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7월 1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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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마트의 야심작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를 소개한 신세계그룹 뉴스룸 콘텐츠를 보다 깜짝 놀란 순간이 있었는데요. ‘올·다·무 품고 더 힙해진 쇼핑 라인업’이라는 문구가 공식 홍보 포인트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언론 기사에서 잠깐 언급되던 신조어 정도로만 생각했던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스탠다드)’가, 이제는 아예 신세계그룹이 공식적으로 꺼내는 이름이 된 겁니다.
이 셋이 함께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온라인에 밀려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매장이 많은 요즘, 오히려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구경하러 가는 매장’을 넘어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커머스 시대를 역주행 중인 올·다·무가 알려주는, 잘나가는 오프라인 매장이 되는 세 가지 레슨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유리한 점, 역시 가격이죠. 온라인에서는 여러 쇼핑몰을 쉽게 비교할 수 있고, 조금만 찾아보면 같은 상품도 오프라인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더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간 가격 차이를 두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그 결과, 오프라인에서 사는 게 괜히 손해처럼 느껴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하지만 올·다·무는 다릅니다. 아예 초저가 균일가 전략을 쓰는 다이소는 말할 것도 없고, 올리브영과 무신사도 ‘가격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꽤나 신경 씁니다. 특히 세 브랜드 모두 공통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사실 이는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세 브랜드 모두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고, 무신사 스탠다드는 애초에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가를 고수하는 건, 가격 차이로 인한 불신이 생기면 오프라인에서의 구매 전환율이 떨어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특히 무신사는 더 철저합니다. 자사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물론이고,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외부 브랜드 상품까지 온라인 스토어와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죠. 고객 입장에서는 어디서 사든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 않게끔 신경 쓴 셈입니다.
이런 자신감은 매장에서도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올리브영에서는 스마트 전자 라벨로, 무신사 스탠다드나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제품의 온라인몰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 두었는데요. 가격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가격 신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증명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가격이 같기만 해서’ 올·다·무가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건 아닙니다. 이들 매장은 고객들을 직접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앵커 테넌트*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바로 ‘다른 데선 찾기 힘든 단독 상품’이 있습니다.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쇼핑몰이나 상가에 사람을 끌어오는 핵심 점포나 브랜드를 말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자체 브랜드인 만큼, 전 상품이 곧 단독 상품입니다. 다이소도 마찬가지인데요. 전체 상품 중 70% 이상이 자체 기획한 전용 상품으로, 최근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히트 상품도 계속 만들어내고 있죠.
올리브영은 조금 다른 방식입니다. 입점 브랜드 대부분은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볼 수 있는 제품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전국적으로 매장을 갖춘 유일한 H&B스토어가 올리브영이다 보니, 같은 브랜드라도 오프라인에서 다시 만나긴 쉽지 않죠. 이 점을 살려 단독 기획전이나 한정 이벤트도 자주 펼치고 있고요. 덕분에 올리브영 역시 매장을 찾게 만드는 힘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은 각자만의 ‘킥’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오프라인만의 경험 요소를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무신사 스탠다드는 피팅 자체가 매장의 핵심 가치입니다. 의류 특성상 실제로 입어보기 전엔 사이즈나 핏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그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완전히 해소해 주죠. 그래서인지 피팅룸을 여유 있게 배치하고 공간 설계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눈에 띕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입니다. 특히 색조 화장품처럼 직접 테스트해 봐야만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품이 많은데요. 다양한 브랜드를 한 번에 비교하고 편하게 발색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올리브영만큼 적절한 장소도 드뭅니다.
다이소 역시 오프라인 경험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한때는 단순한 천 원 숍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죠. 트렌디한 상품 구성과 빠른 기획력으로 ‘다이소 구경 가는 재미’가 생겼고, 이제는 매장 자체가 여가 공간처럼 소비되고 있습니다. ‘사는 곳’이 아니라 ‘놀러 가는 곳’이 된 셈이죠.
지금까지 올·다·무의 전성기를 만든 세 가지 키워드를 살펴봤습니다. 이들이 공통으로 보여준 건 결국, 운영을 ‘직접’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재고와 가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었고, 매장 운영도 대부분 직영 방식이었죠.
쿠팡이 유통의 강자가 된 것도 물류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 뒤부터였던 것처럼, 이들도 직접 운영을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운영의 힘은 구축하기까지는 어렵지만, 한 번 갖추고 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올·다·무가 다시 한번 증명해 주고 있는 것 같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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