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배달 로봇 ‘뉴비’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월 18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혹시 선릉역 주변에서 직장 생활하시는 구독자분들 계실까요? 그러하다면 이 배달 로봇을 한 번쯤 마주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운영하는 배달 로봇 ‘뉴비’인데요. 그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등 제약된 공간 내에서만 배달을 수행하던 뉴비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뉴빌리티는 강남구, KT와 협력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배달 로봇을 선릉역 일대 현장에 투입했고요. 총 3대의 배달 로봇(뉴비 1~3호)을 가용하여 최근까지 카페와 사무용품점 배달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로봇 운영 시스템 ‘뉴비고’, 웹기반 배달 주문 플랫폼 ‘뉴비오더’를 적용해 가게 앞부터 배송지 건물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뉴비를 포함한 배달 로봇이 거리에서 사람과 자동차 사이를 함께 오갈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제도 측면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배달 로봇이 인도를 활보하기 위한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됐기 때문인데요.
먼저 지난해 9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을 통해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시행됐습니다. 종전에는 배달 로봇으로 이동 중 촬영한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행인으로 대표되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었는데요. 법 시행 이후에는 배달 로봇 운영사가 촬영 사실을 표시하고, 개인 권리침해 금지 등을 요건으로 한다면 촬영이 허용됩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촬영 정보를 학습하여, 배달 로봇의 자율주행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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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0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서 배달 로봇은 실외 이동 로봇으로 보행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습니다. 종전까지 법적으로 인도 주행이 불가능했던 로봇이, 사람이 오가는 보도를 주행할 수 있게 됐고요. 여기 더해 11월 지능형 로봇법 시행으로 실외 이동로봇의 법적 정의가 추가되고, 운행 안전 인증체계와 보험가입 의무가 갖춰지는 등 배달 로봇의 정식 사업화를 위한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이러한 변화 때문에 2024년이 배달 로봇 사업 진흥의 원년이 될 것이라 보는 업계의 시각도 있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배경 덕분에 우리는 사람과 차량, 오토바이 사이를 제약 없이 누비며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선릉역에서 제가 직접 뉴빌리티 로봇 배달 주문을 하고, 뉴비를 미행해 본 결과입니다.
일단 현재 뉴비 로봇 배달을 이용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뉴빌리티가 개발한 주문 플랫폼 '뉴비오더' 웹페이지를 통해 배달 주문을 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카카오톡 채널(KT 로봇배송 테헤란로) 추가를 통해 카카오톡을 통한 배달 주문 및 결제를 하는 방법입니다.
단, 뉴비오더에서 일반적인 배달 플랫폼의 수많은 음식점과 구색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현재까지 선릉역 인근에서 뉴비오더로 주문 가능한 가게는 카페 1곳과 사무용품점 1곳이 전부이기 때문이고요. 상품 수령 장소 역시 위워크 선릉 2호점이 위치한 특정 건물 앞으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라면 말 그대로 신기한 로봇 배달을 보고 싶을 때 주문하는 용도로 뉴비오더를 사용할 것 같았고요. 또 배송비가 무료이니, 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있거나 위워크에 근무한다면 한 번 주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뉴빌리티는 왜 특정 배달앱과 협력하여 로봇 배달을 연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 주문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영한 것일까요?
“로봇 배달 서비스를 개발할 당시 뉴빌리티는 뉴비 로봇과 이를 운영하기 위한 로봇 운영 플랫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제 실제 기업 고객 대상으로 B2B 로봇 솔루션 제공까지 하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어떤 고객사는 배달앱 외에 자체 주문 수집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지만요. 또 어떤 고객사는 아예 배달을 비롯한 이커머스가 처음이라 솔루션 연동 관련 경험이 없는 곳도 있더라고요.
이에 뉴빌리티는 웹 기반 주문 수집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여 지난해 6월 론칭했습니다. 이를 로봇 배달 솔루션과 연계 운영함으로써, 배달 운영이 처음인 고객사라도 얼마든지 솔루션 도입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고요.
