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병원 간판에서 "대학교 로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과 같이 대학교 로고를 사용한 개인 병원을 전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학교 로고만 붙였는데 이상하게 신뢰감과 안도감을 준다. 바로 브랜드가 가진 힘이다.
그리고 많은 병원들은 브랜드 파워를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과외 전단지나 학원 간판과 같이 대학교의 출처를 알리거나, 자신들의 실력을 강조하기 위해서 많은 곳에서 대학교 로고가 쓰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자연스러운 문화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출신 대학을 속인 것도 아닌데, 당당하게 마케팅에 쓰면 안 될까? 재학생이라면, 졸업생이라면, 자신들이 속했던 학교를 소개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닐까? 수년간 열심히 다닌 모교가 자랑스러워서 로고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사회 현상의 이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반대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서울대학교 로고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면 학교의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생긴다. 100명 중 1명이 잘못하더라도, 나머지 동문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만약, 서울대학교 로고를 단 병원에서 진료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의사 선생님이 한두 달 연수를 다녀온 병원이 서울대학교 병원이었다면? 그리고, 실제 서울대학교를 다니지 않은 전문의가 서울대 로고를 사용하였다면? 많은 상황들이 떠오른다.
첨예한 시각이 대립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시각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로고"가 들어가 있는 병원의 명칭과 밋밋하게 브랜딩한 "서울xx병원"이라는 명칭의 본질적인 차이점이 무엇일까? 소비자는 왜 서울대학교 로고에 신뢰감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상표의 역할을 살펴보면 그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상표(Trademark)'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는 표장이다.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고유한 출처로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을 가져다준다.
초록색 별다방 로고를 보고 스타벅스의 커피를 떠올리고, 서울대학교 로고를 보고 관악산에 위치한 대학교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서울대 로고를 보고 5515 버스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문에 서 있는 "샤"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서울대학교'는 많은 학부모들의 염원이자, 최고의 대학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함께 제공한다.
병원에 방문한 소비자들은 '서울대학교 로고'를 보고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의 의사를 향해 자연스럽게 옆 병원에 가던 발길을 옮기게 될 가능성은 올라가지 않을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학교의 후광이 믿음과 신뢰를 주며 다른 병원들과의 차별화하는 상표 고유의 특성이 영업 과정에서 녹아들어 활용된다.
대학교 로고는 단순한 로고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출처 표시로서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교들에서는 병원업 등에 대해서도 상표로 등록 받아 적극적인 관리 중이다.
대학교 로고를 학교가 보유하고 있다면, 대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 모두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제약이 따른다(*정확히는 대학교 산하 산학협력단이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상표권자인 학교의 허락 없이는 상업적, 비상업적 이용 모두 제한된다. '상표권'이라는 권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즉, 대학교 로고 사용은 학교의 허락 없이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학교의 허락 없이 대학교 로고를 사용하였다면 '상표권 침해'의 문제로 이어진다. 권리자의 '상표권'이라는 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생기는 이익을 돌려줘야 하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상표권 침해의 법적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반발도 존재한다.
대학교 로고를 사용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상표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자, 합법적인 안전장치일 것이다.
졸업생들이 대학교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소정의 사용료를 내는 것과 같다.
대학교 로고,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상표(Trademark)'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