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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Sep 13. 2020

우울할 땐 자연 속을 걸어보세요

  아침에 러닝화를 신고 나오자마자 새파란 하늘이 저를 맞아 줍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맑고 파란 하늘입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45도 들어 올려 하늘을 마주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표정이 얼굴에 피어오릅니다.  무장해제된 채 와아-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해가 떴어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달리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이렇게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면 애국가가 생각납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3절입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하는 1절보다 3절이 더 낭만적이에요. 저만의 1절입니다.


  '공활'하다는 것은 '넓게 활짝 트인다'는 의미입니다. 가을 하늘은 넓게 활짝 트여있습니다. 그 하늘을 보는 제 가슴도 넓고 활짝 트입니다. 가슴이 후련해요. 그저 신을 신고 문 밖으로 나와 자연을 만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


  산책로에서 만나는 작은 자연이라도 재미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요. 저 멀리서 백로 두 마리가 날아와 물 위에 슬라이딩하는 장면도 볼 수 있고, 까만 고양이가 길을 뛰어가는 것도 볼 수 있고, 참새떼와 함께 달리는 경험도 할 수 있어요. 청설모와 아이 컨택하는 우연도 손에 꼽을 만큼 짜릿해요.


  비 온 다음 날엔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에 손을 넣어 볼 수도 있고, 벚나무 잎과 악수를 할 수도 있고, 강아지 풀을 손안에 넣어 쥐었다 폈다 하며 놀 수도 있고, 소나무 잎 두 개를 입안에 넣고 씹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이 그저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가는 것으로 가능해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게다가 무료입니다.


  집안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밖에서 '느끼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바람이 살살 불 때는 피부를 통해 느껴지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 때는 나뭇잎이 춤추는 소리, 귓불을 때리는 소리가 몸에 부딪히는 물리적 저항과 함께 공감각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집안에 있을 땐, 바람이 2D로 느껴진다면, 집 밖에서는 아이맥스 영화 같아요.


  달리며 길에 시선을 두었다가, 옆의 나무들을 바라보다, 저 멀리 뜨기 시작하는 해를 바라봅니다. 발아래 길은 달려도 달려도 똑같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옆을 보고 달리면 운동 에너지가 느껴지며 덜 지루해요. 꽤 잘 달리는 러너가 된 듯해요. 또 시선을 저 멀리 하늘로 던지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요.


  스트레스받는 상황일수록 너무 먼 미래를 보거나, 현재의 걱정거리만 보면 매몰되어 헤어 나오기 어려워집니다. 늪처럼 자꾸 빠져들어요. 이럴 때, 오감을 예민하게 벼리는 건 현재에 집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됩니다. 일단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가 걷는 게 중요해요. 햇빛은 세로토닌을 형성해, 행복한 느낌을 증가시켜 주기도 하니까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되었습니다. 그래도 안전해지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바퀴벌레와 코로나 19, 칡덩굴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해도 마음이 너그러워지지 않아요. 코로나 19가 이대로 쫓겨가면 좋겠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모두를 응원합니다. 다, 지나갈 거예요.

  

https://linktr.ee/jaekyung.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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