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트렌드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2025년의 트렌드에 대해 궁금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트렌드 관련 서적을 구매하여 읽어보거나, 관련된 기사를 읽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트렌드가 맞고 틀리고 또는 거기에 따라 어떤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해서 그동안 봐왔지만 몇 해 전부터는 이 시기가 되면 내년도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이 마치 트렌드가 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으로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기 좋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변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시선만 옮기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장 내 또래가 입고 다니는 옷차림부터 주로 무엇을 먹고 즐기고 있는지 SNS앱만 열면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Feed에 뜨곤 합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고, 알고 싶지 않기 위해 거꾸로 노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마치 내가 유행을 따라가는지, 아님 유행이 날 따라오는지 모를 정도일 때가 많습니다.
유행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심미안적인 부분을 콘텐츠로 만들어 다양한 채널에서 퍼뜨리기도 합니다. 또는 그 퍼뜨리는 행위가 유행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여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타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널리 퍼뜨리듯이 모두를 이롭게 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경험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Trend는 어떤 흐름 또는 경향(성)을 뜻합니다. 그래서, 지금 또는 당장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나타난 현상(유행)이 과거 속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는지를 살피는 것에서부터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비즈니스에서는 이를 활용하여 다음에 유행할 아이템을 찾거나, 트렌드에 맞춰 마케팅, 브랜딩, PR에서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고객을 끌어모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약발이 다 떨어진 느낌입니다. 어딘가 과거에서 본듯한 것을 재탕 삼탕 하면서 눈길을 끌다가고, 가까이 가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이벤트를 선호하는 것은 인류를 관통하는 트렌드 중에 하나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새로움’이 될 것입니다.
연말 연초에 나오는 각종 서적과 뉴스에 나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시장 전체의 트렌드는 내가 속한 시장과 업계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로 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올해도 별거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아무리 매년 키워드와 그에 대한 의미, 이를 내가 일하는 일터에 적용하려고 애를 써도 잘되지 않습니다. 아니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혹시나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당근을 검색’해봤더니 이미 트렌드 서적을 문고리 거래한다는 여러 개의 게시글이 보입니다.
트렌드 전문가가 뽑은 키워드를 그대로 나 또는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진짜 트렌드 키워드는 내가 직접 뽑아야 합니다.
스스로 내가 하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고 볼 수 있는 1) 내가 일하는 사업체와 그 사업체가 속한 업계가 1년 내 혹은 그 이전부터 겪어온 변하지 않는 모습과 변하는 모습에 대해 정리하며 확인해 보는 것, 그리고, 2) 내가 일하고 있는 직무상의 시장(전문 영역 – OOO 업계, 마케팅, HR, 재무 등)을 3) 교차하여 살펴보는 것이 더욱 현명한 접근입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을 더욱 잘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본능에 충실한 접근이기 때문에, 이러한 본능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1) 우리가 속한 사업상 업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가는 것
2) 내가 일하고 있는 직무 영역도 하나의 시장, 그 속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대부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볼 때, ‘변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그 자체가 유행이기도 하고, 그걸 통해 어떤 시도와 도전을 할 것인지를 대부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유행을 좇는 것만큼 무모한 접근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내가 좇아야 하는 유행부터 골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반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지부터 확인이 필요합니다.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여러 일을 돕고 있으면서 업계에 오랫동안 계신 분들과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쇠락의 길, 또는 성장이 가로막힌 이유를 대부분 온라인이 성장한 탓으로 돌립니다. 그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이 왜 성장했을까요? 가장 크게는 두 가지 원인입니다.
(1) 오프라인 유통 업계 성장 배경에는 백화점이라는 중요한 유통 채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백화점으로 인해 물류망의 중요성이 발견되고, 물류 허브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그로 인해 유통은 점차 강력해진 물류망을 타고, 전국 어디든지 우리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조달, 보관, 전시 및 진열, 판매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유통업계가 한마음으로 고객의 문제(한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구매하여 쇼핑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기업이 유통 및 물류 시스템을 통해 대응)를 적절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유통보다는 물류 업계가 더욱 커지고 강력해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2) 이어서 PC의 등장과 모바일 네트워크가 구축되며 쇼핑(주로 브랜드 및 제품 확인)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마저도 효율적으로 줄이기를 원하는 고객(소비자)의 욕구를 만나며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맞이합니다. 이때 오프라인 유통의 힘으로 커버린 물류 업계와 온라인 커머스가 가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소비자의 온라인 이용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 이때 변한 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 사이의 사람들의 이용행태입니다.
–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시대에 맞춰 자신의 편의를 우선 추구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이미 구매한 경험이 있는) 상품을 확인하고 주문하는 것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하지 않을까요. 이를 간과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과거의 전략에 기대어 고객보다는 손님을 끄는 것에 집중하는 동안 온라인 커머스(플랫폼) 업계는 꾸준히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상호작용) 하며 안과 밖으로 꾸준히 CRM을 해왔고, 그 결과 각각의 개별 고객의 지갑에 대한 점유율을 높일 대로 높여놓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그들도 크게 돈을 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돈은 물류 업계가 가장 많이 벌고 있는 듯합니다.)
트렌드 이야기를 통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또는 뜬구름 잡기 식의 대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그 대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속한 업계 내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탐구하여 그렇게 얻은 인사이트를 통해 ‘나 또는 우리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내가 속한 업계에서 맡고 있는 직무가 가지는 영향력의 변화
개인의 커리어 개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직무를 옮기는 것보다는 업계(시장)를 옮기는 것입니다. 기왕이면 높은 값을 쳐줄 수 있는 곳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럼, 당장은 내가 높은 가치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곳, 또는 내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업계)으로 내가 가진 주특기를 갖고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는 직무상 주특기가 가진 업계 내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여러 방면으로 확인하며 이를 (1) 뾰족하게 갈고닦기 위해 직무상의 경험치를 수시로 정리하고 이를 더욱 반짝반짝하게 광을 낼 수 있는 업무상의 경험과 관련 스킬 등을 연마하는 것으로, (2) 더욱 높은 가치를 쳐주는 곳에 대해 알기 위해 직무 관련 커뮤니티 및 네트워크에 들어가 활동하며 다른 업계에 나와 같은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이 둘을 조합하여 (3) 실제로 옮기기 위한 준비(시도와 도전)를 상시로 해야 합니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