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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l 08. 2024

경험을 넘어 ‘체’험으로


5성급 최고급 호텔 방안에서 하룻밤 보내기

vs.

깊은 숲속에 위치한 캠핑카에서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을 바라보며 하룻밤 보내기




당신은 휴가 중 하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둘 중 어디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인가?


요즘 소비자들은 고급 호텔 방 안에 머무르는 것보다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럭셔리 호텔 체인들이 ‘글램핑’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램핑이란 ‘glamorous + camping’의 약자로, 고급스러운 가구를 비치하고 편의 기능을 보완하여 캠핑의 번거롭고 불편한 부분을 제거한 것을 말한다. 호텔에 기대하는 럭셔리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기존의 호텔 시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야외 체험으로 새로움을 더하고자 하는 것이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글램핑 시장규모는 2023년 27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2배 이상인 59.4억 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하얏트(Hyatt) 그룹의 경우 독특한 숙박지만 엄선하기로 유명한 숙박큐레이션 업체 ‘Mr and Mrs Smith’와 제휴하였는데 이곳에서 제공하는 숙소는 예를 들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위치한 외딴 은신처 느낌의 텐트라거나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자연친화적 호텔, 핀란드의 울창한 숲속에 위치하여 오로라를 관측할 수도 있는 오두막 등이다. 가격은 절대 가볍지 않다. ‘포시즌즈(Four Seasons)’ 그룹은 2022년 멕시코 푼타미타에 성인 전용 럭셔리 텐트 리조트를 오픈하였는데 이 텐트에서 하루 묵는 가격은 약 $4,000에 달한다.     


사실 팬데믹 이후 호텔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오프라인의 경험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억눌렸던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가 돌아오는 ‘리오프닝 효과’나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는 것을 넘어서 온라인의 소비자 경험을 뛰어넘는 오프라인 경험만의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추구하는 ‘찐경험’은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첫 번째로 나타나는 특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온라인 및 가상현실에서는 시청각적으로 풍부한 자극을 제공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3차원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며 얻는 체험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 외국에서는 ‘메가그리드’ 혹은 ‘슈퍼그리드’라는 이름의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스텝핑’이라는 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큰 방과 같은 게임공간에 들어가서 발밑에 불이 들어오면 그 색깔을 따라 밟아나가며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독특한 것은 본래 메타버스에서 개발된 게임을 오프라인 게임으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외식의 경험도 진화하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태국음식점 ‘살라 댕 탬플’은 음식점 내부 공간만이 아니라 찾아오는 길에서부터 체험요소를 고려했다. 식당 앞에는 수심 3M의 인공호수가 설치되어있는데 음식점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배위에 올라 노를 저어서 호수를 건너야 한다. 왕복 3분 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전이(transition)의 경험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체험 소비의 두 번째 특징은 화면 속 세계를 화면 밖으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텝핑 게임도 그러하지만 영화 속 세계관을 구현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영화 개봉에 앞서 홍보 목적으로 팝업공간을 여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팝업은 애니메이션 속 ‘감정 본부’ 세계를 구현한 공간을 꾸몄다. 주요 캐릭터를 사람만큼 커다란 인형으로 제작하고 캐릭터들이 이동할 때 탑승하는 기차를 실제 움직이는 기차로 제작하여 방문객들이 기차로 공간을 이동해보는 체험 요소를 넣었다. 





SNS 상에서 숏폼 영상으로 만났던 공간을 오프라인으로 초청한 경우도 있다. 몇 달 전 SNS 상에서 ‘춤을 추어야 꽃을 살 수 있는 가게’ 라는 숏폼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꽃가게에 방문한 손님이 질문을 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자 꽃 가게 주인이 춤을 따라 추는 모습을 가게 CCTV 화면으로 포착한듯한 영상이었다. 사실은 춤을 좋아하는 가게 주인이 친구와 함께 홍보 목적으로 제작한 영상이었지만 재미있는 컨셉에 젊은층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에 꽃 선물을 많이 찾는 5월을 맞이하여 더현대 서울에서 영상 속 작은 꽃집 ‘비틀즈뱅크’를 팝업스토어로 초청했다. 가게 공간과 카메라 각도까지 영상 속 모습과 흡사하게 설치하여 소비자들이 마치 영상 속에 들어간 것처럼 춤을 추고 인증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럭셔리 브랜드에르메스에서 진행한 팝업전시의 이름은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이었다.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 현지에서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한국에 와서 그들의 실제 작업 공정을 선보이는 전시였다. 가죽 재단은 물론, 보석 세공이나 실크 스크린 염색 등 다양한 작업에 대해 통역사를 통해 직접 장인들이 설명하고 방문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기도 했다.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팝업스토어와 관련된 언급량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해 약 43% 증가했으며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동기로는 ‘체험’과 ‘경험’이라는 단어가 확실하게 증가한 양상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찾는 ‘찐경험’의 핵심은 체험이라 할 수 있다. ‘호캉스’ 대신 ‘글램핑’을 찾는 이유도 비슷비슷한 실내경험보다 자연이라는 특별한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체험 때문일 것이다.       

물질을 소유하는 대신, 경험을 수집하는 시대이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충족되지않은 편의성과 접근성 등 기능적 측면을 온라인 채널에서 공략했다면, 이제 온라인 시장이 포화되며 더이상 새로움 경험을 발견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의 가치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오프라인 공간의 흥미로운 시도는 끊임없이 진화 중이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정윤 님의 브런치와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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