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부정하면서도, 우리는 ‘신의 언어’로 살고 있다

인권이라는 가장 현대적인 신앙

by 민진성 mola mola

우리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말한다. 과학을 믿고, 이성을 신뢰하고, 종교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말한다. “인권은 너무 당연한 거잖아.”, “인간의 존엄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 가치잖아.” 이 문장에는 묘한 구조가 숨어 있다.



인권은 증명된 적이 없다

인권은 실험으로 검증된 사실도 아니고, 자연법칙처럼 관측된 현상도 아니다. ‘천부인권’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하늘이 준 권리라는 뜻이다. 즉, 인권은 태생부터 종교 언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개념을 아무 근거 없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믿고 있다. 이건 믿음의 구조다.



우리는 신을 버리고, 다른 절대를 만들었다

신이 사라진 자리에 ‘인권’이라는 절대가 들어왔다. 과거에는 “신이 그렇게 정했다”가 도덕의 최종 근거였다면, 지금은 “인권이 그렇다”가 모든 논증의 마지막 문장이 되었다. 더 이상 질문되지 않는 영역,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 영역. 이건 구조적으로 신과 같다.



그래서 현대의 도덕은 ‘신 없는 신학’이다

우리는 종교를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신의 자리를 비워 두지 못했다. 인간은 반드시 어떤 절대를 필요로 한다. 그 절대는 지금 ‘존엄’, ‘권리’, ‘인권’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건 비판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설명이다.



이 구조를 모르면, 윤리는 작동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자기 손해가 분명한 선택 앞에서도 “이건 옳지 않다”고 말하며 물러설까. 왜 어떤 규칙은 효율보다 먼저 지켜져야 할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그 답은 우리가 여전히 ‘신학적 구조’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현대의 신앙이다. 우리는 신을 부정하면서도, 여전히 믿음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번호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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