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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추석, 방콕의 브이로그(데이터 주의)

방콕 구석에서 사는 사람은 이렇게 놉니다.

by 박민우

오늘은 마사지를 받았어요. 두 시간에 350밧. 백 밧을 팁으로 줘요. 총 450밧. 우리나라 돈으로 만 칠천 원. 큰돈 썼네요. 추석이니까요. Happy new year. 천장에 걸쳐진 해피 뉴 이어 보이시죠? 저걸 언제 떼나? 올 때마다 궁금했어요. 1월 1일이 지나고, 설을 지나고, 송크란(태국 달력으로 1월 1일)을 차례로 지났죠. 그럼 떼야죠. 올해를 넘기겠군요. 이젠 떨어지면 안 되죠. 이런 걸로 저는 조마조마하군요. 오래간만에 왔다고 더 세게 꾹꾹. 아이고, 여기가 천국입니다. 매일 마사지만 받으며 살 수는 없을까요? 한 달에 오십만 원 정도가 필요하군요. 일주일에 한 번이 딱 좋죠. 한 달에 칠만 원 정도는 온전히 마사지에 쓰고 싶습니다. 팔자 참 좋네요. 이렇게 살아도 되나요? 그런 느낌이 드는 두 시간이, 참 좋습니다.


태국 지상철(BTS) 배려석. 스님도 여기 앉으시면 돼요. 태국은 사실 귀여움이에요. 태국 여행의 포인트죠. 잘 모르시더라고요. 색감도, 생각도, 그림도 귀요미로 꽉 찬 태국이옵니다. 구석구석 잘 찾아보셔요.


방콕의 흔한 교통 체증. 태국은 추석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금요일의 하찮은 교통체증이 이렇습니다.


구질구질, 추적추적. 갑자기 비가 오네요. 오늘 마사지에 큰돈 썼잖아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했죠. 버스가 제일 싸거든요. 차 막히는 거 보셨죠? 돈도 아낄 때 아껴야죠. 그래서 BTS, MRT. 지하철과 지상철을 타요. 방콕엔 환승 같은 거 없습니다. 따로, 따로 내야 해요. 총 천 삼백 원 정도 썼습니다. 그래도 또 마을버스나 오토바이 택시를 타긴 타야 해요. 차라리 택시를 타라고요? 막히는 거 보셨죠? 돈 때문이 아니라요. 오늘 집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렇게 복잡하게 가는 겁니당.



오토바이 택시를 타려고 했죠. 오토바이 택시 싸지 않아요. 거리로 따지면 택시보다도 비싸죠. 왜죠? 차가 너무 막히니까요. 빈틈으로 쏙쏙. 오토바이 택시가 최곱니다. 40밧. 천오백 원. 탈까요? 말까요? 비가 오네요. 아, 타지 말라는 계시다. 오토바이 택시 타려고 저렇게 줄을 섰어요. 비가 오는데도요. 왜죠? 돈 쓰고, 옷 버리고. 저도 태국 오래 살았지만, 태국 사람 진짜 엉뚱해요. 귀여워요. 진짜!


태국의 흔한 길거리 곱창. 돼지 곱창인데요. 질기지 않고요. 뽀득뽀득 잘 씹혀요. 곱창 맛 좀 아시는 분들, 이거에다가 맥주 한 캔 하셔야 해요. 엄청나고, 고귀한 맛입니다. 흔해 보여서, 더 감동적이죠. 여러분 태국 음식 웬만한 건 다 드셔 보셨다고요? 거짓말 좀 하지 마세요. 저도 시장 가면 여전히 못 먹어본 거 투성이에요. 새로운 음식도 얼마나 쉽게 뚝딱 만들어내는데요. 태국에서 음식에 질리실 일은 없어요. 입맛에 맞는 것만 드셔도, 매일 바꿔 드실 수 있죠. 태국 음식이 싫어요? 못 찾으신 거겠죠. 천 가지 맛 중에 백 개만 찾으시면 돼요. 태국 음식은 그냥 우주라고 생각하세요.


방콕 버스에서 버스표를 끊어주는 위대한 방식. 종이 쪼가리 왜 주나 싶었는데요. 천일에 하루 정도는 검사원이 일시에 검사하더라고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찾아내서 보여줄 때 나름 스릴 있더군요. 버릴 때도 많았거든요. 이 버스는 8밧, 300원입니다. 또 다른 버스는 10밧, 에어컨 있는 버스는 13밧, 15밧. 좀 복잡합니다.


