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타겟 증권 앱의 브랜딩 전략

‘진지함’을 버린 것들이 이기고 있다

by Mobiinside

“넌 지금 뭘 사고 있어?” — 증권사 광고가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증권사 TV 광고의 공식은 정해져 있었다.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배우, 중후한 내레이션, 그리고 “업계 최저 수수료”나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강조하는 카피. 금융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어렵고, 딱딱하고, 그래서 ‘믿음직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에서 증권사 채널을 검색해보면 낯선 장면들이 펼쳐진다. AI가 만들어낸 SF 영화 예고편 같은 광고, 트로트 뮤직비디오, 일상 속 주인공이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매수하며 위기를 해결하는 숏폼 드라마, 그리고 성수동 팝업 스토어 줄을 선 2030 세대. 이들 모두 증권사가 만들었다.


무엇이 바뀐 걸까? 그리고 왜 하필 지금일까?






서학개미가 바꾼 증권 고객 지형



이 변화의 방아쇠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20~2021년 동학개미운동으로 처음 주식 계좌를 개설한 2030 세대가 대거 시장에 유입됐다. 그리고 이들은 국내 주식을 넘어 서학개미로 진화했다. 미국 빅테크, 테슬라, 엔비디아를 직접 사고팔며 투자를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대에게 투자는 ‘노후를 준비하는 어른의 행위’가 아니었다. 퇴근 후 친구에게 “오늘 엔비디아 얼마야?” 라고 카톡을 보내는 것처럼, 일상적인 대화이자 콘텐츠였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깨달았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같은 업계의 다른 증권사만이 아니라는 것을.


유튜브에서 주식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커뮤니티에서 밈(meme)으로 종목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기존의 ‘신뢰감 있는 증권사’ 이미지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쉽고, 재밌고, 나랑 비슷한 언어로 말하는 브랜드였다.






진입장벽을 부순 브랜드가 계좌를 가져간다



토스증권: ‘주린이‘를 위해 설계된 경험


2021년 2월 출범한 토스증권은 처음부터 ‘기존 증권사와 다르게’를 명확히 선언했다.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약 30개의 증권사에서 MT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변화와 발전 속도는 매우 더뎠다. 새로운 모바일 투자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토스증권이 택한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UX의 탈복잡화바이럴 구조 설계다.


먼저 MTS에서 종목 코드를 외울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 대신 ‘삼성’을, ‘애플’ 대신 ‘Apple’을 검색창에 그냥 입력하면 된다. 차트도, 공시도, 주문창의 버튼 배치도 기존 증권사 HTS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오히려 낯설 정도로 단순하게 설계됐다. 이 단순함이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UX였다.


바이럴 설계는 더욱 영리했다. 출시 당시 진행한 ‘친구에게 주식 1주 선물하기’ 이벤트는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 현대차·삼성전자·네이버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랜덤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 이벤트 하나로 하루에 50만 개 계좌가 새로 열렸고, 닷새 만에 170만 명이 가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단순히 가입자에게 주식 1주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끼리 인증하거나 서로 공유하는 ‘재미’를 줬다”고 분석했다. 슬롯머신처럼 설계된 랜덤 뽑기 UX가 SNS 인증 욕구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출처: 한국경제 매거진, 2021.06)


결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출범 1년 반 만에 고객 수 440만 명, MAU 230만 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고객의 약 70%가 2030세대였다.



토스의 콘텐츠 전략: 브랜드가 미디어가 되다


토스는 단순히 앱을 잘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토스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조직은 콘텐츠·비디오 콘텐츠·브랜드 마케팅·브랜드 디자인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목표는 명확하다. ‘토스가 선보인 콘텐츠를 경험한 사람이 토스를 선호하고 신뢰하게 만들고, 나아가 토스의 팬덤이 되는 것’. 이는 금융사가 아닌 미디어 기업의 언어다. (출처: 오픈애즈, 토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인터뷰)


2024년 토스는 금융생활 안내서 『더 머니북(THE MONEY BOOK)』을 출간했다. 그리고 출판 기념 팝업을 성수동에서 열었다. 책이 아니라 공간 경험을 파는 것이었다. 이어진 서울국제도서전 ‘더 머니북 스토어’ 부스 역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파가 몰렸다. 목표 판매 부수였던 1만 부를 훌쩍 넘겨 20쇄, 9만 부를 제작했고 교보문고 월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처: 오픈애즈, 토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인터뷰)


증권 계좌를 팔던 회사가 왜 책을 냈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책이 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브랜드 신뢰를 만들기 때문이다. ‘돈을 가르쳐주는 토스’라는 포지셔닝은 고객에게 ‘토스는 내 편’이라는 감각을 심는다.






레거시 증권사의 반격: ‘진지함‘을 벗어던지다



NH투자증권: 구독자 200만의 비결


전통 증권사들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5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투자로그인 by NH투자증권’으로 리뉴얼하면서 전략을 180도 바꿨다. 채널에서 ‘NH투자증권’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2030이 공감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중심에 놓는다.