그렇다고 배달앱을 비롯한 타 플랫폼과 의도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환영하고요.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 뉴빌리티 관계자
그렇게 배달 주문을 마친 저는 본격적으로 뉴비 로봇을 따라갔습니다. 배달이 진행되는 동안 뉴비는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음악을 재생하며 이동했고요. 정차 중인 고가의 외제차 사이를 돌파해 들어가는 뉴비의 저돌성에 저도, 주변의 행인들도 꽤나 긴장했지만요.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습니다. 뉴비가 라이다 센서 대신 탑재했다는 멀티 카메라 기반 V-SLAM은 믿을만해 보이더군요.
또 뉴비는 행인을 비롯해 누군가가 앞을 막아선다면 즉시 이동을 멈춘 채 360도 방향 전환을 하면서 상황을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걸 돌아서 갈까, 비키길 기다릴까 곰곰이 고민하는 것 같아 꽤 귀여웠는데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던지 뉴비를 마주치는 행인마다 “귀엽다”, “정말 기술 발전이 빠르다”,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등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더군요.
부드럽게 주행하는 뉴비를 보고서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저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횡단보도 주행이었습니다. 이제 보행자 지위를 획득했기에, 뉴비는 사람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데요. 보행자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니 뉴비는 다른 행인들과 마찬가지로 신호를 대기했고요. 얼마 안 있어 초록불이 켜지니 마주 오는 행인들 사이사이로 주행을 이어갔습니다. 갑작스레 옆에서 튀어나온 오토바이에 반응하여 사고 없이 횡단을 마치는 모습은 감탄스러울 정도더군요.
“뉴비는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횡단보도를 인식하면 우선 멈춥니다. 신호등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요. 우선 멈춘 뒤 신호등이 없는 경우 상황 판단에 따라 도로를 건너고요.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중앙 서버를 통해 도로교통 신호를 직접 인식합니다. 신호등이 빨간불인지 파란불인지는 이 신호를 통해 분별해요. 도로교통 신호를 수신하여 운행하는 건 현재 서울 전 지역에서 가능하고요. 지방 진출 시에는 지자체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 뉴빌리티 관계자
그렇게 뉴비는 무사히 상품 수령 장소인 위워크 선릉 2호점 앞에 도착했습니다. 상품 수령인(접니다.)에게는 로봇 배달이 도착했다는 알림톡이 발송되고요. 뉴비가 계단을 올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상품 수령인은 직접 위워크 건물 앞까지 내려와야 됩니다. 이후 주문한 스마트폰 알림톡의 적재함 열기를 터치하면 뉴비의 상단부 뚜껑이 열리고, 배송 물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배송을 마친 뉴비는 다시 지정된 대기 장소로 돌아가 다음 주문을 기다리거나, 곧바로 새 주문 처리를 위해 가게 앞으로 이동합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을 본 독자 여러분이 느끼기에 배달 로봇은 상용화가 가능할까요? 로봇이 거리로 나온 것과는 별개로, 아직 쉽지 않아 보이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일단 로봇이 문전 픽업과 배송이 안 된다는 것은 굉장히 큰 한계로 느껴졌는데요.
