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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던민화 Jul 05. 2021

모던민화로 풀어낸 수향

수향 x 서하나



2015년 개인전 때 선물 받았던 것이니 벌써 6년이나 넘게 잘 모셔둔 분홍 상자들, 안에 들어있던 향초는 진작에 다 태웠고, 남은 유리병은 수년째 필통으로 쓰이는 중이다. 오래되어 색이 다 바랬지만 친구들이 나를 위해 적어준 메시지 라벨 덕에 더 특별하게 일상에 스며든 물건이 되었다. 그 후로 선물할 일 있을 때 나도 종종 수향의 초를 선택하곤 하는데 지난봄엔 수향을 그림으로 풀어볼 재미있는 기회가 생겼다.

'20대 음악 하는 여성', '30대 고양이와 사는 여성', '40대 미술 하는 남성'이라는 키워드를 받았고, 그걸 가지고 브레인스토밍 하며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초반의 작업 과정은 마치 평평한 바닥 위에 하늘하늘한 색종이들을 오리고 붙여보며 옆면도 세우고 윗면도 다져보며 입체물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유연한 상태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가며 만들어보고 좋은 방향이 잡히면 이제 튼튼하게 제대로 지어보는 것이다.


평면적으로 풀어놓은 아이디어(text)를 가지고 그림을 만들어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 즐거움 속엔 항상 '뼈를 깎는 고통'도 종이의 앞 뒷장처럼 붙어있지만. 그 과정들을 거쳐 세 점의 결과물이 나왔고, 늘 그렇듯 다 하고 나면 나의 부족함에 통감하지만 향을 시각화하며 이야기를 담은 아주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특히 40대 남성의 책장이 가장 공감이 갔고, 실제로 내가 가진 책과 물건들로 그려졌다.



지난 3월 유난히 따뜻했던 어느 날 오후에 수향 대표님과 미팅을 마치고, 바로 그날 저녁 분홍색 쇼핑백을 들고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역사적인 사건을 맞이하였는지라 더 특별하게 기억되는 수향. 내가 그날 내 코를 믿었나 보다.




by 서하나

www.seo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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