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모빌리티 이주상 대표 인터뷰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네이처모빌리티가 오늘날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임에도, 시리즈A에 이어 지난달 100억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 ‘찜카’를 중심으로 현재 택시, 항공권, 접이식 헬멧과 복합단지에 이르는 무서운 속도의 사업 확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광주과학기술 융합원(GIST) 등과 MOU를 체결하며 해당 산업군 내에서 정교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는데요. 앞으로 통합 모빌리티의 혁신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네이처 모빌리티 대표 이주상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네이처모빌리티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지향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전문 기업입니다. 친환경적이면서 편리한 이동 수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을 담아 사명을 지었고요, ‘이동 너머, 나만의 여정에 맞춘 통합 플랫폼’이란 슬로건으로 2018년 설립하였습니다.
창업 이전에는 첨단부품·장비를 제조하는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이었습니다. 제 전공이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통합(SI)이었던 점을 살려 직장에서도 중동 ICT SI 사업 총괄을 맡았었는데, 지금의 사업 아이템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시스템’을 통합하던 일에서 ‘모빌리티’를 통합하는 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제 업이 지금도 연장선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국내에만 대략 3만 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그중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발한 아기유니콘 기업이 당시 60곳이었는데요, 저희가 거기서 1등으로 뽑힐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1위라는 숫자보다 더 뜻 깊게 다가왔던 건, 전문심사단 평가에 더해 최종 국민심사단의 점수까지 합쳐진 결과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모두 매일 이용할 수밖에 없고, 또 한 번쯤은 심한 고충을 겪는 게 바로 이동수단이거든요. 저 역시 제주도 가족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빌렸다가 3일 이용하는데 100만 원이 나왔다는 말에 ‘이 가격이 합당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이용자 관점에서 만든 솔루션이 ‘R-RMS(실시간 렌터카 자원관리 시스템)’였고, 이 솔루션을 녹여내어 렌터카 판매자와 소비자를 한곳에 모이게 한 것이 ‘찜카’ 플랫폼의 시작이었습니다. 단순한 이동수단 제공을 넘어 이동수단을 손쉽게 비교검색해서 예약할 수 있도록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한 점, 렌터카·항공권·투어택시·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통합성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플랫폼 사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딜레마를 풀어내는 게 사업화의 첫 관문이라고들 말합니다. 다시 말해, 공급자를 먼저 모을 것인지, 아니면 수요자를 먼저 모을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하죠. 물론 사람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요. (웃음) 만약 일정 수준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한데 모여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게 할 수만 있다면, 그다음에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빠른 성장 가도에 오르게 됩니다.
처음에 저는 이용자 입장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는데, 그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가다 보니 나중에는 최종 소비자보다 최 앞단의 모빌리티 공급자가 보였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렌터카 업체 직원이 매일 마주하는 잡무는 거의 시달림에 가까웠죠. 소모적인 일에서 해방시켜주는 서비스를 만든다면 그들이 그 서비스를 안 쓸 이유는 없었고, 그렇게 소모되지 않은 에너지는 보존되어 고객의 혜택으로 전환되니 고객 역시 해당 서비스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사업을 보다 정교하고 매끄럽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지만요.
저는 거의 모든 스타트업을 경쟁이 아닌 통합의 대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에 다닐 때는 ‘컨버젼스(Convergence; 융합)’라는 말을 많이 썼었는데, 요즘에는 ‘빅블러(Big Blur;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서로 뒤섞이는 현상을 뜻함)’라는 신조어를 심심치 않게 쓰이더라고요. 아무래도 경계가 모호해지면 필연적으로 경쟁상대 또한 모호해지는 효과를 불러올 겁니다.
과연 같은 업계에서,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진정한 네이처모빌리티의 경쟁사일까요? 전 세계 모빌리티 업계 최대미션인 MaaS는 과연 경쟁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목표일까요? 이 질문에 선뜻 “네”라고 말할 수 없기에 저는 사업 조직을 일종의 모듈 구조로 가져가는 실험을 하는 중이고, 좀 더 중장기적 관점으로 시장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보다가,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놓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이죠.
