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후 바쁘지 않은 사장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죠. 하루 24시간이 모자랍니다. 제품 개발, 생산, 영업, 관리 등 모든 업무가 사장의 몫이죠. 직원을 충원하더라도 어째 쉴 수가 없습니다. 새로 온 직원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일이 된 것 같습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 들어서도 사장은 계속 바쁩니다. 직원들은 줄기차게 업무에 대해 묻고 진행 상황을 보고합니다. 결정도 내려 달라고 합니다. 지방 출장도 가야 합니다. 외부 활동도 많아집니다. 무슨 모임은 또 그렇게나 많은지. 자기 계발과 회사의 미래를 위해 공부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중소기업 사장들의 일상일 것입니다. 사장은 이것이 당연하고 본인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 초기에 사장이 바쁜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인원도 증가하고 조직구조가 갖추어졌는데도 계속 바쁘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개선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장이 모든 일을 다 하려는 태도와 직원에 대한 불신, 시스템 부재 등에 원인이 있습니다.
사장은 회사 일에 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을 뽑았는데도 계속 업무를 봐줘야 안심합니다. 직원을 전적으로 믿고 맡기기에 뭔가 불안한 것이죠. 성격 급한 사장은 일을 시켰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일을 가져와서 해버립니다. 그게 아니면 직원을 옆에 끼고 앉아서 하나 씩 지시를 하죠. 디자인 업무라면 색깔 하나, 폰트 하나까지 정해 줍니다.
직원을 뽑는다는 것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인데 결국 사장 자신이 일하는 꼴이 됩니다. 연구개발, 영업, 관리 등 모든 일이 사장의 일이 됩니다. 실무자이자 관리자이자 경영자의 1인 다역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쉴 틈이 없는 것이죠. 그러면서 직원들이 능력이 없어서 자신이 쉴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장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직원들은 믿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을 맡기는 것의 중요성도 모르는 것이죠. 그 중요성을 알더라도 자신이 해왔던 업무방식과 다르면 또 참견을 합니다. 거기에 더해 이상한 조직구조를 만들어 사장 스스로 업무를 떠안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는 자신만의 업무방식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관리자급 이상이 되면 업무 조율, 방향성 제시, 업체와의 문제 해결 등 주요한 업무만 처리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업무를 익힌 사람이 모든 것을 관여하려는 사장과 만나면 충돌이 발생합니다.
그 사람은 회사나 직원 발전을 위해 직원의 업무를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죠. 반면 사장은 그 사람이 직원들 업무도 봐주지 않으면서 실무도 하지 않는다고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장은 실무를 강요하게 되고 서로 간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조직 구조상 적임자가 없어 사장이 본부장이나 팀장을 겸직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공석인 역할을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거죠. 이것은 조직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조직을 만든 것이죠. 적임자가 없다면 본부나 팀을 만들지 말든지, 신규로 채용을 하든가 내부 직원을 승격시켜야 합니다.
조직이 본부제나 팀제라면 수평적 구조로 설계를 한 것입니다.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사장이 어떤 조직을 겸직을 하게 되면 조직 간 균형추가 무너지게 됩니다. 더한 것은 사장이 해당 조직의 관리 업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전체의 경영을 해야 할 사장이 실적을 뽑고 월간회의 자료를 만드는 것이 맞을까요? 당연히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겸직이라는 것도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회사를 시스템화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면서 사람을 쓰면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맡겨 놓고 방임해도 문제지만 사람을 뽑았으면 일을 맡기고 자율성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장은 자신이 없어도 굴러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불안해서 모든 업무를 참견하면 사장이 회사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사장의 지시나 결정사항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휴가는 꿈도 못 꾸는 것이죠. 실제로 불안해서 또 책임감 때문에 휴가를 못 가는 사장들이 많습니다.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당장 사장이 원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장은 회사를 장기적으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눈앞의 일만 처리하고 이익을 좇게 되면 사장의 몸과 정신 모두 피폐해집니다.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사장에게 여유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사장이 너무 바쁘면 회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기 어렵습니다. 업무현황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사장이 부담하고 있는 업무를 좀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보다 중요한 일에 힘을 쏟을 수 있고 의사결정의 실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의 과로도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사장이 회사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런 상황에서 사장이 과로로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회사 업무가 마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장이 직접 운전을 하여 장거리 출장을 가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장거리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장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사장 개인이나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원들과 그 딸린 식구들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장이 1인 다역을 하고 건강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습니다. 사장 자신은 일중독이라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직원들은 자신이나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장은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고 회사를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일을 잘 맡기고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구축될 것입니다. 이것은 사장에게 업무적인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그 여유는 사장 본연의 업무인 중요한 의사결정, 직원들과 관계, 회사 방향 설정 등에 보다 신경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