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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Feb 09. 2023

누군가가 나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훔쳤다면?

(Feat. IP의 중요성)


(Disclaimer: 아래의 내용은 오로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써 특정 고객을 위한 법률자문의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해당 정보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한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제품 아이디어 무단 도용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투자유치 목적으로 여러 VC나 대기업 투자담당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때마다 비밀유지계약서(NDA)를 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NDA 체결을 요청하면 미팅 자체를 거부하는 투자 담당자들도 있어 어떻게 보면 을에 가까운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비밀유지계약이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사업 및 제품 아이디어를 공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창업가들이 많이 하는 걱정 중 그들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누군가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대체로 근거 없는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창업가들은 대체로 누군가로부터 아이디어를 도용당함에 따라 명성과 거대한 부의 기회를 빼앗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데,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긴 하지만 드문 일이다. 태양 아래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는 격언처럼,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았을 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아이디어가 도용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아이디어 도용은 특정 상황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청구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서면으로 된 제안서나 구두 설명회를 요청하여 제3자의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청취한 당사자라면, 그들간에는 묵시적 계약(implied contract)이 존재한다고 인정될 수 있다. 다시 말하여, 이 경우에 청취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또는 상당히 유사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아이디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따라서 아이디어를 도둑 맞았다고 인정될 만한 상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통 외국이나 기업 스파이에 대해 들었을 때, 그것은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품이나 기술 자체를 훔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부 중국의 비양심적인 카피캣들은 외국기업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이 나와 있는 실제 제품을 베끼는 것이다.


누군가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아이디어는 산소“이다. 즉, 아이디어는 특정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할 때,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제와 같은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불이 붙으며 폭발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창업가들의 과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나의 아이디어가 가치를 가지려면,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법에 의해 보호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IP)으로 만들어야 한다. 간혹 아이디어 그 자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IP)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아이디어는 보호받기 어렵다. 그리고 지식재산(IP)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영업비밀 등 4가지의 형태로 등록을 하거나 그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궁극적인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잘 실행(execution)되었는지로 결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실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생각해볼 것들이 있다.


1.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아마도 나와 매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거의 없다. 모든 아이디어는 기존의 다른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문제들을 기반으로 나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회를 보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와 그들의 차이는 내가 그 아이디어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것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누군가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누군가가 먼저 선점할까 봐 두려워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에 “무엇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그리고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다. 누구에게도 “어떻게,” 다시 말해 실행 방법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만드는가는 누구나 쉽게 보고 따라할 수 있지만 “어떻게” 만드는가를 누군가가 알고 이를 따라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2. 비밀유지계약(NDA)은 중요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적절한 상황에서 NDA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투자자들은 NDA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의 기업들 역시 그들이 나와 공식적인 파트너가 되거나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가 되지 않는 한 NDA에 서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NDA를 위반한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면 NDA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특히 외국에 있는 회사들의 경우 실제로 NDA 위반이 있더라도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NDA에 서명하였다고 하여 아이디어나 기술을 훔치는 것에 별 거리낌이 없기도 하다.


NDA 자체가 쓸모없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결국 어디에 있는 누구와 NDA를 체결하는 것인지를 항상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지식재산(IP)은 법적인 주체(legal entity)에 의해 소유될 때 가장 잘 보호받을 수 있다.

여기서 법적인 주체라 함은 보통 법인을 의미한다. 물론 개인사업자인 경우에는 법인이 없으므로 개인이 소유자가 되겠지만, 스타트업이라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법인이 설립되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법인 소속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이를 지식재산(IP)으로 실행에 옮기면서 이의 소유권을 전부 법인에게 이전 및 양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당연히 말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 및 양도 계약서를 작성해 두어야 한다. 단, 저작권의 경우에는 업무상 창작물(work for hire) 규정이 있어 자동적으로 소속된 법인에게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다.  







4. 투자자들은 아이디어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극히 초기의 일부 엔젤투자자들을 제외하곤 최소한 MVP라고 부르는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있어야만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MVP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맡고 있는 경험이 풍부한 창업자 팀, 잠재적인 고객들의 구매 의향서, 구체적이고 잘 작성된 사업계획서가 모두 갖춰져 있어야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간혹 나에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니 이제 이를 MVP로 만들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만을 가지고 투자유치를 알아보는 창업자들이 있는데 굉장히 naive한 생각이다.


5. 아주 초창기의 원시적인 아이디어로부터 어느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아이디어가 진화되었다면, 당장 지식재산(IP) 출원 또는 영업비밀 보호 절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와 상표는 미국 연방 특허상표청(USPTO)에, 그리고 저작권은 미국 저작권 사무소에 각각 출원해야 한다. 그리고 출원을 한다는 것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대가로서 일정 기간 동안의 배타적 권리를 취득하는 것인데, 그 일정 기간이 넘어서까지 해당 아이디어를 보호받기를 원한다면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 특히 영업비밀로서의 보호요건을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주의하여야 한다.    








정리하자면, 아이디어라는 것은 본질적인 가치가 없으며 따라서 아무도 그것을 훔칠 이유가 없다. 다만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버전으로 실행에 옮기려고 할 수는 있다.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식재산(IP)으로 만들기 위한 실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만이 나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글 서두에서 언급한 스타트업과 대기업간의 제품 아이디어 도용 사건도 결국 해당 스타트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두었는가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해당 스타트업이 대기업에게 공개했던 아이디어의 수준이 “어떤 제품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 제품을 만드는가”에 가까울 수록, 그리고 “어떻게 그 제품을 만드는가”의 방법론이 유사할 수록, 대기업의 무단 도용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성기원 변호사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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