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by 백경

남자는 내 나이 또래로 보인다. 40대 초반? 중반? 물에서 건져낸 그는 숨을 쉬지 않는다. 소생술을 하는 와중에 엉뚱하게 40대 대한민국 남성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벌써 세 근무 연속이다. 하루 한 번 꼴로 사람을 건져내다 보니 나도 점점 물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다. 손발이 차갑고 저릿저릿하다.


남이 불행한 걸 보면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적어도 소방관들은 아닐 것이다. 아, 나는 저리 비참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복 받았구나. 생각하는 건 어쩌다 누군가의 불행을 마주하는 이들의 사치다. 그걸 매일 보다 보면 나 또한 불행 속으로 용해됨을 느낀다. 더군다나 그 무수한 불행 덕으로 철밥통 일자리를 꿰차고 있는 주제다. 타인의 불행을 내 것처럼 여길 수밖에 없다.


한밤중인데도 남자의 동공은 활짝 열려 있다. 죽음이 너무 또렷해서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도망칠 수가 없다. 질 게 뻔한 싸움을 싸우는 게 내 일이니까. 두 손을 모아 남자의 가슴에 얹고 힘껏 누른다. 계속 누른다. 물 먹은 가슴이 지면으로 푹푹 꺼진다. 나도 푹푹 꺼진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늘 밤도 누가 듣는지 모를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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