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비인사이드 심상용 에디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이 한줄의 카피로 ‘배달의민족’은 대한민국 대표 배달 앱으로 자리잡았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특유의 유머와 B급 감성이 담긴 마케팅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에 2014년, 2015년에는 마케팅, 광고 부문 시상식에서 여러차례 수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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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마케팅 고수를 찾아서’ 3번째 시간으로 우아한형제들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장인성 이사를 만나, 우아한형제들이 추구하고 있는 마케팅의 방향성과 미디어 접근 방식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네이버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던 장인성 이사는 2013년 우아한형제들의 두번째 마케터로 합류했다. 회사규모, 서비스 인지도 등 많은 부분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핵심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과 공감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카피 작성부터 홍보, 브랜딩, 사내문화 관리까지 다양한 업무를 마케팅 팀에서 진행했죠. 당시 서비스 규모도 작은 편이었는데요. 광고를 통해 신규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에 열광하는 핵심 고객을 찾고 그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배달의민족 핵심 고객은 회사 ‘막내’와 ‘자취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죠. 즉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였습니다."
배달의민족은 20~30대 자취생과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벤트와 상품(양말 30켤레)로 타깃층에 접근했다. 이 때, 우아한형제들이 제작한 ‘한나채’ 폰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배달의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치가 됐다.
“폰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실체로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작과정에서도 딱딱하지 않고, 어디서나 편하게 사용될 수 있는 폰트로 만들려고 했죠.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폰트를 많이 알려야했는데요. 그래서 재미있는 문구와 함께 포스터로 만들어 나눠드렸죠.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포스터는 학교나 회사에 게시되었고, 이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바이럴 효과로 연결됐습니다. 배달의민족이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에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폰트 활용의 좋은 사례가 됐죠."
배달의민족도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충성 고객을 넘어 대중들에게 서비스를 알려야 했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도 스케일업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경쟁사로 인해 그 시기가 다소 앞당겨지게 됐다.
“2013년 쯤 경쟁사가 IPTV 광고를 통해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고 있었습니다. 다운로드, 사용자 수는 배달의민족이 앞선 편이었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경쟁사에게 밀리는 시절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경쟁사 광고를 봤다고 이야기 하시더군요.(웃음) 시기적으로 매스 마케팅이 필요한 순간이었죠. 복잡한 설명이나 비교보다는 단순한 메세지(배달 = 배달의민족)로 시장에서 카테고리를 선점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반면, TV 광고를 한다고 멋지고 심간한 것이 아니라, 핵심 소비층에 맞춰 유머와 키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TV, 옥외, 잡지 등 여러 미디어를 독특한 방식으로 활용한 ‘배달의민족’ 광고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광고가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온라인을 통해 더 확산되게 됐다. 장 이사는 다양한 미디어와 마케팅 문법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배달의민족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또는 사건)을 만들면 사람들을 통해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유료 매체를 사용해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죠. 사람들 사이에서 잔소리를 하듯이 떠드는 것보다, 대중들이 즐거워하는 내용으로 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이 중요한 셈이죠. 잡지 광고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특정 매체를 선정하고 매체에 어울리는 카피로 광고를 집행하는데요. 1년이면 12개의 레퍼런스가 쌓이게 되고 이는 공유할 만한 콘텐츠가 되죠."
배달의민족은 종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PPL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8월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배달의 무도’편에서는 배달의민족 서비스르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 다수 노출됐는데, 감동적인 프로그램 내용과 오버랩되면서 브랜드 노출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반면, 2개월 뒤 방영 된 ‘바보의전쟁’ 편 PPL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장 이사는 PPL의 경우 제작자 입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PL은 제작자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반면, 광고주의 영향력은 미비합니다. 제작자를 믿고 신뢰할 수 밖에 없죠. 배달의무도 경우에는 무한도전 측에서 배달의민족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저희에게 제안을 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작년 말 진행했던 ‘위대한 유산’의 경우 1년 전부터 프로그램 스토리와 기획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진행했죠. 좋은 의도로 기획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여 뜻을 나눴던 것이 브랜드 측면에서 의미있는 캠페인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대형 서비스와 달리 스타트업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제한된 요소가 많았다. 현 상황을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유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지금의 배달의민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된 것이다. 장 이사는 스타트업 마케터들에게 이용자를 숫자보다 사람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초기 스타트업 일수록 유저를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초기 유저는 서비스와 관련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입니다. 실제 우리의 유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까운 위치에서 살펴보고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인 셈이죠.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유저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제한적인 상황을 탓하기 보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아카데미를 통해 업체 점주들에게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한편으로 배민 신춘문예 등 엉뚱한 이벤트를 기획하여 정기적으로 유저와 소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 이사는 앞으로도 엉뚱하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배달의민족이 존재하는 이유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배달의민족'이 존재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들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전국 가위, 바위, 보 대회’도 기획하고 있는데요. 학력, 체력, 돈, 심지어 노력도 필요 없고 가위바위보만 잘하면 되죠.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배달의민족이 아니면 안되는 것들이 있죠. 멋지고 세련된 브랜드가 아닌, 엉뚱하면서 재미있고, 공감하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마케팅 고수를 찾아서] 시리즈
(1) 레벨업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려라…와디즈 마케팅 팀
(2)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입과 경험…포도트리 마케팅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