‘자아도취’, ‘자기애’를 뜻한다. 이렇듯 ‘자아도취’라는 인간의 본성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놀라운 점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자기애’에 대한 세상의 태도 역시 달라져 왔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달로 자기표현을 긍정하다


1. 편지



전통적으로는 ‘자아도취’란 허영심이라는 말로 표현되어왔다. 과거에는 이기주의, 허영심, 자부심을 조금만 보여도 주변인들에게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편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편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받게 된다.


편지는 친구와 친척에게 바치는 선물이었다. 친구와 가족에게 편지 쓸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변인들에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환영받지 못하는 언행이었으나, 편지에서만큼은 허용됐다.(편지에 자기 이야기를 안 쓰면 뭘 쓰겠나.) 이로써 사람들은 자의식을 글로 정교하게 다듬을 줄 알게 되었다.



2. 사진 


편지에 이어 사진 기술이 발달되었다. 사진을 찍어 편지에 동봉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사진이야말로 허영심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상화와 달리 단점까지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고객이 실제와는 다르게, 아름답게 보이길 원했다. 이러한 니즈를 캐치한 사진사들은 다양한 소품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연출해주기도 하고 서비스로 의상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컨셉 사진이나 포토샵이 성행한 것이다.  









최초의 컨셉사진. 이 남성은 한 번도 채광 장비를 써본 적이 없으나, 지인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


그 뒤로 사진기가 보급화되면서, 사진은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에 사용되기 시작됐다.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이야말로 본인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근거였기 때문이다. 점점 사람들은 자신감에 차있는 이상적인 자아를 담기 시작한다.  




셀카, 소셜 미디어: 자아도취의 새로운 장


과거에도 그랬듯, 현대인들도 자신의 삶과 성공, 행복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핫가이 나르시스와는 다른 양상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생산한 소셜 미디어 콘텐츠에 독자들이 보내주는 ‘좋아요‘ 및 여러 댓글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단순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미디어에 비친 모습에 대한 ‘평가‘에 대해 빠져드는 것이다.  





헬스 PT와 촬영권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시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나’로 브랜딩하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필연적으로 딜레마를 만들어낸다. 행복하고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본인이 너무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꾸민 듯 안 꾸민, 꾸안꾸의 딜레마와 같다. 과거에는 허영심으로 인한 신의 저주가 개인을 감시했지만, 오늘날에는 개인의 팔로워가 개인을 심판한다.  




나이키 Run Club: 정량화된 허영심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데이터로 본인이 얼마나 갓생을 살고 있는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러닝 문화가 확산되었다. 그와 동시에 본인이 몇 킬로미터를 달렸는지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생겨났다. 본인이 얼마나 건강한 갓생을 살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툴이다.  





정량화된 데이터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친절하게도 NRC는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는지, 본인이 찍은 사진에 루트를 표시해서 이미지로 export 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NRC는 안다. 우리의 비밀스러운 허영심을.  




‘자아도취‘,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있다. 자아도취는 정말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인 것일까? 그리하여 기술이 기폭제가 되어 자기표현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인가? 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허영심은 기업이 조장한 소비문화에 의해서 ‘부추겨져‘왔다.  




자아도취는 돈이 된다


사진사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사진을 찍고 자아도취에 빠지도록 허영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사진이 사회적/심리적으로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선전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사람들에게 허영심이 없다면 뉴욕의 사진사들은 전부 가난뱅이가 되고 말 것이다”라는 인터뷰도 있었다.


광고주들은 자사의 상품을 선전할 때 허영심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거나, 본인 모습에 도취된 이미지로 미용 용품을 팔았다. 1913에는 ‘Vanity(허영심) Fair’라는 패션 잡지가 출간되기에 이른다. 허영심은 더 이상 비난의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자아도취는 더이상 비난받을 만한 허영심이 아니게 되었다.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Next 기술은


‘허영심’이 본능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욕구이든 변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자아도취’에 대한 욕구는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허영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를 겨냥한 상품과 기술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크립토가 급부상하면서 NFT 역시 주목받고 있다. 필자는 조심스럽지만 여기에도 허영심이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본다. 가상공간에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예쁜 옷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늘 특별한 무언가를 원한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 소유함으로써 나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 그리하여 나의 허영심을, 또는 나의 자기애를 채워줄 수 있는 것.       




쪼렙 서비스 기획자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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