네이처모빌리티의 강점이 기술력과 통합 역량이라면, 부족한 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걸 ‘콘텐츠’라고 진단했습니다. 저희는 소비자의 욕구(needs)를 해소시키는 ‘필요기업’군에 속해있기 때문에, 바람(want)을 충족시키는 ‘소망기업'(이 단어가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Disney)’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이 바로 취향의 영역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면서 저렴하고 빠르고 깔끔한 이동 수단만 제공하면 될 것이지, 뭔 갑자기 취향 이야기이냐 하실 텐데요. 변화의 빠르기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모빌리티 업계는 지금 거의 ‘혁명’ 수준의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빠르면 3년, 늦어도 8년 이내에 이동수단이 변모하게 될 텐데요, 그 변화의 폭을 가늠할 수 없어 저도 뭐라고 쉽게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후 여러 전자기기와 기능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되었던 걸 사례로 들고 싶네요.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과 지난달 맺은 협약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연구 협력을 골자로 한 제휴였습니다. 연구주제로는 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 등 다양한 주제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세미나 특강, 공동 연구기획 등을 통해 꾸준히 교류해왔지만,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며 신사업분야를 개척해나가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사업을 시작할 무렵,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예산을 태우는 B2C 마케팅을 그대로 대입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을 살펴보니 온라인커머스 및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한 렌터카 소비가 9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략적으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이용자를 직접 공략하는 방법 대신, 수요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B2B 제휴 마케팅에 주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제휴사 회원들을 위한 할인쿠폰 금액이 곧 마케팅 비용이다 보니 할인과 모객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현재 국내 모빌리티 중개업 9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 국내 e-커머스 결제 1위인 쿠팡을 비롯한 40여 대형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대량 수요와 대량 공급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탄탄한 토대를 바탕으로 자체 플랫폼인 ‘찜카’로의 직접 유입을 위한 공격적 B2C 마케팅을 펼칠 계획입니다. 매출의 범위, 비중, 지역 등을 본격적으로 확장해나갈 때인 거죠.
기본적으로 하와이, 대만, 베트남, 발리, 푸켓 등 한국인이 많이 가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미국 본토, 유럽, 호주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고요.
해외 사업 또한 시작부터 하나하나 모든 걸 하는 방식이 아니라 M&A, JV(합작법인), 사업제휴 등의 접근법을 취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경우 JV 설립 검토 중이며, 올해 안에 설립 후 서비스 출시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괌, 싸이판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성공 경험이 있어 현지 법인 설립도 검토 중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보고 싶은 게 많아집니다. 그럴 때마다 욕심내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매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업들을 관통하는 ‘고객 경험 최적화’ 관점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지금 준비 중인 복합 단지가 있습니다.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 정도에 오픈할 것 같은데, 온라인-오프라인을 오가는 고객 서비스 여정에 어느 곳도 부족함 없도록 고객 경험 전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해나가려고 합니다.
또한 모빌리티 편의성 증진을 넘어 네이처모빌리티라는 사명처럼, 친환경 상용차 보급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가능경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퍼스널모빌리티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접이식 헬멧 사업도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습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우리가 새로운 것에 심리적으로 익숙해지는 데에는 21일의 시간이, 그걸 몸에 배게 하는 데에는 66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나 흘렀으니,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만 했던 규칙들이 이제 전 세계인의 편한 습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대면 서비스 전환이 대표적인 예이죠.
네이처모빌리티는 비대면을 위한 자동화, 그리고 자동화로 인한 무인화 시대로 점차 이어지는 단계별 시장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 – 전기 상용차 보급 – 인공지능 기반 차량관제시스템(FMS)까지의 사업 로드맵을 차근차근 이행해나가고 있죠.
한편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변수 못지않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정책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특히, 모빌리티 업계는 사업과 규제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를 신규사업 개척의 타이밍을 잡는 데에 활용하기 때문이죠.
자율주행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물류 배송 쪽에서 먼저 상용화되었고요, 정부도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자율주행로봇의 인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풀어주는 등 화답하고 있죠.
규제가 앞서나갈 때도 있습니다. 내년 4월이 되면 택배 차량 및 어린이 통학 버스를 새로 뽑거나 교체할 때는 무조건 친환경차를 구매하도록 하는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경유 자동차를 사면 안 되는 것이죠. 이런 예정된 타임라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짠다면 사안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네이처모빌리티 앞에는 중요한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가 모빌리티 정보 통합, 두 번째가 모빌리티 결제 통합, 세 번째가 이용자 경로 통합을 통한 새로운 이동 경험 창조입니다. 이 ‘새로운 이동 경험’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MaaS이고요. 이 과정에서 제휴사 간 강력한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구축해나가는 것도 병행해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당사 MaaS 연구소와 개발팀, 제주 본사와 미국 법인과 다같이 힘을 합쳐 단계별로 과제를 클리어해나갈 예정입니다. 저는 오는 2030년을 네이처모빌리티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업계의 급변점이기도 하고요. 2030년이면 연 거래액 1조 원, 기업가치 1조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모바일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 모비인사이드를 읽고 계신 구독자 여러분, 2010년대 이후 오프라인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온라인으로 옮기는 게 비즈니스가 되면서 이를 행동으로 먼저 실천한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음식점 전단지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배달앱이 탄생했고, 동네 가게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스마트 스토어가 되었죠. 지난 10여 년간에 걸쳐 산업별 오프라인 서비스들을 대거 온라인으로 옮겼으니, 이제 다음 10년은 오프라인을 통째로 복제해 온라인에 구현하는 데서 기회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이자 ‘메타버스’로 불리는 세상입니다.
가장 먼저 일상의 작은 문제, 흔한 경험에서 사업의 기회를 발견해보세요.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몰입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렌터카 결제 비용을 듣고선 ‘비싸네’ 한 번 투덜대고 말았다면, 지금의 네이처모빌리티는 없었겠죠? 그럼 제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었기를 바라며, 모두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