오토바이 택시를 안 탔잖아요. 20밧을 절약했어요(쏭태우라고 트럭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해서요). 뭘 해야겠어요? 먹어야죠.


이건 계시입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쌀 국숫집에 탁 내려주는군요. 뭉클.


40밧에 이렇게 재료를 눌러 담아주는 국숫집 없습니다. 찾아가시지는 마세요. 쌀 국숫집은요. 일반 주택가 붐비는 곳이 맛집이에요.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고요. 부부가 얼굴이 환해졌어요. 그렇게 반가우면 좀 안아 주시든가요. 제가 잘 생겨서 이렇게 챙겨주시는 것 같아요.


-아니, 국물을 태국 사람처럼 주면 어떻게 해?


아저씨가 그릇을 다시 가져 오라더니요. 국물을 가득 담아 주세요. 제가 여러 번 국물 리필을 했었거든요. 제가 이런 손님입니다. 이렇게 사랑받는데, 그 사랑이 심지어 쌀국수 사랑인데요. 어찌 태국을 사랑 안 할 수가 있겠어요?



어어, 송태우 잠깐, 잠깐! 저 못 보고 휙 떠날까 봐요. 조마조마! 쏭태우는 트럭 택시고요. 원래 8밧이었는데, 최근에 10밧으로 올랐어요. 일종의 마을버스죠.



동네 시장은 언제나 불야성이죠. 제가 동남아시아를 좋아하는 이유죠. 어디서나, 언제나 먹을 게 넘쳐나요. 저렴하기까지 해요.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느긋해져요. 태국은 추석이 없죠. 매일매일이 추석이니까요. 수확한 쌀이, 물고기가 가득가득하니까요. 매일 전 부치는 명절이니까요. 이런 곳이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겠냐고요.


실수로 찍혔는데, 은근 실감 나네요. 잘했어. 실수! 짝퉁 크록스가 진짜 효자네요. 비가 와도, 너무너무 홀가분쓰.

쏭태우에서 내려요. 차라리 걸어요. 요즘 우리 동네가 정말 미쳤어요. 출퇴근 시간엔 그냥 멈춰 있어요. 공사도 많고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도 많고요. 시내도 아니고요. 주택가에서 이러면 어찌 사나요? 그래도 살아요. 오늘 제가 아파트 입구에서 멍청하게 계속 서 있었어요. 벤츠가 저 때문에 못 들어오고 있었는데요. 경적 한 번을 안 울리더군요. 아파트 경비원이 나와서 저를 옆으로 비키게 하더라고요. 그냥 경적을 좀 울리지 그랬어요. 저만 미안하게 ㅠㅠ. 겨울잠 자는 곰 같은 태국 사람들 같으니라고.


우리 동네 신흥 강자. 수끼 띠노이. 띠노이는 중국 소년이란 뜻이래요. 중국 소년 훠궈 집, 중국 소년 샤부샤부 집 정도로 이해하시면 돼요. 태국 국민 수끼는 MK 수끼거든요. 이게 프랜차이즈인지는 모르겠어요. 우연히 발견하면 들어가 보세요. 200밧(8천 원) 샤부샤부 뷔페인데요. 여기 괜찮아요.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MK보다 더 좋았어요. 가성비 끝판왕 급입니다. 국물도 상당히 좋더군요. 기본 육수가 근본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한산한 편이고요. 대기줄이 어마어마합니다. 새벽 다섯 시까지 열어요. 다섯 시에 샤부샤부를 먹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거죠. 귀여운 폭식 성애자, 태국 사람들이 은근 많이 먹습니다. 많은 가게가 새로 생기고요. 많은 가게가 망해서 사라져요. 서울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이제 전 집에 다 왔네요. 오늘 정말 잘 놀았어요. 추석이군요. 제게도 추석이네요.


PS 매일 글을 써요. 글로 여러분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싶어서요.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오늘은 추석답게요. 우리 술도 한 잔씩 하고요. 조금은 더 발그레하게 웃자고요. 이 별이 푸른 이유는 우리가 웃어서라니까요.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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