주식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 아니라, 2030의 자기 성장 욕구를 건드리는 채널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11월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후 불과 1년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2024.11)


NH투자증권 WM 디지털사업부 총괄대표는 “‘투자로그인’을 통해 미래 핵심 고객인 MZ세대와 소통하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024년 4월에는 성수동에서 브랜드 팝업 ‘N2, NIGHT(엔투, 나이트)’를 43일간 운영했다. 이 팝업에는 4만 5000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방문자의 70~80%가 2030세대였다. (출처: 메트로서울, 2024.06) ‘증권사 팝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삼성증권: 콘텐츠가 광고가 되는 시대


삼성증권의 접근은 더 공격적이다. AI 작곡 툴로 제작해 106만 뷰를 넘어선 트로트 뮤직비디오 ‘우상향 인생’, AI 툴로 삼성증권 광고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삼은 시트콤 ‘환장기획’, 그리고 일상 속 답답한 상황을 MTS 앱 mPOP으로 해결하는 숏폼 드라마 ‘정답이 POP POP POP’. 100% 생성형 AI로 제작한 SF 영화 예고편 스타일의 광고 ‘씬의 한 수 – 작전명 엠팝’은 조회수 300만 회를 돌파했다. (출처: 브랜드브리프, 2025.08)


이러한 콘텐츠들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콘텐츠 포맷(숏폼 드라마, 뮤직비디오, AI 밈)을 직접 생산하면서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자리 잡게 만드는 전략이다. 삼성증권 미디어전략팀장은 “광고와 콘텐츠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이유는 투자 정보를 보다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욕망의 언어로 말하는 법: 핵심 전략 3가지



이 일련의 변화들을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하면 세 가지 공통 원리가 보인다.



1. USP를 ‘수익‘이 아닌 ‘정체성‘으로


기존 증권사 마케팅의 USP는 대부분 기능이었다. 수수료가 낮다, 국내외 주식을 한 앱에서 거래할 수 있다, 안전하다. 하지만 MZ세대에게 이런 기능 소구는 더 이상 차별점이 되지 않는다. 모든 증권사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기고 있는 브랜드들은 정체성을 판다. 고객은 수수료 0.015%가 아니라 ‘이 브랜드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반응한다.



2.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첫 번째 접점 설계


MZ세대의 투자 진입 패턴은 다음과 같다. 유튜브나 SNS에서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식을 알게 된다 → 검색한다 → 계좌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이왕이면 아는 이름의 앱을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아는 이름’이 되는 것이 핵심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상단 퍼널(Top of Funnel)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전략이다. 계좌 개설이라는 직접 전환보다 브랜드 인지와 호감을 먼저 쌓고, 나중에 그 고객이 스스로 들어오게 만든다.


3. 리텐션을 위한 ‘습관 형성‘


계좌를 개설한 이후의 싸움도 중요하다. 증권 앱은 주가가 오를 때 열어보고, 잠잠할 때는 방치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리텐션 전략의 핵심이다.


토스가 만보기, 함께 토스 켜기 등으로 일일 접속 습관을 형성한 것처럼, 증권사들도 콘텐츠·커뮤니티·게임으로 앱 체류 시간을 늘리려 한다. 매일 앱을 열게 만드는 습관이 쌓이면, 그 고객은 자연스럽게 투자 빈도도 올라간다.






전통 증권사가 놓치고 있는 것



물론 모든 레거시 증권사가 이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통 증권사들은 MZ 마케팅의 형식만 가져다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유튜브 채널을 만들지만 콘텐츠는 애널리스트가 등장해 차트를 설명하는 영상을 올리고, 팝업 스토어를 열지만 증권사 상품 홍보가 전면에 나오는 형식이다. 젊어 보이려는 의도가 너무 뚜렷하게 보일 때, MZ세대는 오히려 반감을 갖는다.


핵심은 ‘젊게 보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목적은 2030세대의 일상 언어로 말하는 것, 그들의 관심사와 욕망에 진정성 있게 연결되는 것이다.






마케터가 가져가야 할 시사점



이러한 증권사들의 변화는 금융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입장벽이 높고, 복잡하고, 전통적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했던 모든 업종이 동일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보험, 부동산, 법률, 의료 모두 마찬가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마케팅 시사점은 세 가지다.


- 첫째, 고객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고객의 언어를 배워라. 토스증권이 성공한 것은 ‘주식이 이렇게 좋습니다’를 설명해서가 아니라, ‘주식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요?’를 경험하게 했기 때문이다.


- 둘째, 브랜드 인지와 상품 판매를 분리하라. NH투자증권 유튜브 채널은 직접적인 상품 판매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을 시작하면 NH’라는 포지셔닝을 공고히 한다. 단기 전환에 집착하면 장기 브랜드를 잃는다.


- 셋째, 형식이 아닌 가치를 빌려라. 팝업 스토어, 숏폼, 밈을 따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 형식이 MZ세대에게 왜 통하는지—경험과 공유와 정체성—를 이해하고, 자기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며: 금융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



“주식에 관심 있어?” 라고 물었을 때 10년 전 2030세대의 대답은 대개 “아직 잘 몰라서…”였다. 지금은 다르다. “나 엔비디아 조금 갖고 있어”, “요즘 미장 어때?”, “RIA 계좌 열었어?”가 일상 대화가 됐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시장 수익률이 아니었다. 투자를 일상 언어로, 재미있는 콘텐츠로, 공유하고 싶은 경험으로 번역해낸 브랜드들이었다. 금융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는 사실 ‘수익률’도 ‘리스크’도 아니다. ‘처음’이다. 그 첫 번째 문턱을 낮추는 데 성공한 브랜드가 다음 세대 투자자의 계좌를 가져가고 있다.




참고 출처

한국경제 매거진, “‘2030세대가 70%’ …토스증권이 MZ세대를 사로잡은 비결”, 2021.06

메트로신문, “‘MZ 잡아라’…증권사, 팝업도서 등 이색 마케팅 열전”, 2024.06

파이낸셜뉴스, “NH증권, 유튜브 구독자 200만명 돌파”, 2024.11

오픈애즈, “[O’story] 토스가 콘텐츠 마케팅에 진심인 이유는?”, 2024

브랜드브리프, “삼성증권, 100% 생성형 AI로 만든 광고 조회수 300만회 돌파”, 2025.08

헤럴드경제, “NH투자증권 유튜브 ‘투자로그인’ 리뉴얼신규 콘텐츠 강화”, 2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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