당장 뉴비만 하더라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자동문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배송인과 수령인 모두 로봇이 있는 곳까지 나와서 상품을 싣고, 가져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뉴비를 활용한 로봇 배달에 배송비가 아예 없으니, 이러한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나가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상용화를 위해서는 분명 로봇 배달에도 비용이 책정 될텐데요. 그렇다면 이 별도의 노동을 감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가 상용화에 앞선 관건이 될 수 있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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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자동문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연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확장성 측면에서 제약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애초에 엘리베이터와 자동문이 존재하지조차 않는 수동 개폐식 구축 오피스나 거주 지역도 상당한데, 이 같은 경우는 여전히 로봇만으로 돌파가 어려울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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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장에서 느낀 것이지만요. 향후 상용화에 따라 더 많은 배달 로봇이 인도를 달리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운행 중인 뉴비를 한참 바라보던 한 70대 남성 보행자는 “신기하긴 한데, 저것도 나중에 배달 오토바이나 킥보드처럼 여러 대가 인도 위를 돌아다니면 나 같은 사람은 무서워서 못 돌아다닌다”라고 말하더군요. 또 다른 30대 여성 보행자는 “평소 도로 위로 다니는 오토바이 수만큼 배달 로봇이 인도 위를 다닐 거라고 가정하면 너무 불편하고 무서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배달 로봇은 기술적으로 빠르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나, 아직은 국내 배달 시장의 판매자와 소비자의 서비스 눈높이를 맞추기엔 사람보다 아쉬운 점이 있어 보였고요. 또 배달 로봇이 인도 위에서 법적 지위를 하나둘 갖추는 것과 별개로,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보행자에게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지는 아직 미지수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막 마당을 나온 배달 로봇이기에, 다음 행보를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이커머스 업계에 흑자 달성 소식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먼저 컬리가 지난해 12월 기준 창업 9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EBITDA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요. 이는 컬리가 드디어 영업 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이지만요. 동시에 여전히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섞인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이에 이번 컬리의 흑자 소식이 가지는 의미와 함께, 이 흑자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외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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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늘의집입니다. 오늘의집은 지난해 11월 기준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는데요.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영업이익률을 22% 개선하며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고, 월간 매출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42% 성장했다고 합니다. 가구 시장 전체가 엔데믹 이후 침체되고 있던 와중, 오늘의집은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오늘의집의 공식 입장과 함께, 오늘의집의 흑자를 만들어낸 세 가지 요인이 무엇인지 정리,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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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작은 기업의 도전 사례입니다. 언제부턴가 물류를 내재화하는 이커머스 기업이라고 한다면, '저거 적자가 엄청나겠구나' 하는 편견이 생기곤 한다고 느끼는데요. 근데 말이죠. 월간 출고량 3만건 정도를 다루는 굉장히 작은 이 기업은 무려 모든 물량을 택배보다 빠른 새벽배송으로 배송함에 불구하고요. 월간 손익분기점은 이미 돌파하여, 흑자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업의 본사이자 공장이 있는 경상남도 진주에서는 무려 건당 850원의 비용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대체 이러한 비용 절감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커넥터스가 이 기업 창업자를 만나 비밀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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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도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입 맥주와 편의점 업계를 상징하는, 일종의 관용어구가 있죠. 바로 ‘4캔 만원’인데요. 최근 GS25는 10년 넘게 지속된 4캔의 법칙을 3캔으로 바꾸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엔 수입 맥주 가격 상승 등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요. 자세한 내용과 함께 과연 3캔 판촉은 편의점 매출에 도움을 주고 있을지 알아봤는데요. 웬걸. GS25 편의점주들의 반응이 좀 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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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새로운 글로벌 역직구 시장 개척을 위한 도전입니다. 그 대상은 2019년 이후 2023년까지 이커머스 거래량이 약 7배 늘어난 곳, 미지의 땅 인도인데요. 인도는 스마트폰 무선 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만 11억4358만명을 보유한 무지막지한 소비 시장이긴 하나, 국내 셀러가 인도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인도 이커머스 진출을 꿈꾸는 셀러를 위한 지침서: 입문자편’을 말이죠. 현지 시장 현황과 특성, 각종 규제, 그 사이 피어나는 기회까지 두루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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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최근 저는 연이은 감기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잠든 와중에 코가 막혀 입으로 숨 쉬다 보면 다시 목이 따갑고, 목이 따가워 입맛이 사라지면 몸이 허한 지 다시 코가 막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독자 여러분께서는 건강관리 잘하시어 저 같은 굴레에 빠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앞으로도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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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커넥터스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