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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Dec 21. 2017

술술마법

2018년, 원하시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리시길 기원합니다

'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에서 손으로 카드나 엽서를 써서 보내면 사업이 더욱 번창한다는 문장을 읽었어요. 꼭 사업이 번창하길 바란다기보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처음에 약 25장 정도의 카드를 사 왔고, 그 이후에 40장을 더 구입했습니다. 니시나카 쓰도우 변호사는 일 년에 약 만 장 정도의 엽서를 쓰신다고 했는데요, 사실, 마음을 전하기 위해 손글씨를 쓴다는 것은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21세기엔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상대방과의 이야기를 생각해 내 카드 한 장을 쓰는 데에는 시간도 많이 들어가고 손도, 팔도 아팠거든요. 


손으로 쓰는 것은 어딘가 촌스럽고 원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작가인 줄리아 카메론과 스티븐 킹은 노트북으로 타다닥 치면 될 것 같은 짧은 글들도 손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라고 합니다. 과학적 이유는 없지만, 제 추측으로는 손글씨를 쓸 때 머리의 세포와 뉴런들의 연결 부위를 자극하는 힘이 더 강하게 전달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책을 읽었으면 배운 대로 실천을 하자!' 이 마음이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의 오늘을 살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제게 독서는 삶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 주는 생각 운동이고, 쓸데 없는 일과 쓸데 있는 일을 걸러 사고를 맑게 유지하는 거름망입니다.  

샛노란 원형 스티커는 오려 붙였어요.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노랑. 같은 이유로 노란 만년필을 씁니다.

줄리아 카메론의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에서 매일 아침 글을 손으로 쓰라는 이야기를 듣고, 굴러다니던 두툼한 노트를 꺼내 1페이지부터 131페이지까지 적었어요. 97페이지까지 온 두툼한 노트. 처음에는 한 시간 넘게 걸리던 한 장 쓰기가 지금은 30분 내외로 줄어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채워 간 내 손글씨로 채워진,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두툼한 습작 노트가 주는 만족감! 재미를 느낀 저는 손글씨를 늘리기 위해 2018년 다이어리도 하루 기록량이 더 많은 레이아웃으로 준비했고, 내친김에 독서록의 포맷도 디자인해 손으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책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건, 수많은 글자 속에서 내 생각을 발굴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책을 많이 읽다보니 노트에 정리하는 걸로는 백업이 안 되어 제가 필요한 내용만 디자인한 독서록 포맷이에요. 

주로 사용하던 라미 만년필 외에 아침 노트용으로 KAWECO의 만년필을 한 자루 더 준비했습니다. 1년 넘게 해 오는 중국어 공부를 위해서는 마찰열로 지워지는 FRIXION의 남색 펜을 골랐어요. 저는 남색이 점점 좋아져요. 남색 잉크가 들어간 만년필이 스치고 간 노트 위 채 마르지 않은 글씨를 만날 땐 내 머릿속이 마치 바닷속처럼 깊게 느껴져 스스로 더 가치 있게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순간순간에 만나는 일상 속 도구들의 심미감은 감각을 깨워 삶의 온도도 함께 올려 줍니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모두 버려라'라고 말하는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의미일 거예요. 

생각을 빨리 써야 하는 아침 노트에는 카웨코 만년필로. 더 부드럽고 잉크가 진해 작업 속도가 빨라집니다.

70여 장의 카드를 놓고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카드를 써 내려 가자 지난 일 년이 무성 영화처럼 천천히 깜박거리며 지나갑니다. 일 년을 무사히 보내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과 보살핌이 있었구나! 싶어 새삼 경건하며, 감사한 마음이 샘솟습니다. 간혹 말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던 분들께는 감사와 반성문을 함께 적게 되었어요. 감사의 인사, 저의 올해에 대한 간단한 소개, 우리의 내년 계획, 그리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시길 바라는 마음을 보내는 일련의 방식이 도출되었고, 일단 생각을 글로 표현하니 곧 약속이 됩니다. 저는 70여 분께 마음을 전하는 카드를 보내면서 내년의 일들에 대한 약속을 해 버린 셈이에요. 

2박 3일 동안 손으로 쓴 70여 통의 연하장. 한 해 동안 많이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20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오랜만에 순수한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았어요. 책 속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따라 하며 위안을 얻었고, 여행도 많이 다녔고, 브런치에 글을 쓰며 공감해 주시는 분들과의 교감도 선물 같았어요. 200개가 넘는 식물과 함께 살며 건강한 공기와 심리 회복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요. 특히 올해는 마음을 꺼내서 리뉴얼했어요. 탁해진 마음을 우선 깨끗이 닦고, 울퉁불퉁한 부분은 갈아내고, 기름칠을 해서 반들반들하게 윤을 내니, 본래의 쓸모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어요. 변화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았습니다. 제 마음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갈고닦은 마음 덕분에 제게도 긍정적 피드백을 보낼 힘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12월 21일. 올해가 겨우 딱 열흘 남았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올해 꽉 채운 저의 긍정 에너지를 나누어 드리고 싶어요. 내년에는 원하시는 모든 일들이 이상하게도 술술 풀리는 마법이 일어날 거예요. '술술 마법'을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이 글을 공유해서 지인분들과 함께 읽어 주셔도 좋습니다. 좋은 것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니까요. 2018년, 제 브런치 구독자님께 보내드리는 '술술마법'! 내년에는 틀림없이 더욱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일들이 술술 풀리시는 한 해가 되실 거예요. 내년 일 년을 보내고, 정말 술술 풀리는 한 해가 되셨는지 다시 이야기 나눠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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