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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Dec 05. 2016

Modern Mother

디자이너 엄마의 생활 방식

2016년에 잡지 리빙센스에 '살림미학'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었는데,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내 안에 있는 뭔가가 정리되기도 하고, 좌뇌가 살살 간지러우면서 글이 툭 튀어나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연재가 끝난 후에도 글을 쓰고 싶었는데, 카카오 팀에서 브런치 서비스를 추천해 주셨다. 콘셉트도 좋고, 포맷도 좋고, 여기로 해야지 결정하고는 마땅한 '이름'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엄마의 생활! 이 떠 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아니면서 쓸만한 아이디어는 주로 샤워를 할 때 떠 오른다.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내 삶, 엄마이기도 하면서 16년째 맞벌이해 온 93학번 '네 멋대로 해라, 신세대' 방식의 엄마 버전. 주택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일도 하고, 살림도 하는 엄마이기도 하면서 디자인 협동조합 이사장, 아내 딸 며느리 언니 누나 큰 이모 작은 엄마 외숙모 등등등 다양한 역할을 담기에 적당한 이름이 아닐까. 요즘 대세인 '아내의 식탁' 같은 과장하지 않는, 단정한 네이밍도 좋고.


내심 마음을 정하고, 돌베개 출판사  '한국 주택의 미시사'를 읽던 중,  '1930년대 서구식 가구를 사용하면서 전통적 가재도구들을 거침없이 치워버림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활을 추구했던 '신여성'을 만나게 되었고, (중략) 신여성은 근대 도시에서 소비의 주체로서, 서구식 신식 주거문화의 선도자로서 '모던생활'을 주도해 나갔다. 또한 집을 꾸미는데도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었다.'는 단락을 보는 순간 어머,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던.생.활.

#인스타그램 핫한 태그로 #줌마그램, #줌마스타그램, #아줌마, #줌마 들이 떠오르고, 소비의 주체이면서 또 집을 꾸미는데 적극적인  21세기 여성상이 오버랩. 스마트한 신여성들이 만들어 내는 2016년 식 모던 생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급변할 게 뻔한 지금 이 시점에서,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두 개의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어반라이크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후배님께 상의했더니, 10초 만에 돌아오는 답변. 두 개 합쳐서 '모던 마더'는 어때요? 리빙센스의 전 편집장이자 서울문화사 콘텐츠팀 총괄 팀장께서도 모던 마더에 강렬한 한 표. 말과 글을 다루는 두 전문가와 기타 자문위원들(?)께서 투표해 주신 그 이름 '모던 마더'를 필명과 칼럼 제목으로 쓰려고 한다. 모.던.마.더. 줄이면 모마. 부제는 디자이너 '엄마의 생활' 방식으로 붙이기로.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93학번으로 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경영학 석사이고, 디자이너로 일하는 일상. 나의 가치관과 경험은 공간에도 묻어나, 자연스럽게 아이 발달단계에 맞는 스타일링이 된다. 뭐든 내 손으로 해야 하는 성격 때문에, 아이가 열 살이 될 동안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돌봐왔고, 건강한 실내 공간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경험과 임상 데이터가 생겼다. 예를 들면 책과 친해지는 아이 만드는 방 스타일링, 발달 단계에 맞는 아이방 구성, 컬러로 완성하는 키즈룸 스타일링 등등등.  


13년 동안 크진 않아도 문 닫지 않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2013년부터는 성남시 최초의 디자인 협동조합을 설립해 이끌어 왔다. 결혼 후 17번 이사를 하며 얻공간에 대한 경험, 아이를 키우며 이론과 실제가 버무려진 지식, 공간 디자이너로서 스타일링 경험, 디자이너 엄마로서 일상생활의 독특한 견해, 이 모든 콘텐츠를 종합해, 2017년에는 두고두고 들춰 보고 싶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조용히 책을 읽고자 마련한 공간이지만, 정작 한 번도 앉아 보지 못 한 일하는 엄마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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