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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Jan 27. 2022

오늘 길가다가 또라이를 만났습니다

세상은 참 넓고 좋은 사람도 참 많고 많지만 미친 x도 참 많다 많아

저는 오늘 길을 걸으며 코스크를 했습니다. 코만 내놓고 마스크를 쓴 거죠. 걷다가 걷다가 하품이 나와서 하품하고 있는데 멀찍이서 두 남성분이 제 쪽으로 다가오더군요. 사실 길이 넓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누군지 그런 거 신경 안 쓰거든요. 보통 생각에 빠져 걸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근데 키가 훤칠한 남자분이 자꾸 제 쪽으로 다가오시더라고요. 다가와서 저에게 큰 소리로 외치더군요.


"마스크 좀! 제대로 쓰고 다니자! 어(알아 쳐들었냐는 의미)?!!!"


어우. 깜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늘 잘 놀라는 편이거든요. 특히 사이비 분들이 저에게 접근할 때마가 저는 깜짝 놀라 큰소리로 "으아악! 깜짝이야!"를 외치고는 한답니다. 제가 지르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고, 저에게 다가오신 사이비 분들도 되려 화들짝 놀라 어벙벙해지시고는 한답니다. 


어쨌거나.


그 키가 훤칠한 남자분이 저에게 굳이 다가와 큰소리를 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도 덩달아 큰 소리로 외쳤지요.


"으아악! 깜짝이야!"


그런데 그분이 제가 소리를 지를 줄 몰랐는지. 깜짝 놀라서 저를 지나쳐 가려다 말고 저에게 다가오려는듯 뒤를 돌아보더니 소리를 질렀답니다.


"야!"


와... 전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 생각해보세요. 길가는데 누가 소리를 지르고 반말을 한다면 말이에요. 특히나 길이 넓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무서웠어요. 참나.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네요. 저는 소리를 지르고 험상궂게 저를 보는 그 분을 곁눈질로 자꾸 보며 그 찰나의 순간 생각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주머니에서 꼭 쥔 주먹을 빼서 그 사람을 향해 번쩍 들쳐 올려 그 사람의 얼굴을 가격하는 상상을 하며 마스크를 올려 썼습니다(쭈굴). 무섭더라고요... 마스크 안 올려 썼다고 그 남성분에게 맞으면... 아프니까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더러워서! 퉤퉤!


그런데. 네... 사실 무서웠어요. 그 분 말투가 너무 폭력적이었고, 자칫 잘못했다가 진짜 저 때리려고 할 분위기였거든요. 근데 무서운 사람들은 잔인한 경우가 많으니까 일단 피하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퉤퉤 거리다 보니 생각이 났네요. 한 일 년 반 전쯤이었을까요? 비슷한 사람을 또 마주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저는 1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입구로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아저씨가 마스크를 벗은 채로 자신을 지나쳐간 사람의 뒤통수에다가 침을 "퉤!"하고 뱉는 거예요. 저는 바로 그 분과 멀지 않은 위치에서 그 아저씨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답니다. 그분은 정말 지나가는 족족 뒤통수에다가 침을 뱉으셨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못 본 건지 그냥 지나가는 건지. 아저씨가 계속 침을 뱉으시더라고요. 


다시 유턴을 해 반대쪽으로 갈까. 그래도 이 아저씨가 이 통로에 서서 치고 있으면 어쩌지. 아니. 뒤돌아 가서 기분이 나빠 나를 쫓아오려나...?


생각을 하며 저는 점점 아저씨 쪽으로 가까워졌습니다. 아저씨는 제 앞사람에게 침을  뱉었어요. 아... 맞서 싸우고 싶었는데 겁쟁이인 저는 눈을 질끈 감고 아저씨를 지나갔답니다. 등골이 송연해지고 온 신경이 그 아저씨에게로 쏠렸어요. 하지만 그 아저씨는 더는 침을 뱉지 않았고 그냥 그대로 저는 아저씨를 지나쳐 갔답니다. 와. 정말 왜 그러시는 건지 아직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주짓수를 배우던지 권투를 시작하던지 해야겠습니다. 일단 나를 지키는 기술은 좀 기르고 보고 그런 사람을 마주치면 현명한 겁장이가 되어야겠어요. (잘했다 오늘의 나 자신) 세상은 넓고, 좋은 분들도 많고 많지만, 미친 x도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하루예요.


저는 코로나가 시작하고 감염도 무섭지만, 사람들의 분노가 더 무서워졌어요. 전에도 이상한 사람이야 많았지만, 이런 시국이 자꾸만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코로나 하면 할 말이야 많고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까지 할게요. 혹시 지나가다가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만나시면 손을 휘둘러 무찌르는 상상을 하시며 되도록 빨리 멀어지세요. 


되도록 빠알리.


왜냐면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간들은 방귀 냄새가 지독하다 못해 독이 담겼거든요. 그런 스컹크들은 그냥 피해 다닙시다. 


휴우. 정말 십년감수했네요.









ps- 스컹크야 미안하다 그런 인간들에 비교해서(feat. 미안, 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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