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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에 매몰되기보다 보이지 않는 걸 파악해야 한다
1.
흔히 많은 곳에서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 혹은 ‘악마는 디테일 안에 있다’라는 말로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애플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었고, 인기 있는 스몰 브랜드를 분석할 때는 항상 디테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2.
맞는 말이다. 프로덕트와 제품을 만드는 장벽이 낮아진 요즘, 비슷하거나 유사한 제품들은 전 세계에서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끝없는 경쟁 속에서 우리 제품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키고 더 나아가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디테일의 디테일까지 고민하는 것이다.
3.
그런데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디테일부터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집짓기 계획을 예로 들면 쉽다. 집의 위치와 해의 위치를 고려해서 창을 남향으로 내고 가장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에다가 태양광 발전기를 배치한다. 그리고 지붕은 비 혹은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무너지지 않도록 가파른 경사로 만든다. 외벽의 색깔은 주변 환경과 청결을 고려해서 붉은색으로 칠한다.
4.
집을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벽, 창, 지붕만으로 설명을 이어나가 보겠다. 분명히 집과 해의 위치를 고려해서 창을 내고, 기후를 고려해 지붕을 짓고, 여러 조건을 바탕으로 외벽을 칠하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상당히 디테일해 보이고 좋은 집이 만들어질 것만 같다.
5.
이렇게 디테일하게 여러 요소를 고려했는데, 정작 중요한 문에 대한 내용은 없다. 문이 없으면 아무리 외벽을 예쁘게 칠하고, 지붕을 짓고, 창을 내도 집으로써 활용할 수가 없다. 즉, 디테일은 챙겼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6.
물론 위의 예시는 정말 극단적인 예시지만, 프로덕트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 디테일에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는 실제로 정말 빈번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서 국내 커머스 사이트가 해외 확장을 위해서 해외 고객을 위한 영문화 작업을 단어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가면서 진행했는데, 정작 결제 수단은 국내에서만 가능한 수단만 제공한다던지. 이런 식이다.
7.
하나의 프로덕트 혹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은 단순히 나열되지 않는다. 각 일에는 선후 관계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 선후관계에서 디테일은 각 단계의 마무리마다, 또 전체 단계의 마무리 단계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무작정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디테일부터 파고들면 디테일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하거나 필수적인 요소를 놓치기 쉽다.
8.
보통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인다는 건 어느 정도 해당 부분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내 눈에 보이고, 내가 알고 있는 요소를 논하고 다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9.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요소를 파악하고, 눈에 보이는 요소 이외에 더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신이 모르는 것은 눈에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0.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 디테일에 매몰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매번 보는 것만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디테일에 매몰되기 쉽다.
11.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디테일을 다듬는 과정은 보이는 것을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이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반면, 놓치고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건, 상대적으로 높은 메타 인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고 그래서 할 수 있는 사람도 적다.
12.
자신감과 자만이 한 끗 차이인 것처럼, 디테일에 대한 집중과 매몰 역시 한 끗 차이다. 디테일을 볼 때는 확실하게 봐야 하지만, 디테일을 따지기 이전에 더 중요한데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하나도 놓친 게 없다면, 그때부터 디테일에 들어가는 것이고.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